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 지나 '처서' 되면 더위가 꺾이는 이유, 알고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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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가고 가을이 온다는 절기상 처서
8월 15일 광복절을 지나 절기상 처서(處暑)에 이르면 보통 한여름을 맹렬하게 달구던 폭염의 기세가 한풀 꺾인다.
"처서가 지나면 모기도 입이 비뚤어진다"라는 속담처럼 이 시기에는 낮 동안의 가마솥더위가 완화될 뿐만 아니라 밤사이에 열대야가 사라지고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한다.
광복절 지나 '처서' 되면 더위가 꺾이는 이유는?
일시적인 날씨 변화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이런 현상 속에는 태양 운동에 따른 복사 에너지의 변화, 한반도 주변 기단의 세력 교체, 대기 중 습도와 복사냉각 등 복합적인 기상학적 원리가 작용한다.

보통 이 시기에는 한반도 상공을 지배하는 주된 기단의 성질이 변하고 세력 교체가 일어난다. 7월 말부터 8월 초중반까지 한반도의 여름철 더위를 이끄는 주역은 북태평양 고기압이다. 북태평양 고기압은 바다 위에서 형성된 고온 다습한 공기덩어리로 한반도 전체를 두꺼운 이불처럼 덮어 강렬한 햇볕과 함께 높은 습도를 유지시킨다.
그러나 8월 중순에 접어들면 일사량 감소와 상층 대기 순환의 변화로 인해 북태평양 고기압의 세력이 남쪽으로 차츰 후퇴하기 시작한다. 그 빈자리를 북쪽이나 북서쪽에서 내려오는 비교적 선선하고 건조한 기단, 혹은 이동성 고기압이 채우게 된다. 주된 공기의 성질이 고온 다습에서 건조하고 선선함으로 바뀌면서 피부로 느끼는 더위의 질 자체가 달라진다.
고온 다습서 건조하고 신선한 공기로 바뀌어
이 시기에는 또 태양의 남중고도 감소와 그에 따른 지구 복사 에너지 평형의 역전 현상도 벌어진다. 절기상 1년 중 낮이 가장 길고 태양이 가장 높은 하지(6월 21일 무렵)는 이미 두 달 전에 지났다. 태양의 남중고도는 하지 이후 매일 조금씩 낮아지며 지표면에 도달하는 태양 복사 에너지의 양도 지속적으로 감소한다. 그럼에도 7월 말과 8월 초에 가장 더운 이유는 지표면과 바다가 열을 흡수해 쌓아두었다가 방출하는 이른바 열적 지연 현상 때문이다.
그러나 8월 중하순인 처서 무렵이 되면 태양 고도가 확연히 낮아지고 낮의 길이도 눈에 띄게 짧아진다. 이에 따라 지표면이 낮 동안 흡수하는 태양 복사 에너지보다 밤사이에 우주 공간으로 방출하는 지구 복사 에너지의 양이 더 많아지는 시점에 도달한다. 즉 열의 축적 단계가 끝나고 방출 및 냉각 단계가 본격화한다.

이 시기에는 대기 중 습도 저하에 따른 복사냉각 효과도 극대화한다. 한여름의 폭염을 더욱 괴롭게 만드는 주범은 기온 자체보다 높은 습도다. 수증기는 지표면에서 방출되는 열을 흡수해 다시 지표로 반사하는 강력한 온실가스 역할을 한다. 한여름 밤에 기온이 떨어지지 않는 열대야가 발생하는 이유도 대기 중에 수증기가 빽빽하게 차 있어 지표의 열이 우주로 빠져나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처서 무렵 북태평양 고기압의 후퇴로 건조한 공기가 유입되면 대기 중 수증기량이 급격히 줄어든다. 습도가 낮아지면 해가 진 뒤 지표면의 열이 가감 없이 우주로 방출되는 복사냉각이 매우 활발하게 일어난다. 비록 낮 동안에는 햇볕으로 인해 다소 더울지라도 해가 지는 순간부터 기온이 가파르게 떨어져 밤과 아침에 서늘함을 느끼게 된다.
처서 무렵 후퇴하는 북태평양 고기압
육지와 해양의 열용량(비열) 차이로 인한 대륙의 빠른 냉각도 영향을 준다. 물은 땅에 비해 비열이 커서 천천히 데워지고 천천히 식는 반면 흙과 바위로 이뤄진 육지는 쉽게 데워지고 쉽게 식는다. 8월 중순을 넘어가면 유라시아 대륙 북부와 시베리아 지역은 태양 에너지 감소의 영향으로 바다보다 훨씬 빠르게 식기 시작한다.
이로 인해 대륙 상공에 냉각된 공기가 쌓이면서 차가운 공기덩어리가 형성되고 중위도 상공의 편서풍 파동을 타고 한반도 방향으로 주기적으로 차가운 기류가 내려오게 된다. 이 과정에서 한반도 상공에서 찬 공기와 따뜻한 공기가 충돌하면서 이 시기에 비를 뿌리기도 하는데 이 비가 내리고 나면 상공의 잔여 더위마저 깨끗이 씻겨 내려가게 된다.
강렬했던 여름의 열기는 보통 처서를 기점으로 밀려나고 한반도는 서서히 가을의 길목으로 접어들게 된다. 조상들이 오랜 기간 관찰해 기록한 절기의 체계는 현대 기상학으로 검증해 봐도 대부분 일치하는 지혜의 산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