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중독균 검출됐습니다”…전 세계 대표단 식사 직전 벌어진 아찔한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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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 개막식 오찬용 절단 토마토서 병원성 대장균 검출
검사 결과 통보 뒤 약 20분 만에 전량 폐기…행사 기간 식중독 사고 0건

전 세계 대표단이 모인 국제행사 오찬을 앞두고 음식에서 식중독균이 검출됐지만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현장 대응으로 배식 전 전량 폐기된 사실이 뒤늦게 공개됐다.

지난달 20일 부산 벡스코 제1전시장에서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본회의가 열리고 있다. / 뉴 스1
지난달 20일 부산 벡스코 제1전시장에서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본회의가 열리고 있다. / 뉴 스1

식품의약품안전처는 14일 공식 블로그 ‘못다 한 이야기’를 통해 지난 7월 부산에서 열린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식음료 안전관리 과정에서 있었던 일을 공개했다. 당시 오찬에 사용될 예정이던 절단 토마토에서 병원성 대장균 양성 반응이 나왔지만 검사 결과가 현장에 전달된 뒤 약 20분 만에 해당 식재료가 전량 폐기됐다.

오찬 앞두고 대장균 검출…20분 만에 전량 폐기

가장 긴박한 상황은 지난 7월 19일 본회의 개막식을 앞두고 벌어졌다. 오전 10시 20분쯤 행사장 식음료 안전관리 상황실에 오찬 메뉴에 들어갈 절단 토마토에서 병원성 대장균 양성 반응이 나왔다는 검사 결과가 전달됐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가 열린 7월은 식중독 발생 위험이 높아지는 한여름이었다. 전 세계 대표단이 한자리에 모이는 대규모 국제행사인 만큼 식약처는 행사 전부터 식음료 안전관리를 주요 과제로 두고 대응 체계를 가동했다.

검사 결과가 전달됐을 당시 현장에서는 개막식 오찬 준비가 한창 진행 중이었다. 식약처는 해당 식재료가 참가자들에게 제공되지 않도록 즉시 전량 폐기를 지시했고 현장에서는 폐기 여부를 확인하는 작업이 이어졌다. 검사 결과 통보부터 전량 폐기 완료 보고까지 걸린 시간은 약 20분이었다.

당시 상황 전파를 맡았던 김지훈 식약처 주무관은 현장 점검반의 메시지 확인 여부와 조치 상황을 계속 확인하며 최종 보고를 기다렸다. 문제 식재료에 대한 조치가 마무리되면서 개막식 오찬은 예정대로 진행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행사 기간 운영한 식중독 신속검사 차량. / 식품의약품안전처 제공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행사 기간 운영한 식중독 신속검사 차량. / 식품의약품안전처 제공

이같은 식약처의 신속한 대응 배경에는 행사 전부터 마련한 별도의 안전관리 체계가 있었다. 7월 중하순 한여름에 세계 각국 대표단이 한자리에 모이는 만큼 식약처는 식중독 발생 가능성에 대비해 부산 현장에 신속검사 차량 5대를 배치하고 식약처와 부산시 담당 공무원 80여 명을 투입했다.

식약처는 검사 결과를 신속하게 전달하기 위해 별도 SNS 연락망도 운영했다. 검사실에서 이상이 확인되면 상황실과 현장 점검반이 결과를 공유하고 해당 식품의 사용 중단과 폐기 여부를 곧바로 확인하는 방식이었다.

1395건 점검·438건 검사…식중독 사고 ‘0건’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행사장에서 식중독 신속검사를 진행하는 식품의약품안전처 직원들. / 식품의약품안전처 제공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행사장에서 식중독 신속검사를 진행하는 식품의약품안전처 직원들. / 식품의약품안전처 제공

절단 토마토 폐기 조치가 마무리되자 현장에는 잠시 안도감이 돌았다. 그러나 같은 날 저녁에는 1000명 이상이 참석하는 만찬이 예정돼 있었다. 직원들은 곧바로 식단 재점검과 조리·배식 현장 확인, 신속검사에 다시 들어갔다.

상황실과 현장 근무자들은 행사가 끝난 오후 10시까지 점검을 이어갔다. 참가자들에게 제공될 식음료를 확인하느라 자신의 저녁 식사를 제대로 챙기지 못한 직원들도 있었다.

행사 기간 식약처가 실시한 현장 점검은 총 1395건, 신속검사는 438건이었다. 이 과정에서 식중독균이 확인된 사례는 2건으로 모두 참석자에게 음식이 제공되기 전에 발견돼 해당 식품이 전량 폐기됐다.

현장 안전관리는 메뉴 검토와 식재료 확인, 조리·배식 과정 점검, 검체 수거와 신속검사까지 단계별로 진행됐다. 이상이 확인된 식품은 검사 결과를 현장에 즉시 전달해 배식 전에 차단했다.

행사 기간 식중독균이 확인된 사례는 2건이었지만 모두 배식 전에 폐기돼 실제 식중독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다. 식약처는 당시 대응 과정을 두고 메뉴 검토부터 현장 검사와 사후 조치까지 이어진 ‘소리 없는 전쟁’이었다고 전했다.

할로윈 새벽에는 맨홀 열어 ‘마약 흔적’ 추적

식약처가 앞서 공개한 또 다른 ‘못다 한 이야기’에서는 불법 마약류 사용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할로윈 새벽 직접 맨홀을 열고 하수를 채취한 조사 과정도 소개됐다.

식약처는 2020년부터 전국 하수처리장에 유입되는 생활하수를 분석해 마약류 사용 현황을 조사하고 있다. 마약류를 사용한 뒤 체외로 배출되는 성분이나 대사체가 하수에 남는 점을 활용하는 ‘하수역학’ 방식이다.

다만 하루 수만~수백만 톤의 생활하수가 한꺼번에 모이는 하수처리장에서는 마약 성분이 크게 희석돼 확인할 수 있는 물질과 농도에 한계가 있었다. 식약처 연구진은 이를 보완하기 위해 사람이 많이 몰리는 특정 장소와 시간대에 하수가 희석되기 전 직접 시료를 확보하는 방식으로 조사 범위를 넓혔다.

불법 마약류 사용 실태조사를 위해 맨홀을 열고 하수 시료를 채취하는 식품의약품안전처 직원들. / 식품의약품안전처 제
불법 마약류 사용 실태조사를 위해 맨홀을 열고 하수 시료를 채취하는 식품의약품안전처 직원들. / 식품의약품안전처 제

지난해 10월 31일 할로윈에는 경찰의 협조를 받아 유동 인구가 많은 지역에서 직접 맨홀을 열었다. 채수는 새벽 1시와 3시, 7시 등 세 차례 진행됐다. 한 팀이 현장에서 하수를 채취하면 다른 팀은 인근 숙소에서 밤새 시료를 여과하며 분석을 준비했다.

작업 도중에는 비까지 내렸다. 새벽 2시부터 비가 시작되면서 안전모와 안전조끼를 입은 연구진은 젖은 거리에서 맨홀 주변을 오가며 조사를 이어갔다. 일부 시민들은 이들을 하수관 정비 작업자로 생각해 우산을 건넸고 술집에서 잠시 비를 피할 때는 작업복 차림을 할로윈 분장으로 착각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긴 밤샘 조사 끝에 확보한 시료에서는 기존 하수처리장 조사에서 확인하기 어려웠던 코카인과 MDMA(엑스터시), 케타민, 합성대마 등이 검출됐다. 같은 장소를 할로윈이 아닌 평범한 주말에 조사했을 때는 나타나지 않았던 성분들이었다.

식약처는 이를 통해 특정 시기와 장소에 따라 마약류 사용 양상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식약처는 “더욱 촘촘한 하수역학 조사를 통해 마약류 사용의 흔적을 과학적으로 밝히겠다”며 “이 같은 노력이 마약 없는 안전한 사회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