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리노공업 노사갈등, 임금만큼 주주의 돈도 존중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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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균급여 1억1700만원·성과급 놓고 극한 대치…노동자의 몫만큼 투자자의 위험도 봐야
- 회사 이익은 임금만의 재원 아니다…투자·연구개발·주주환원까지 함께 따져야

총파업에 이어 삭발과 단식농성까지 이어지는 현장을 보면 자연스럽게 노동자들의 주장에 시선이 쏠린다. 실제 노조는 지난달 23일부터 무기한 파업을 이어가고 있으며, 노조 간부들은 최근 삭발과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그러나 취재를 이어갈수록 한 가지 질문을 피하기 어려웠다.
회사가 벌어들인 돈은 과연 노사만의 돈인가.
리노공업은 상장회사다.
공장을 움직이고 제품을 생산하는 직원이 있는 동시에 자신의 돈을 투자해 회사 주식을 보유한 주주가 있다.
주주는 월급을 받지 않는다.
회사가 성장하면 주가 상승이나 배당으로 투자 성과를 얻을 수 있지만 실적 악화와 기업가치 하락으로 주가가 떨어지면 투자원금에서 직접 손실을 본다. 회사가 그 손실을 보전해주는 것도 아니다.
반면 직원이 정상적으로 지급받은 임금은 근로의 대가다. 회사 실적이 악화됐다는 이유로 이미 지급된 월급을 회사에 다시 돌려주는 구조가 아니다.
물론 노동자도 회사가 어려워지면 고용불안이나 임금 감소 등 심각한 위험을 감수한다.
그러나 자본을 직접 투자한 주주가 부담하는 위험과 노동의 대가로 임금을 받는 근로자가 부담하는 위험은 성격이 다르다.
이 차이를 빼놓고 상장회사의 이익 배분을 이야기하기는 어렵다.
리노공업의 지난해 사업보고서상 직원 1인당 평균 급여는 약 1억1700만원이다. 회사 측은 최근 수년간 높은 수준의 특별성과급을 지급해왔다고 밝히고 있다.
현재 노사 갈등의 핵심 역시 성과급과 임금체계다.
노조는 수정안을 통해 고정상여금 400%, 상·하반기 성과급 각각 300%, 연말 별도 경영성과급 등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는 이를 단순히 더 많은 돈을 요구하는 것으로 봐서는 안 된다며 실적에 따라 변동 폭이 큰 성과급 중심 임금체계를 보다 안정적인 구조로 바꾸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노동조합이 임금의 안정성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히 제기할 수 있는 문제다.
그러나 회사 입장에서 고정급 확대는 또 다른 문제다.
성과에 따라 지급 규모를 조정할 수 있는 보상과 한번 제도화되면 경기가 나빠져도 지속적으로 부담해야 하는 고정성 인건비는 경영에서 같은 비용으로 볼 수 없다.
회사는 호황기에만 존재하는 조직이 아니다.
반도체 경기가 꺾이고 매출과 영업이익이 감소하는 상황에서도 직원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 연구개발과 설비투자를 이어가야 하고 고객사 납기를 맞추면서 경쟁사와 싸워야 한다.
상장기업이라면 주주도 외면할 수 없다.
회사가 벌어들인 이익에는 직원에 대한 보상뿐 아니라 미래 투자와 연구개발, 재무건전성 확보, 배당과 자사주 정책 등 주주가치를 위한 자본배분 문제까지 함께 따라붙는다.
실제 리노공업은 올해 3월 발표한 기업가치 제고 계획에서 결산 현금배당 주당 800원 이상과 배당성향 30% 이상을 목표로 제시했다.
노동자에게 성과를 나누는 것과 투자자에게 투자 성과를 돌려주는 것 가운데 어느 하나만 정답이라고 할 수 없는 이유다.
특히 회사가 많은 이익을 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그 이익을 인건비 확대의 근거로만 바라본다면 상장기업의 구조를 지나치게 단순화하게 된다.
회사의 현금은 하나다.
임금으로 지급한 돈은 동시에 설비투자에 사용할 수 없다. 연구개발에 투입한 돈은 같은 순간 배당할 수 없고, 주주환원에 사용한 돈 역시 다른 곳에 중복해서 쓸 수 없다.
결국 경영은 한정된 자원을 어디에, 얼마만큼 배분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일이다.
그리고 그 판단에 대한 시장의 평가가 가장 빠르게 숫자로 나타나는 곳 가운데 하나가 주가다.
주가가 떨어지면 주주는 그대로 손실을 떠안는다.
예컨대 1억원을 투자한 주식이 30% 하락하면 평가자산에서 3000만원이 줄어든다. 회사가 이를 돌려주지 않는다.
그래서 주주는 기업이 돈을 얼마나 벌었는지만 보는 것이 아니다.
그 돈을 어디에 쓰는지도 지켜본다.
임직원 보상이 적절한지, 연구개발은 충분한지, 설비투자는 제대로 이뤄지는지, 미래 성장동력에 투자하고 있는지, 배당은 적정한지, 주주환원 여력은 있는지를 함께 따진다.
그것이 상장회사가 감당해야 하는 책임이다.
노동자의 권리를 가볍게 보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리노공업이 지금의 회사로 성장하는 과정에는 현장에서 일해온 직원들의 기여가 있었고, 직원들은 회사의 성과에 걸맞은 보상을 요구할 권리가 있다.
동시에 지난해 직원 평균 급여가 1억원을 넘어선 회사라면 추가적인 고정급 확대가 향후 회사의 비용 구조와 경쟁력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도 냉정하게 따져야 한다.
장기 파업으로 생산과 납기에 문제가 생기고 결국 기업가치가 훼손된다면 피해 역시 경영진에게서 끝나지 않는다.
회사를 믿고 자신의 돈을 투자한 주주들에게 그대로 전달된다.
이 대목에서 노조 역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회사가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을 때 더 많은 성과 배분을 요구한다면 반대로 불황이 찾아왔을 때 기업이 감당해야 할 부담까지 함께 고려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노동자의 일자리를 지키는 길일 수 있다.
임금은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다. 그렇기 때문에 회사가 어려워졌다고 이미 지급된 월급을 돌려달라고 할 수 없다.
바로 그 이유 때문에 경영진 역시 호황기의 실적만을 기준으로 향후 되돌리기 어려운 고정비를 늘리는 결정에는 신중할 수밖에 없다.
최근 이채윤 대표와 통화하면서 들은 회사 측 입장도 결국 이 문제로 모아졌다.
회사는 그동안 직원들에게 지급해야 할 만큼의 보상을 해왔다는 취지였다.
그 말이 옳은지는 회사 주장만 듣고 판단할 일이 아니다.
평균 급여와 과거 성과급 지급 수준, 회사가 제시한 협상안과 노조가 요구하는 조건을 모두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판단해야 한다.
기자 역시 앞선 취재에서는 노조의 입장을 상대적으로 크게 다뤘다.
하지만 취재는 어느 한쪽 목소리를 크게 전달하는 데서 끝나서는 안 된다.
삭발과 단식이라는 강렬한 장면 뒤에는 회사가 있고, 그 회사 뒤에는 직원뿐 아니라 자신의 돈을 투자한 수많은 주주도 있다.
노동자의 몫은 존중받아야 한다.
주주의 돈도 존중받아야 한다.
회사의 이익은 어느 한쪽만의 몫이 아니다.
직원의 오늘을 책임지는 임금이면서 회사의 내일을 위한 투자금이고, 위험을 감수하고 자본을 댄 주주에게 성과를 돌려줄 재원이기도 하다.
리노공업 노사 갈등을 이제 단순히 ‘회사가 얼마나 더 줄 것이냐’는 질문으로만 바라봐서는 안 된다.
기업이 지속해서 성장하면서 직원에게 높은 수준의 보상을 하고, 미래에도 투자하며, 투자자에게도 합당한 성과를 돌려줄 수 있는 균형점은 어디인가.
지금 리노공업 노사가 협상 테이블에서 찾아야 할 답은 바로 그것이다.
현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해 기술개발과 연구투자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고 있다.”
삼성전자는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올 상반기 연구개발(R&D)과 시설투자에 55조 원 이상을 투입하는 등 반도체 기업들은 벌어들인 이익을 기술개발과 미래 경쟁력 확보에 다시 쏟아붓고 있다. SK하이닉스 역시 AI 반도체 경쟁력 강화를 위한 연구개발과 설비투자를 확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