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수첩’, “내 자식이 맞나 싶었다”…부모도 몰랐던 교실 속 도박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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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까지 번진 청소년 도박의 충격적 실태
빚·폭력·범죄로 이어지는 10대 도박 추적

교실에서 친구 따라 시작한 불법 온라인 도박이 10대 청소년들의 일상을 무너뜨리고 있다. 적게는 수백만 원에서 많게는 2억 원이 넘는 돈을 잃고, 빚을 갚기 위해 절도와 사기까지 손을 대는 사례도 나타났다.

MBC ‘PD수첩-도박소년이 된 내 아들’ 예고편. / MBC 제공
MBC ‘PD수첩-도박소년이 된 내 아들’ 예고편. / MBC 제공

MBC ‘PD수첩’은 오는 11일 방송되는 ‘도박소년이 된 내 아들’ 편을 통해 청소년들 사이에 빠르게 번지고 있는 불법 온라인 도박의 실태와 그 뒤에서 막대한 수익을 챙기는 조직의 구조를 집중적으로 추적한다.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 실태 조사에 따르면 도박을 경험한 청소년은 약 15만 명으로 추정된다. 드러나지 않은 사례까지 고려하면 실제 규모는 더 클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불법 도박사이트에 접속할 수 있는 환경도 문제를 키우고 있다. 호기심으로 시작한 도박은 순식간에 빚으로 이어지고, 빚을 갚기 위한 절도와 사기, 친구 사이 폭력까지 불러오고 있다.

외고생도 전국대회 1등도 빠졌다…도박 시작된 곳은 ‘교실’

MBC ‘PD수첩-도박소년이 된 내 아들’ 예고편. / MBC 제공
MBC ‘PD수첩-도박소년이 된 내 아들’ 예고편. / MBC 제공

청소년 도박은 흔히 생각하는 일부 비행청소년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PD수첩’ 제작진이 만난 도박 중독 청소년 가운데는 외국어고등학교에 다니는 모범생도 있었고 전국대회에서 1등을 차지했던 유망주도 있었다. 성적이나 학교생활과 관계없이 불법 온라인 도박은 청소년들을 파고들고 있었다.

도박을 처음 접한 장소도 특별하지 않았다. 많은 청소년이 학교 교실에서 친구를 통해 처음 도박을 경험했다.

친구가 스마트폰으로 하는 모습을 보거나 사이트를 소개받은 뒤 호기심에 따라 시작하는 식이었다. 게임처럼 몇 번 돈을 걸어본 것이 점차 반복되면서 도박에 사용하는 금액도 커졌다.

청소년들이 불법 온라인 도박으로 잃은 돈은 적게는 500만원부터 많게는 2억 4000만원에 달했다.

8개월 만에 2억 4000만원…부모 귀금속까지 팔았다

MBC ‘PD수첩-도박소년이 된 내 아들’ 예고편. / MBC 제공
MBC ‘PD수첩-도박소년이 된 내 아들’ 예고편. / MBC 제공

방송에서는 불과 8개월 만에 도박으로 2억 4000만원을 잃은 열여덟 살 청소년의 사례가 공개된다.

처음에는 소액으로 시작했지만 손실이 커질수록 잃은 돈을 되찾으려는 마음에 더 큰돈을 걸었다. 돈이 떨어지면 또 다른 방법으로 도박 자금을 마련했다.

일부 청소년은 부모 지갑에서 돈을 훔쳤고 집에 있던 수백만 원어치 귀금속을 몰래 내다 팔기도 했다.

도박에 빠진 것은 아이 한 명이었지만 피해는 가족 전체로 번졌다. 한 부모는 제작진에게 아이가 도박에 중독된 뒤 가족의 일상까지 무너졌다고 털어놓는다.

부모들은 자녀가 얼마나 많은 돈을 잃었는지조차 뒤늦게 알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미 대출이나 친구 간 채무가 불어난 뒤 문제가 드러나면서 가족들이 감당해야 하는 경제적·정서적 부담도 커졌다.

청소년이 도박에 더 취약한 이유…전문가가 꼽은 ‘미완성의 뇌’

청소년들이 온라인 도박에 빠르게 빠져드는 데에는 뇌 발달 단계도 영향을 미친다. 전문가들은 충동을 통제하고 행동의 결과를 판단하는 역할을 하는 전두엽이 청소년기에 완전히 발달하지 않은 점을 주목한다.

즉각적인 보상과 강한 자극을 반복적으로 제공하는 도박의 특성이 청소년에게 더욱 강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온라인 도박은 결과가 나오는 속도가 빠르고 언제든 다시 돈을 걸 수 있다. 잃은 돈을 바로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반복적인 베팅으로 이어지면서 손실 규모가 커질 수 있다.

도박이 단순한 놀이에서 중독으로 바뀌는 동안 청소년들은 학업과 친구 관계, 가족 관계까지 잃어가고 있었다.

30만원 빌렸는데 일주일 뒤 45만원…친구의 ‘노예’가 된 학생

MBC ‘PD수첩-도박소년이 된 내 아들’ 예고편. / MBC 제공
MBC ‘PD수첩-도박소년이 된 내 아들’ 예고편. / MBC 제공

도박으로 생긴 빚은 학교폭력과 범죄로까지 번지고 있었다. 시민단체 ‘도박 없는 학교’ 조호연 대표는 청소년 도박 자체만큼 도박에서 파생되는 2차 피해가 심각하다고 지적한다.

‘PD수첩’이 만난 고등학교 3학년 A 학생도 지난해 도박에 빠진 뒤 학교 친구에게 돈을 빌렸다. 처음 빌린 돈은 30만원이었다. 친구는 차용증을 쓰게 한 뒤 일주일 후 45만원을 갚으라는 조건을 걸었다. 일주일에 원금의 절반에 해당하는 이자를 요구한 셈이다.

도박을 계속하도록 부추기는 친구도 있었다. 한 학생은 자신의 집에서 도박을 할 수 있게 해주는 대가로 시간당 3만원의 와이파이 이용료까지 요구했다. 이용료는 하루가 지날 때마다 두 배로 불어났다.

도박빚 못 갚자 중고거래 사기 강요…학대 영상까지 촬영

돈을 갚지 못한 A 학생에게 친구들의 요구는 점점 거칠어졌다. 친구들은 도박빚을 갚으라며 A 학생에게 중고거래 사기를 벌이도록 강요했다. 시키는 일을 하지 않을 경우 폭행과 가혹행위도 이어졌다.

폭력 장면을 직접 촬영한 영상도 남겼다. 처음에는 도박을 하기 위해 빌렸던 30만원이 친구에게 폭력과 범죄를 강요받는 족쇄가 된 것이다. 자녀가 겪은 일을 뒤늦게 알게 된 A 학생의 어머니는 제작진 앞에서 눈물을 흘렸다.

‘PD수첩’은 청소년 도박이 개인의 중독에서 끝나는 문제가 아니라 교실 안에서 사채와 갈취, 학교폭력과 범죄로 연결되는 과정을 살펴본다.

청소년들이 잃은 돈은 어디로 갔나

MBC ‘PD수첩-도박소년이 된 내 아들’ 예고편. / MBC 제공
MBC ‘PD수첩-도박소년이 된 내 아들’ 예고편. / MBC 제공

청소년들이 도박으로 수백만 원에서 수억 원을 잃는 동안 그 돈을 챙기는 사람들도 있었다. 취재 과정에서 ‘PD수첩’ 제작진에게 불법 도박사이트 내부에서 근무했다는 제보자가 나타났다.

제보자는 연간 3000억원대 매출을 올리는 불법 도박사이트에서 약 1년 동안 근무했다고 주장했다.

제보자가 맡았던 업무는 회원을 모집하고 관리하는 이른바 ‘총판’이었다. 불법 온라인 도박사이트에서 총판은 새로운 이용자를 끌어들이고 기존 회원의 이용을 관리하는 역할을 한다.

제보자는 자신이 몸담았던 조직의 총판 운영자 가운데 ‘봉이사’로 불리는 인물이 10년 넘게 법망을 피해 활동해왔다고 주장한다.

동남아 클럽서 고액권을 술잔에…‘봉이사’ 호화생활 공개

제보자가 제작진에게 제공한 영상에는 ‘봉이사’로 불리는 인물의 호화로운 생활 모습도 담겨 있었다.

영상 속 인물은 동남아시아의 한 클럽에서 고액권 지폐를 술잔에 말아 주변 사람들에게 뿌리는 모습을 보였다.

제작진은 해당 인물이 불법 도박사이트를 통해 벌어들인 돈으로 고급 생활을 이어갔다는 제보자의 주장을 토대로 총판과 도박사이트 운영 구조를 추적한다.

청소년들이 부모 몰래 가져간 돈과 빌린 돈, 귀금속을 팔아 마련한 돈이 불법 도박사이트로 흘러간 뒤 어떤 방식으로 운영자와 모집책의 수익이 되는지도 살펴본다.

불법 온라인 도박사이트가 청소년 이용자를 어떤 방법으로 끌어들이는지, 회원 모집 과정에 또래 관계와 SNS 등이 어떻게 이용되고 있는지도 방송에서 다뤄진다.

교실에서 시작해 빚·폭력·범죄로…도박판에 놓인 10대

MBC ‘PD수첩-도박소년이 된 내 아들’ 예고편. / MBC 제공
MBC ‘PD수첩-도박소년이 된 내 아들’ 예고편. / MBC 제공

청소년 도박은 소액의 호기심에서 시작되지만 결과는 빠르게 달라질 수 있다. 몇 번의 베팅이 반복적인 도박으로 이어지고, 잃은 돈을 되찾기 위해 더 큰돈을 걸면서 손실이 불어난다. 돈이 떨어진 뒤에는 친구에게 돈을 빌리거나 가족의 돈에 손을 대는 사례가 등장한다.

채무 관계가 생기면서 또래 사이 불법 사채와 폭력이 발생하고, 돈을 마련하기 위해 사기 같은 범죄에 가담하는 상황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 사이 불법 도박사이트 운영자와 모집책은 청소년들을 새로운 회원으로 끌어들이며 수익을 챙긴다.

‘PD수첩’은 아이들이 왜 학교 교실에서 도박을 접하게 됐는지부터 중독 이후 벌어지는 빚과 범죄, 불법 도박사이트 조직의 실체까지 청소년 도박을 둘러싼 구조를 추적한다.

MBC ‘PD수첩-도박소년이 된 내 아들’ 편은 오는 11일 오후 10시 20분 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