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선 '찬밥' 취급인데, 일본에선 인기 치솟아 절도 사건까지 터진 '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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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3분의 1 가격', 일본은 '명절 선물'
한때 한국에서 ‘과일계의 에르메스’로 불리며 귀한 대접을 받았던 샤인머스캣이 일본에서는 오봉을 앞두고 가격이 치솟으면서 절도까지 부르는 고급 과일로 주목받고 있다.
일본에서 샤인머스캣의 몸값이 오르면서 수확을 앞둔 포도밭을 노린 절도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한국에서는 재배 농가가 크게 늘면서 흔하게 접할 수 있는 과일이 됐지만, 일본에서는 여전히 고급 선물용 과일이라는 인식이 강해 두 나라의 소비 시장이 대조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10일 일본 현지 매체 등에 따르면 일본에서는 8월 15일 전후에 열리는 오봉을 앞두고 샤인머스캣 가격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 이상 오른 것으로 전해졌다. 오봉은 일본에서 조상을 기리는 대표적인 명절로, 가족들이 모이고 조상에게 과일 등을 올리는 문화가 있어 선물용 과일 수요가 크게 늘어나는 시기다.

도쿄의 한 마트에서 판매되는 샤인머스캣 한 팩 가격은 약 1600엔으로, 우리 돈으로 약 1만4000원에 해당한다. 한 소비자는 가격이 부담스럽지만 조상에게 올리는 데다 가족과 아이들도 함께 먹을 수 있어 구매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높은 가격이 소비 수요를 넘어 범죄의 표적까지 만들고 있다는 점이다.
도치기현 사노시의 한 과수원에서는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5일 사이 비닐하우스 3곳에서 수확을 앞둔 샤인머스캣 약 400송이가 사라졌다. 피해 규모는 약 80만엔, 우리 돈으로 710만원 상당이다.
범인은 과수원 내부의 사각지대를 이용해 포도송이를 직접 잘라 가져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수확 직전까지 농민이 공들여 키운 포도라는 점에서 농가의 피해가 컸다.
야마나시현 고후시의 포도밭에서도 이달 수확을 앞둔 샤인머스캣 약 50송이가 도난당했다.
오카야마현에서는 샤인머스캣 약 200송이를 훔쳐 40만엔 상당의 피해를 입힌 혐의로 40세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은 도난품이 인터넷을 통해 판매된 것으로 보고 구체적인 유통 경로를 확인하고 있다.
잇따른 절도에 농민들은 직접 밭을 지키는 상황까지 맞았다. 차량에서 숙박하며 과수원을 순찰하거나 방범 장비를 강화하는 등 수확을 앞둔 포도를 지키기 위한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
도치기현의 피해 농장 관계자는 1년 동안 정성을 들여 키운 작물인 만큼 도난을 멈춰달라고 호소했다.

일본에서는 왜 이렇게 비쌀까
샤인머스캣은 일본에서 단순히 ‘흔한 포도’로 취급되지 않는다. 알이 크고 껍질째 먹을 수 있으며 씨가 없고 향이 강하다는 특징 때문에 고급 과일로 자리 잡았다.
특히 일본에서는 과일을 선물용으로 주고받는 문화가 발달해 있다. 일반적인 식재료와 달리 고급 과일을 백화점이나 전문점에서 포장해 선물하는 시장이 크다.
샤인머스캣 역시 이런 시장에서 높은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여기에 오봉이라는 계절적 수요까지 겹치면서 가격이 더욱 상승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의 상황은 상당히 다르다.
샤인머스캣은 국내에서도 한때 고급 포도의 대명사였다. 2020년 전후만 해도 2㎏ 한 상자가 3만~5만원대에 거래될 정도로 가격이 높았고, 한 송이가 2만원 안팎에 판매되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높은 수익성이 알려지면서 재배 농가가 빠르게 늘었다. 공급량이 증가하면서 가격은 꾸준히 내려갔고, 품질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품까지 시장에 나오면서 소비자들의 인식도 과거와 달라졌다.

농림축산식품부 자료를 보면 샤인머스캣의 가격 하락은 실제 수치로도 확인된다. 샤인머스캣 도매가격은 2020년 2㎏당 3만4222원에서 2021년 3만2245원, 2022년 3만542원, 2023년 1만9776원, 2024년 1만8506원으로 내려왔다. 농식품부도 샤인머스캣이 도입 초기 고소득 품목으로 인식됐지만 최근 가격이 일반 포도 품종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2025년에는 가격 하락세가 더욱 두드러졌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집계 기준 샤인머스캣 2㎏ 평균 소매가격은 지난해 11월 1만1572원까지 내려가 평년보다 54.6% 낮았다. 2020년 평균 가격과 비교하면 약 3분의 1 수준이었다.
재배면적이 급증한 것도 가격을 낮춘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샤인머스캣 재배 비중은 2017년 4%에서 2020년 22%, 2022년 41%까지 높아졌고 2023년에는 43.1%에 달했다.
결국 한국에서는 ‘비싸서 쉽게 사기 어려운 포도’에서 ‘마트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포도’로 이미지가 바뀐 반면, 일본에서는 여전히 고급 과일이라는 인식이 강하게 남아 있는 셈이다.

한국과 일본에서 엇갈린 샤인머스캣
같은 품종을 두고 한국과 일본의 시장 분위기가 이처럼 달라진 배경에는 생산량과 소비시장 구조의 차이가 있다.
한국에서는 농가들이 고수익 작목으로 샤인머스캣 재배에 대거 뛰어들면서 공급이 빠르게 늘었다. 공급이 수요보다 빠르게 증가하면 가격이 떨어지는 일반적인 시장 원리가 작용한 것이다.
반면 일본에서는 오봉과 같은 명절 수요와 선물 문화가 샤인머스캣의 고급 이미지를 유지하는 데 영향을 주고 있다. 수확철마다 일정한 수요가 형성되는 데다 고급 과일 시장이 별도로 존재하면서 가격 역시 일반 포도와 다른 수준에서 형성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