작년엔 금값이더니 올여름엔 반값… 폭염 뚫고 가격 급락한 '국민 채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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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값 인하·생산량 증가로 물가 진정
근원물가는 31개월 최고치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석 달 만에 2%대로 내려앉았다. 다만 여름철 폭염 속에서도 밥상 위 채소들의 운명은 품목마다 크게 엇갈리는 모습이다.

서울 시내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채소를 살펴보고 있다. / 연합뉴스
서울 시내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채소를 살펴보고 있다. / 연합뉴스

4일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2026년 7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9.77(2020=100)로 전년 동월 대비 2.8% 상승했다. 월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6월 3.2%에서 0.4%포인트 낮아지며 3개월 만에 2%대로 완화됐다.

이는 국제유가와 환율이 안정된 데다 정부의 석유 최고가격제 인하 효과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재정경제부는 지난 6월 시행한 7차 석유 최고가격 인하 조치가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약 0.3%포인트 낮춘 것으로 추산했다. 석유류 가격은 여전히 두 자릿수 상승률을 보였지만, 상승폭 자체는 눈에 띄게 줄었다.

폭염에도 채소값 진정된 이유

당초 여름철 폭염으로 치솟을 것으로 우려됐던 농축수산물 물가도 예상보다 안정세를 보였다. 농축수산물 물가 상승률은 6월 3.2%에서 7월 0.9%로 대폭 둔화했는데, 이는 정부가 지난달부터 농축수산물 할인 등에 약 1조원 규모의 재정을 지원한 영향이 반영된 결과다. 여기에 농산물 출하량이 늘어난 것도 가격 안정에 힘을 보탰다.

실제로 배추(-18.4%), 수박(-11.1%), 시금치(-21.3%), 오이(-13.8%), 호박(-15.9%), 무(-10.8%) 등의 가격이 전년 동월 대비 하락한 반면, 국산쇠고기(5.7%), 수입쇠고기(8.7%), 쌀(7.9%), 달걀(7.5%), 고등어(7.0%), 파(18.3%) 등은 여전히 높은 상승률을 이어갔다. 정부 관계자는 "통상 7~8월에는 무더위 영향으로 농축수산물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있지만, 이달에는 생산량과 출하량이 늘고 정부 지원 할인행사도 이어지면서 상승 폭이 축소됐다"고 설명했다.

"배추 한 포기 3700원"… 현장은 확실히 싸졌다

이런 흐름은 현장 시세에서도 확인된다. 바로 옆 매대의 배추 한 포기 가격은 3700원으로, 작년 평균보다 40% 낮은 수준이다. 지난달 기상 상황이 양호하고 호우 피해가 크지 않아 생산량이 늘어난 덕분으로 풀이된다.

제철을 맞은 포도도 매대에 수북이 쌓여 있다. 종류별로 정부 차원의 할인 행사도 함께 진행 중인데, 거봉 한 상자 가격은 9000원 정도에 팔리고 있다.

상추·시금치는 여전히 들쭉날쭉

다만 모든 잎채소가 안정세를 보이는 건 아니다. 상추 가격은 한 달 만에 22% 올랐고, 또 다른 잎채소인 시금치값도 한 달 새 2배 넘게 뛰었다. 앞서 살펴본 전년 동월 대비 통계에서는 시금치 가격이 오히려 21.3% 낮게 나타났지만, 이는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한 수치일 뿐 최근 한 달간의 흐름과는 다른 얘기다. 실제로 잎채소는 넓은 잎 면적과 높은 수분 함량 때문에 날씨에 따라 생산량 증감 폭이 크고 저장성이 낮아, 짧은 기간에도 가격이 큰 폭으로 출렁이는 특성을 보인다.

이 심의관은 수입가격 상승으로 수산물은 3.9% 올랐지만 농산물은 2.2% 하락했고 축산물은 4.4%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근원물가는 오히려 상승폭이 확대돼, 근원물가 상승률이 31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점은 물가 안정세가 완전히 자리 잡았다고 보기는 이르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기조적 물가 압력은 여전"

한국은행은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이지호 한국은행 부총재보는 "비용 충격의 전이와 수요 측 압력 확대로 근원 품목들이 높은 상승률을 지속할 가능성이 있다"며 "경계심을 가지고 물가 상황을 점검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결국 전체 물가지표는 한숨 돌린 모습이지만, 밥상 위 채소값은 품목과 시점에 따라 여전히 큰 편차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 배추와 시금치는 지난해보다는 싸졌지만, 최근 한 달 사이 상추와 시금치 가격이 다시 뛰는 등 변동성 자체는 가시지 않은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