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앤다더니...” 이재명 정부, 논란 커지자 다시 원상복구 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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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제개편 전면 재검토, 기존 가입자 보호 우선 원칙 적용

정부가 최근 세제개편안에서 축소하기로 했던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의 일부 혜택을 다시 되돌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기존 가입자와 서민·청년층의 불이익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절세 제도의 허점을 보완하는 방향으로 개편안을 다시 손질하는 모습이다.

재정경제부는 일반 ISA의 납입한도 이월과 만기 연장 혜택을 기존 수준으로 유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정부가 발표한 세제개편안에서는 국내 투자 활성화를 위한 ‘생산적 금융 ISA’를 새로 도입하는 대신 기존 ISA의 일부 혜택을 축소하기로 했다.

기존 ISA는 의무가입기간인 3년이 지나면 계약을 계속 연장할 수 있었지만, 정부안에서는 최초 3년에 최대 5년까지만 계약할 수 있도록 제한하는 내용이 담겼다. 사용하지 않은 연간 납입한도를 다음 해로 넘길 수 있었던 이월 제도도 폐지하기로 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6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2026.8.6/뉴스1
이재명 대통령이 6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2026.8.6/뉴스1

이 같은 방안이 알려지자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반발이 이어졌다. 특히 소득이 매달 일정하지 않은 청년이나 자영업자는 한 해에 납입하지 못한 금액을 이후 여유가 생겼을 때 한꺼번에 납입할 수 있었던 이월 제도가 사라지면 불리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장기 투자자들도 만기 연장 제한에 우려를 나타냈다. ISA는 장기간 자금을 운용하면서 세제 혜택을 누리는 상품인데 계약기간이 제한되면 투자자가 원할 때 자금을 계속 굴리기 어려워지고 복리 효과도 떨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생산적 금융 ISA의 투자 대상과 관련한 논란도 있었다. 새 ISA에서 국내 상장 해외지수형 ETF 등의 투자가 제한되면서 사실상 국내 자본시장으로 자금을 옮기도록 유도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정부는 당초 혜택을 단순히 축소한 것이 아니라 과세 형평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 정비라는 입장이었다. 만기 연장 과정에서 가입 요건을 다시 확인하고 일정 기간마다 계좌 내 소득을 정산해 과세함으로써 ISA를 이용한 과도한 절세를 막겠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논란이 계속되면서 정부가 다시 방향을 틀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7일 청와대 상황점검 회의에서 세제개편안과 관련해 충분한 준비 없이 제도가 추진된 것 아니냐는 취지로 지적하며 전면 재검토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재경부는 기존 ISA의 핵심 혜택은 되살리고, 대신 제도를 악용할 가능성이 있는 부분에 대해서만 별도의 방지 장치를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예를 들어 ISA 가입 당시에는 종합과세 대상이 아니었지만 이후 소득 증가로 종합과세 대상자가 된 경우에도 기존 비과세 혜택을 장기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는 문제 등이 보완 대상이 될 수 있다.

결국 기존 ISA를 이용하고 있던 가입자의 혜택을 건드리기보다는 일반 ISA는 기존 틀을 유지하고, 새로 도입하는 생산적 금융 ISA를 별도의 선택형 상품으로 운영하는 방식에 무게가 실리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도 “현재 가입자가 피해를 보지 않는 것을 대원칙으로 재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당에서도 기존 ISA의 혜택을 굳이 축소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이 나왔다.

ISA는 하나의 계좌에서 예금·펀드·ETF·주식 등 다양한 금융상품을 운용하면서 일정한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만든 자산관리 계좌다. 투자 과정에서 발생한 이익과 손실을 합산해 순이익을 계산하는 손익통산이 가능하고, 일정 금액까지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대표적인 절세 투자수단으로 꼽힌다.

특히 ISA의 장점은 투자자가 매년 정해진 납입한도를 활용하면서 장기간 자산을 운용할 수 있다는 데 있다. 당장 투자할 여력이 부족한 사람도 납입하지 못한 한도를 이후 활용할 수 있었던 만큼, 한도 이월은 소득이 일정하지 않은 투자자에게 중요한 기능이었다.

만기 연장 역시 장기 투자자에게 의미가 있다. 주식이나 ETF처럼 가격 변동성이 있는 상품은 특정 시점에 반드시 매도해야 한다면 시장 상황에 따라 원하지 않는 매매를 해야 할 수 있다. 만기 연장이 가능하면 투자자가 시장 상황과 자금 계획에 맞춰 계좌를 계속 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정부가 이번 재검토에서 기존 ISA의 혜택을 되살리는 쪽으로 움직이는 것도 이런 가입자들의 현실적인 투자 환경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더 램프 레스토랑에서 열린 글로벌 AI리더 만찬에서 참석자들과 건배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 최태원 SK그룹회장, 라니 보르카르 마이크로소프트 하드웨어 사장,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이재명 대통령, 혹 탄 브로드컴 CEO,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공동취재) 2026.7.25/뉴스1
이재명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더 램프 레스토랑에서 열린 글로벌 AI리더 만찬에서 참석자들과 건배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 최태원 SK그룹회장, 라니 보르카르 마이크로소프트 하드웨어 사장,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이재명 대통령, 혹 탄 브로드컴 CEO,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공동취재) 2026.7.25/뉴스1

다만 ISA의 세제 혜택이 큰 만큼 이를 이용한 과도한 절세를 막는 장치도 필요하다. 가입 당시와 이후의 소득·과세 요건이 달라지는 경우까지 무조건 동일한 혜택을 인정하면 제도의 취지와 과세 형평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ISA와 함께 재검토에 들어간 ‘주가 누르기’ 방지법은 결론을 내리기까지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주가 누르기란 기업의 지배주주가 상속·증여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기업가치에 비해 주가가 낮게 유지되도록 방치하거나 주가를 끌어올릴 수 있는 조치를 의도적으로 미루는 행위를 뜻한다.

현재 상장주식의 상속·증여세는 일정 기간의 평균 주가를 기준으로 계산한다. 이 때문에 기업이 보유한 자산이나 실제 수익성에 비해 주가가 낮으면 상속·증여 과정에서 평가액도 낮아질 수 있다는 문제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문제는 ‘어떤 기업을 주가 누르기 대상으로 볼 것인지’다. 당초 제안된 방안에서는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8배 미만인 상장사를 폭넓게 대상으로 삼는 방안이 거론됐다. 하지만 PBR이 낮다고 해서 모두 주가를 의도적으로 낮게 관리하는 기업이라고 볼 수는 없다. 업종 특성이나 경기 상황, 성장 전망 등에 따라 정상적으로 PBR이 낮은 기업도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최근 검토한 대안은 최근 여러 기간 동안 PBR이 같은 업종 내 하위권에 지속적으로 머문 기업을 대상으로 범위를 좁히는 방식이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특정 시점에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 등으로 주가를 일시적으로 높여 규제를 피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업의 실제 가치를 어떻게 평가할지도 난제다. 비상장주식 평가 방식을 상장주식에 그대로 적용할 경우 자회사와 손자회사 등이 복잡하게 얽힌 기업의 자산과 지분 가치를 어떻게 계산할지 정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