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이 이렇게 힙했나… 국중박, 젊은층·외국인 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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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문화 열풍에 박물관도 '핫플레이스'로 변신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이 올해도 관람객 기록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유물을 관람하는 조용한 공간이던 국립중앙박물관이 최근 몇 년 새 2030세대와 외국인 관광객이 몰리는 '핫플레이스'로 완전히 탈바꿈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올해 상반기 관람객 수는 이미 2024년 연간 관람객 규모를 넘어섰고, 박물관 개관 이후 상반기에만 300만 명을 돌파한 것도 처음이다. 실제로 올해 1월부터 5월 7일까지 관람객이 총 325만5160명으로 집계돼 전년 대비 약 1.7배 늘었다.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지면 1~5월 지난해 대비 증가율(45.2%)을 지난해 연간 관람객 수에 곱해 단순 계산할 경우 945만 명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해 기준으로도 국립중앙박물관은 프랑스 루브르박물관, 바티칸박물관에 이어 세계 주요 박물관 관람객 순위 3위였다.
외국인 관람객 증가세는 더 가파르다. 상반기 외국인 관람객은 16만5000여 명으로 지난해보다 약 68.8% 늘었다. 전문가들은 방탄소년단과 블랙핑크, 한국 드라마·영화에 이어 전통문화와 역사 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해외 관광객들이 박물관을 필수 방문 코스로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점을 흥행 배경으로 꼽는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 화제를 모은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한국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공개 이후 외국인 관람객 비중이 18%에서 29%로 뛰었다.
전시장보다 뮤지엄숍이 먼저…'뮷즈' 열풍
젊은 층의 발길을 잡아끄는 또 다른 축은 박물관 굿즈 '뮷즈(MU:DS)'다. 지난 6월 케이팝 데몬 헌터스 공개 이후 젊은 관람객들이 오픈런을 할 때 가장 먼저 향한 곳은 전시장이 아닌 뮤지엄숍이었을 정도다. 뮷즈 매출은 국립박물관재단 출범 초기인 2007년 연 24억원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213억원까지 늘었고 올해는 11월까지 357억원을 넘어섰다. 굿즈 열풍의 전환점으로는 방탄소년단 리더 RM이 2021년 반가사유상 미니어처 인증샷을 SNS에 올린 것이 MZ세대 사이에 굿즈 수집 문화를 확산시킨 계기로 꼽힌다.
구매층 데이터를 보면 젊은 세대의 존재감이 뚜렷하다. 2024년 연령대별 뮷즈 매출 구성비에서 30대가 36.6%로 가장 많았고 20대가 17.7%를 차지해, 2030세대가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외국인 구매 비중도 2020년 5.9%에서 2024년 16.8%로 3배 가까이 늘었다. 업계에서는 이런 소비 흐름을 전통을 힙하게 즐기는 '힙 트래디션'이자, 역사적 이야기가 담긴 상품에 기꺼이 비용을 지불하는 '가치 소비'로 해석한다.
서화실 재개관 기념, 추사 김정희 조명
이런 인기 속에 국립중앙박물관은 11일부터 3개월간 조선을 대표하는 예술가 추사 김정희를 조명하는 주제전시 '추사 김정희와 그의 동반자'를 연다. 2026년 서화실 재개관을 기념해 기획한 주제전시로, 앞서 겸재 정선·단원 김홍도에 이어 세 번째로 다루는 서화가가 추사 김정희다. 전시는 11월 22일까지 이어지며, 김정희가 조선과 중국 문인, 후학들과 맺은 교유를 중심으로 그의 예술세계를 새롭게 조명한다. 보물로 지정된 그림 '불이선란도'를 비롯해 편지와 서예, 그림, 탑본 등 31건 38점이 전시된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김정희 60대 후반 말년의 원숙한 예술세계를 대표하는 서화 3점을 소개하는데, '불이선란도'에서는 서화일치의 경지를, '산호가·비취병 대련'에서는 말년의 과감한 운필을, '해붕대사화상찬'에서는 골기 있는 해서체의 깊이를 감상할 수 있다. 또 34살 김정희가 1819년 황해도 무관에게 보낸 편지 등 6건 6점은 이번 전시에서 처음 공개된다.
전시장 안팎으로 이어지는 이런 흥행 공식—화제성 있는 특별전, SNS를 타는 굿즈, 해외 콘텐츠와의 시너지—은 국립중앙박물관을 유물 감상 공간을 넘어 젊은 세대의 '인증샷 명소'이자 외국인 관광객의 필수 코스로 자리매김하게 만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