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형부터 색깔까지 분석한다”…외국인이 한국에서 ‘진단’을 쇼핑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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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받고 사진 찍고 공유한다, K뷰티의 SNS 마케팅 신전략
화장품보다 먼저 파는 것, '나에게 맞는 기준'의 탄생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의 뷰티 쇼핑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면세점이나 화장품 매장에서 유명 제품을 골라 담는 일이 중심이었다면, 최근에는 제품을 사기 전에 자신의 피부색과 얼굴형, 두피 상태를 먼저 분석받으려는 관광객이 늘고 있다.
서울의 퍼스널컬러 진단 공간에서는 여러 색상의 천을 얼굴 아래에 차례로 대보며 피부와 조화를 이루는 색을 찾고, 뷰티 매장에서는 기기로 피부와 두피 상태를 측정한다. 일부 매장에서는 인공지능을 활용해 얼굴형과 퍼스널컬러를 분석한 뒤 어울리는 화장법과 제품까지 제안한다.
외국인 관광객이 한국에서 구매하는 것이 립스틱이나 쿠션 같은 물건만은 아니라는 뜻이다. 자신의 외모를 한국식 뷰티 언어로 해석한 결과와 그 결과를 실제 쇼핑에 적용하는 방법까지 하나의 체험 상품이 되고 있다.

퍼스널컬러 상품 거래가 1년 사이 급증했다
외국인 관광객의 퍼스널컬러 진단 수요는 여행 예약 데이터를 통해서도 확인된다. 인바운드 관광 플랫폼 크리에이트립이 2024년 상반기 거래 자료를 분석한 결과, 뷰티숍 상품 거래 건수는 전년 동기보다 약 514%, 거래액은 약 2000% 증가했다.
당시 뷰티숍 거래액의 약 80%를 차지한 상품이 퍼스널컬러 진단이었다. 퍼스널컬러 상품 거래 건수는 1년 사이 약 130배로 늘었고, 메이크업 상품 거래 건수도 약 112배 증가했다. 다만 이는 한국 전체 외국인 관광객을 조사한 국가 통계가 아니라 한 예약 플랫폼 내부의 거래 자료라는 점은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퍼스널컬러 진단은 일반적으로 피부와 머리카락, 눈동자의 색과 명도(밝기)와 채도(색의 선명함) 등을 살펴본 뒤 어울리는 색상의 범위를 제안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한국에서는 결과를 봄 웜톤, 여름 쿨톤, 가을 웜톤, 겨울 쿨톤처럼 계절 이름을 붙인 유형으로 설명하는 방식이 널리 사용된다.
진단이 끝나면 어울리는 립스틱과 블러셔, 염색 색상, 옷과 액세서리 색까지 추천받을 수 있다. 관광객 입장에서는 결과가 추상적인 설명으로 끝나지 않고, 바로 다음 쇼핑에 사용할 수 있는 선택 기준으로 바뀐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피부색을 넘어 얼굴형과 두피까지 분석한다
외국인을 겨냥한 진단 서비스의 범위도 빠르게 넓어지고 있다. 퍼스널컬러에 이어 얼굴형과 피부, 두피 상태를 분석하고 그 결과를 화장품과 헤어스타일 선택에 연결하는 서비스가 등장했다.
GS25는 외국인 방문이 많은 뉴안녕인사동점에 인공지능 뷰티 기기를 도입했다. 이 기기는 퍼스널컬러와 얼굴형을 분석하고, 결과에 맞는 메이크업 방식과 제품을 제안한다. 이용자는 분석 결과를 QR코드로 휴대전화에 저장할 수 있다. 편의점이 간식과 생활용품을 판매하는 곳을 넘어 간단한 뷰티 체험 공간으로 확장된 사례다.
대형 뷰티 매장에서도 피부와 두피 측정, 퍼스널컬러 상담과 제품 추천을 결합하는 흐름이 나타난다. 올리브영N 성수에서 운영한 피부·두피 컨설팅의 경우 이용자의 약 60∼70%가 외국인이라고 회사 측은 밝혔다. 이 역시 특정 매장의 이용 자료이므로 전체 시장의 비율로 확대해서 해석할 수는 없지만, 외국인이 단순 구매보다 상담과 분석이 결합된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사례로 볼 수 있다.
2025년 코리아뷰티페스티벌에서도 퍼스널컬러 진단과 AI 피부 측정, 메이크업 수정 같은 체험 프로그램이 운영됐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뷰티 상품을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진단받고 사용해보는 프로그램을 주요 행사에 포함했다는 점은 K뷰티 관광이 체험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화장품보다 먼저 ‘나에게 맞는 기준’을 산다
외국인 관광객에게 한국 화장품 매장은 선택지가 지나치게 많은 공간일 수 있다. 비슷해 보이는 립 제품도 색상과 질감이 수십 가지로 나뉘고, 쿠션과 파운데이션은 피부 톤과 타입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한국 브랜드와 제품명에 익숙하지 않은 관광객이라면 인기 순위만 보고 제품을 고르기 쉽다.
진단은 이런 선택의 부담을 줄여준다. 자신이 어떤 색상군에 속하는지, 둥근 얼굴인지 각진 얼굴인지, 피부에 수분이나 유분이 얼마나 부족한지 설명을 들은 뒤 제품을 고르면 쇼핑의 기준이 생긴다. “한국에서 유명한 제품”을 사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맞는 한국 제품”을 찾았다는 느낌을 주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상담 결과는 또 하나의 기념품이 된다. 진단표와 추천 색상표, 화장품 목록을 사진이나 QR코드로 보관하면 귀국 후에도 활용할 수 있다. 옷이나 화장품처럼 여행가방의 공간을 차지하지 않으면서 한국에서만 경험한 이야기를 남길 수 있다는 점도 일반적인 쇼핑과 다르다.

왜 하필 한국에서 진단받을까
퍼스널컬러 분석 자체는 한국에서 처음 만들어진 개념이 아니다. 개인의 피부와 눈, 머리카락 색을 기준으로 어울리는 색을 계절 유형으로 분류하는 방식은 20세기 후반 미국을 비롯한 서구권에서도 대중적으로 알려졌다.
한국은 이 개념을 화장품과 헤어, 패션에 세밀하게 연결하고 하나의 서비스 산업으로 발전시켰다. 진단을 받은 뒤 끝나는 것이 아니라 결과에 맞는 립 제품을 직접 비교하고, 메이크업과 염색 색상, 옷의 소재와 액세서리까지 함께 추천하는 방식이다.
서울관광재단이 운영하는 공식 관광정보 사이트에도 외국어 상담이 가능한 퍼스널컬러 체험 공간들이 소개돼 있다. 일부 프로그램은 영어와 중국어, 일본어 또는 스페인어 상담을 제공하며, 진단 시간은 인원과 프로그램에 따라 약 40분에서 90분 정도다. 언어 장벽이 낮아지고 해외 여행 플랫폼을 통해 미리 예약할 수 있게 되면서 관광객도 일반 미용 체험처럼 일정에 넣을 수 있게 됐다.
K팝과 한국 드라마의 영향도 빼놓기 어렵다. 외국인 관광객은 한국 연예인이 사용한 특정 제품을 사는 데서 나아가 자신에게 같은 스타일을 적용하면 어떤 모습이 되는지 알고 싶어 한다. 퍼스널컬러와 얼굴형 분석은 연예인의 얼굴을 그대로 따라 하기보다 자신의 특징에 맞게 K뷰티를 번역해주는 과정으로 작동한다.
결과가 쇼핑과 콘텐츠로 동시에 이어진다
진단 체험은 전후 차이를 사진과 영상으로 보여주기 쉽다는 점에서도 여행 콘텐츠와 잘 맞는다. 여러 색상의 천을 얼굴 아래에 대보거나 기계로 피부를 측정하고, 결과에 맞는 화장을 적용하는 과정은 짧은 영상으로 만들기 좋다.
관광객은 진단 전 모습과 추천받은 화장을 비교하고, 자신의 계절 유형이나 얼굴형 결과를 SNS에 공유할 수 있다. 제품만 촬영한 사진보다 개인의 반응과 변화가 담기기 때문에 하나의 체험 후기가 된다.
업계에서도 이러한 특성을 활용해 진단과 쇼핑을 한 공간에 배치하고 있다. 분석 결과를 확인한 뒤 추천 제품을 바로 구매하거나, 메이크업 시연과 사진 촬영까지 연결하는 방식이다. 2026년에는 쇼핑과 퍼스널컬러 상담, 한국식 헤어·메이크업 체험을 결합한 외국인 대상 관광 패스도 등장했다. 이는 K뷰티 소비가 제품 판매에서 개인화된 경험 판매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퍼스널컬러는 절대적인 정답이 아니다
퍼스널컬러나 얼굴형 진단이 의료 검사처럼 객관적인 판정을 제공하는 것은 아니다. 조명의 색온도와 밝기, 피부 상태, 염색 여부, 화장 유무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고, 진단 기관이 사용하는 기준과 분류 방식에도 차이가 있다.
2026년 발표된 한 연구는 온라인에서 분류된 립스틱 색상을 분석한 결과, 웜톤과 쿨톤을 가르는 노란색·파란색 계열의 차이는 비교적 뚜렷했지만 봄·여름·가을·겨울의 네 계절 유형은 색상 영역이 상당 부분 겹친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퍼스널컬러를 색채의 특성과 문화적으로 만들어진 분류가 결합된 체계로 해석했다.
따라서 진단 결과는 반드시 따라야 하는 규칙보다 자신에게 어울릴 가능성이 높은 색과 스타일을 탐색하는 참고자료로 사용하는 편이 적절하다. 얼굴형 분석 역시 사람의 얼굴을 몇 가지 유형으로 단순화하기 때문에 같은 얼굴을 두고도 서비스마다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
특히 피부와 두피 진단은 미용 제품을 고르기 위한 참고 서비스와 질환을 확인하는 의료 진료를 구분해야 한다. 기기가 건조함이나 유분 상태를 보여줄 수는 있지만 피부염이나 탈모 같은 질환을 확정하는 검사는 아니며, 증상이 있다면 의료기관에서 진료받아야 한다.
한국 여행에서 ‘나를 알아가는 시간’을 산다
외국인의 K뷰티 관광이 흥미로운 이유는 한국적인 외모로 바꾸려는 욕구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 관광객은 한국에서 발달한 뷰티 서비스와 상담 방식을 이용해 자신의 얼굴과 색을 새롭게 들여다본다.
과거의 뷰티 기념품이 화장품이 담긴 쇼핑백이었다면, 이제는 “나는 여름 쿨톤이었다”, “이런 눈썹과 헤어스타일이 내 얼굴형에 어울린다”는 개인적인 발견도 여행의 결과물이 된다. 유명 관광지를 구경하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한국인의 일상적인 자기관리 문화를 직접 경험하는 것이다.
결국 외국인 관광객이 한국에서 쇼핑하는 ‘진단’은 정답 하나를 사는 서비스라기보다 수많은 제품 중 자신에게 맞는 것을 고르는 방법을 배우는 체험에 가깝다. K뷰티가 물건에서 기술로, 다시 개인화된 경험으로 영역을 넓히면서 한국 여행의 쇼핑 목록에도 보이지 않는 새로운 상품이 들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