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리노공업 2천억 신공장, 노사갈등에 가려져선 안 될 ‘부산의 미래투자’

작성일

- 수도권 대신 부산에 2천억 재투자…에코델타시티에 기존 공장 2배 규모 신공장
- 분산 생산라인 통합·생산능력 확대…2026년 하반기 가동 목표
- 노사갈등은 풀어야 할 과제지만 지역 투자와 기업의 미래 전략은 별도로 평가해야

[부산=위키트리 최학봉 선임기자] 최근 리노공업을 둘러싼 뉴스의 대부분은 노사갈등에 집중돼 있다.

총파업과 교섭 결렬, 삭발과 단식농성까지 이어지면서 자연스럽게 세간의 관심도 노사 대립에 쏠리고 있다.

그러나 기업을 바라볼 때 눈앞의 갈등만으로 전체를 판단해서도 안 된다.

▲ 리노공업이 총 2,000억 원을 투자해 부산 강서구 에코델타시티에 건립 중인 신공장 조감도. 기존 공장의 약 2배 규모로 조성되며 2026년 하반기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 사진=부산시
▲ 리노공업이 총 2,000억 원을 투자해 부산 강서구 에코델타시티에 건립 중인 신공장 조감도. 기존 공장의 약 2배 규모로 조성되며 2026년 하반기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 사진=부산시

지금 리노공업에서는 노사갈등과 별개로 부산 제조업의 미래와 연결될 수 있는 대규모 투자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리노공업은 총 2,000억 원을 투입해 기존 강서구 미음산단 본사를 에코델타시티로 확장 이전하는 신공장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신공장이 들어서는 부지는 약 7만2,519㎡, 연면적은 약 6만9,525㎡ 규모로 기존 공장과 비교해 약 두 배 수준이다.

회사가 여러 곳에 분산된 생산라인을 한곳으로 통합하고 생산 효율성을 높이는 동시에 향후 생산능력을 크게 확대하기 위한 투자다.

계획대로 진행될 경우 신공장은 2026년 하반기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신규 고용도 약 200명 규모로 예상된다.

주목할 부분은 리노공업이 성장 과정에서 생산시설을 수도권이나 다른 지역으로 옮기기보다 다시 부산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업은 성장하면 더 좋은 입지와 인력 확보 등을 이유로 수도권 이전을 검토할 수 있다.

그런 상황에서 지역에 2,000억 원 규모의 생산시설을 짓는 것은 단순한 공장 이전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공장 건설부터 장비 도입, 협력업체 거래, 신규 고용까지 이어지면 지역 경제에도 적지 않은 파급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특히 반도체 산업은 기술 변화 속도가 빠르다.

현재의 실적만으로 미래 경쟁력을 보장받을 수 없는 산업이다.

기업이 벌어들인 이익을 연구개발과 생산설비에 다시 투자하지 않으면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렵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주요 반도체 기업들이 해마다 막대한 자금을 연구개발과 설비투자에 투입하는 이유도 결국 미래 경쟁력 확보에 있다.

리노공업의 이번 신공장 투자 역시 같은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물론 현재 진행 중인 노사갈등은 회사가 반드시 풀어야 할 과제다.

노동환경과 임금, 조직문화에 대한 근로자들의 목소리를 가볍게 볼 수 없으며 회사 역시 노조와의 대화를 통해 접점을 찾아야 한다.

하지만 노사갈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기업이 추진하는 모든 투자와 경영 판단까지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노사 문제는 노사 문제대로 따져야 하고, 지역에 대한 투자와 미래 성장 전략은 그 자체로 평가할 필요가 있다.

2,000억 원은 작은 돈이 아니다.

더구나 그 돈이 부산을 떠나는 데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부산에 새로운 생산시설을 만들고 일자리를 늘리는 데 투입된다면 지역사회가 관심을 가져야 할 사안이다.

리노공업에도 숙제가 남아 있다.

신공장을 계획대로 완공하고 정상 가동하는 것은 물론, 노사갈등을 조속히 해결해 생산 차질과 내부 갈등이 미래 투자까지 흔드는 상황을 막아야 한다.

노조 역시 기업의 장기적인 투자와 경쟁력이 결국 고용 안정과 연결된다는 점을 함께 바라볼 필요가 있다.

기업을 평가할 때 한쪽 면만 바라봐서는 전체가 보이지 않는다.

노사갈등이라는 나무만 바라보다가 2,000억 원 규모의 지역 재투자와 부산 제조업의 미래라는 숲을 놓쳐서는 안 된다.

리노공업의 에코델타시티 신공장이 지금의 갈등을 넘어 부산에서 다시 성장하는 기업의 새로운 출발점이 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