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자흐스탄, 코인 소득세 3년 면제로 해외지갑 100만개 국내 유치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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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자흐스탄, 암호화폐 개인소득세 3년 면제…지갑 100만개 국내 유치 나서
채굴 붐 붕괴 5년 만에 세제 혜택과 전력 규제 완화로 시장 되살리기 시도

카자흐스탄 정부가 개인의 암호화폐 이익에 대한 소득세를 3년간 면제하는 정책을 꺼내들었다.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이 최근 관련 법령에 서명했다. 이번 조치로 해외 플랫폼에 흩어져 있던 자국민의 암호화폐 지갑 약 100만 개가 국내 인가 거래소로 이동할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다만 사기·자금세탁과 연계됐거나 미인가 서비스를 통한 자산은 면제 대상에서 제외된다. 카자흐스탄은 한때 세계 2위 비트코인 채굴 허브로 떠올랐다가 전력망 위기로 산업이 위축된 경험이 있어, 이번 세제 혜택이 시장을 다시 되살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채굴 붐과 붕괴, 5년 전의 기억
카자흐스탄은 한때 세계에서 가장 큰 암호화폐 채굴 중심지 중 하나로 부상했다. 중국이 2021년 비트코인 채굴을 금지하면서 저렴한 전력을 찾는 채굴업자들이 대거 카자흐스탄으로 몰려들었고, 이 나라는 순식간에 미국에 이어 세계 2위 비트코인 채굴 거점이 됐다. 일부는 발코니에 채굴 장비를 설치하기도 했고, 소련 시절 폐산업시설을 채소 저장고나 온실, 심지어 AI 데이터센터로 위장해 전력 사용량을 숨긴 사례도 있었다.
문제는 노후한 전력망이 이 급증한 수요를 감당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2021년 10월 카자흐스탄 북동부에서 전력 수요 급증으로 발전소 3곳이 정전을 겪었고, 여러 지역에서 순환 단전이 발생했다. 채굴업자들이 소비한 전력은 한때 카자흐스탄 전체 전력 생산량의 약 8%에 달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당국은 전력 소비와 디지털자산 합법화 규정을 잇달아 강화했고, 그 결과 많은 채굴업자가 해외로 떠나거나 불법 영업으로 전환했다. 다만 카자흐스탄 정부는 채굴을 전면 금지하지는 않았다.

소득세 3년 면제, 무엇이 달라지나
이번 법령은 자국민에게 암호화폐 보유 사실을 신고하고 자산을 규제된 국내 플랫폼으로 옮기도록 유도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개인 투자자는 디지털자산 거래로 발생한 개인소득에 대해 3년간 세금을 면제받는다. 대신 국가가 사용하지 않는 유전 부수가스를 채굴용 전력 생산에 활용할 수 있도록 허용해, 채굴업자들이 국가 전력망 외의 선택지를 갖도록 했다. 2021년 전력 위기를 촉발했던 에너지 문제를 함께 풀어보려는 시도다.
카자흐스탄 금융규제기관인 아스타나국제금융센터(AIFC)에 따르면 카자흐스탄 국민은 약 100만 개의 암호화폐 지갑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인가받은 국내 거래소에 등록된 이용자 수 25만6900명(올해 3월 기준)의 거의 4배에 달하는 규모다. 두바이 국제금융센터(DIFC)를 본떠 만든 AIFC는 카자흐스탄의 금융 혁신 샌드박스이자 디지털자산 기업의 규제 본거지 역할을 하고 있다. 아랍에미리트(UAE), 홍콩, 싱가포르 등도 비슷한 세제 혜택과 명확한 라이선스 체계를 도입해 자국으로 자금을 끌어들인 전례가 있다.
업계 반응…“세금만으론 부족하다”
바이낸스 카자흐스탄의 누르하트 쿠시모프 총괄은 이번 법령에서 세금 혜택이 가장 중요한 조치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는 이용자들이 규제받는 관할권과 그 안에서 운영되는 플랫폼을 선택하도록 만드는 강력한 유인”이라며 “이런 접근은 인가받은 환경에서 일하는 것을 더 매력적으로 만들고 시장 신뢰를 높이며 추가 발전의 조건을 만든다”고 말했다.
반면 카자흐스탄 핀테크·AI·크립토산업협회의 바흐트잔 켄제바예프 회장은 세금 혜택이 언제, 어떤 근거로 세금 의무가 발생하는지에 대한 불확실성을 없애준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용자들은 세율이 아니라 자국 화폐 입출금의 편의성, 유동성, 규정의 명확성 등 여러 요소를 종합해 플랫폼을 선택한다”며 “인가받은 참여자에게는 규정의 예측 가능성이 혜택 자체보다 더 값지다”고 말했다.
카자흐스탄 블록체인·디지털채굴협회의 다니야르 무바라코프 회장은 정부의 지원 자체는 반길 만하지만 이 조치가 얼마나 오래 효과를 낼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특정 사업자 유형에게 우대 세제는 현재 기간의 세금 감면만이 아니라, 거래량 증가로 인해 향후 세금이 몇 배로 늘어날 가능성도 의미한다”고 말했다.
남은 과제와 전망
카자흐스탄 AI·디지털개발부의 기자트 바이투르시노프 부장관은 3년 면제 기간이 끝난 뒤에 적용할 단순화된 세제 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부서가 개인 투자자를 대상으로 지난 3년간에 대한 세무조사를 취소하는 방안도 함께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켄제바예프 회장은 법령의 위험 요소로 법적 정의와 용어 문제를 꼽았다. 면제 범위가 지나치게 넓게 규정되면 이를 악용해 크립토와 무관한 다른 자산에 대한 세금까지 회피할 여지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경우 1~2년 안에 규정이 뒤집힐 수 있고, 처음부터 안정적으로 다소 높은 세율을 유지하는 것보다 시장에 더 큰 피해를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또 같은 디지털자산이 AIFC 규정과 국가 법규 중 어느 쪽을 적용받느냐에 따라 다르게 취급될 수 있어, 기업들이 두 개의 별도 법체계를 동시에 준수해야 하는 부담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결국 전문가들은 카자흐스탄 개인 투자자들이 국내 플랫폼으로 돌아올지는 플랫폼의 경쟁력에 달려 있다고 본다. 쿠시모프 총괄은 대다수 이용자에게는 서비스 편의성, 유동성, 거래 수단의 다양성, 거래 속도, 은행 시스템과의 원활한 연동이 핵심 요인이라고 짚었다. 세금 면제라는 강력한 유인이 마련됐지만, 이를 실제 자금 유입으로 이어가려면 거래소의 인프라와 신뢰 구축이라는 숙제가 여전히 남아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