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수산물 전문가 경고 "이런 피문어 샀다면 당장 환불받아야... 큰일 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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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문어 속 머리카락처럼 보이는 이물질의 정체
삶은 문어 살점 사이에 머리카락 같은 것이 촘촘히 박혀 있다. 뽑아내려 해도 잘 빠지지 않고, 손끝으로 만지면 생선 가시처럼 단단하고 뾰족하다. 이걸 모르고 삼켰다가는 식도나 목, 입천장에 그대로 꽂힐 수 있다. 겉으로 드러난 것뿐 아니라 살 속 깊이 파고든 것도 있어 눈으로 골라내기도 쉽지 않다.

수산물 전문가 김지민씨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입질의추억TV'에 삶은 피문어를 샀다가 이런 이물질을 발견한 소비자의 제보가 소개됐다. 제보자는 살에 박힌 머리카락 같은 것을 두고 "피가 흐르던 핏줄이 맞느냐"고 물었다. 정답은 전혀 달랐다.
김씨의 설명에 따르면 이 정체불명의 물질은 '비늘벌레'다. 정식으로는 비늘갯지렁이류에 속하는 해양 생물이다. 일본에서는 '우로코'라고 부른다. 갯지렁이라는 이름 탓에 갯벌에만 사는 생물로 오해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바위에 붙은 해조류 군락이나 모랫바닥 등 바다 밑바닥 곳곳에 서식한다. 개체 수로만 보면 바다 밑바닥 생태계를 지배하다시피 하는 무리다.
비늘갯지렁이류라는 이름은 등을 덮은 비늘 모양의 딱딱한 구조물에서 나왔다. 이 비늘은 주변 환경에 따라 형태와 색, 무늬를 바꿔 천적으로부터 몸을 숨기는 위장 수단으로 쓰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종 다양성은 매우 높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아직 연구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분류군이기도 하다. 겉모습은 송충이처럼 생겼고 몸통에 털이 부슬부슬하게 나 있는데, 문제는 이 털처럼 보이는 것이 실제로는 매우 단단하고 날카로운 가시라는 점이다.

이 가시가 문어 살에 박히는 과정에는 두 생물의 서식 환경이 얽혀 있다. 김씨가 소개한 문어는 피문어, 즉 대문어다. 국립수산과학원이 정한 정식 명칭은 대문어이지만 몸빛이 붉은색을 띠어 흔히 피문어로 불린다. 주로 동해에서 잡히고 성체는 몸무게가 50㎏까지 자라는 대형 문어다. 부드럽고 연한 살에 단맛이 진해, 남해 얕은 바다 돌틈에서 나 갈색을 띠는 참문어(돌문어)와 함께 대표적인 식용 문어로 꼽힌다. 참문어가 쫄깃한 식감으로 승부한다면 대문어는 크기가 크고 살이 부드러워 대중적으로 더 널리 찾는다.
문어는 생물학적으로도 독특한 동물이다. 심장이 하나가 아니라 세 개다. 하나는 몸통에, 나머지 둘은 아가미와 다리에 피를 보낸다. 피는 사람처럼 붉지 않고 헤모시아닌을 바탕으로 해 푸른빛을 띤다. 이런 대문어가 해저 돌틈에 자주 숨어 산다. 문제는 비늘갯지렁이 역시 같은 바닥층을 삶터로 삼아 서식지가 겹친다는 점이다.
가시가 문어 살에 박히는 결정적 계기는 어획 방식이다. 문어는 주로 통발이나 그물로 잡는다. 문어단지나 낚시로도 잡는다. 이 과정에서 바닥에 함께 있던 비늘갯지렁이가 목표 어종이 아닌데도 딸려 올라오는 혼획이 일어난다. 그물이나 통발 안에서 잡힌 문어가 온몸을 심하게 비틀며 몸부림치는 사이, 비늘갯지렁이의 가시가 문어의 물렁한 살을 파고드는 것이다. 여덟 개의 다리를 힘껏 감고 비트는 문어의 습성이 오히려 가시를 더 깊이 박아 넣는 셈이다.
박힌 직후에는 눈에 잘 띄지 않는다. 비늘갯지렁이의 털 색깔이 하얀 탓에 처음에는 살 속에 파묻혀 보이지 않는다. 그러다 문어를 삶고 나면 이 부위가 검게 변하는 흑변 현상이 생긴다. 이때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겨 '머리카락 같은 게 박혔겠지' 하고 넘겨 판매하는 경우가 생긴다. 성게 가시가 박힌 것 아니냐는 식으로 오해하는 일도 있다.

김씨는 "이건 뽑아서 먹을 수 있는 게 아니다"라며 "무조건 폐기 처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시가 생선 가시처럼 단단하고 날카로워 잘못 삼키면 식도나 목, 입천장에 박힐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어린아이나 노약자가 먹을 경우 위험이 크다. 겉에 드러난 것이 전부가 아니라 살 속에도 박혀 있을 수 있기에 한 번 발견되면 그 문어 자체를 신뢰하기 어렵다.
김씨는 문어를 판매하는 상인이라면 이런 특성을 반드시 숙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상인이 무슨 나쁜 의도로 판다기보다 특성을 몰라 그냥 내보내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손님이 이런 문어를 사갔다가 살 속에서 검게 변한 가시를 발견하면 곧바로 환불이나 교환을 요청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실제로 이번 제보자도 김씨의 안내를 받은 뒤 판매처로부터 환불을 받았다.
같은 방송에서는 낚시로 잡은 광어를 회로 떠 왔다가 엉뚱한 생선을 받은 것 아니냐는 제보도 다뤄졌다. 제보자는 좌대에서 낚시로 40㎝ 안팎의 광어 한 마리를 잡은 뒤 근처 가게에 맡겨 회를 떴다고 한다. 그런데 집에 와서 보니 회의 양이 지나치게 적었고, 광어 특유의 빛깔과도 거리가 멀었다는 것이다.
김씨는 접시에 담긴 회와 원물 사진을 보고 "이건 좀 이상하다"고 봤다. 등 쪽이 창백하고 검은 실핏줄과 검은 껍질막이 보이는 점을 근거로 양식 강도다리에 가까운 느낌이라고 진단했다. 무엇보다 아무리 마른 광어라 해도 40㎝ 크기에서 이 정도 양밖에 나오지 않는 것은 설명이 되지 않는다고 봤다.
다만 김씨는 자연산 광어를 양식 강도다리로 바꿔치기할 이유가 있는지에는 물음표를 달았다. 가격만 놓고 보면 양식 강도다리가 자연산 광어에 밀리지 않고 오히려 더 비쌀 수도 있기에 굳이 바꿀 실익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손님이 낚아 온 저가 광어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며 대놓고 다른 생선을 내줬거나 손님이 맡긴 것과 뒤바뀌었을 가능성을 열어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