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 “AI로 5년 내 직무 대체·축소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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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직 또는 구직 청년 1000명 대상 조사 결과
AI로 인한 일자리 우려 비율, 구직 청년 '63.8%'
구직 중인 청년 10명 중 6명 이상이 앞으로 5년 안에 자신이 맡거나 희망하는 일자리가 인공지능(AI)에 밀려 사라지거나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AI가 커리어 경쟁력을 키워줄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지만, 초급 업무 감소와 청년층 안에서 벌어질 역량 격차에 대한 불안이 깔렸다. 실제 고용 통계에서도 최근 청년 일자리 감소가 AI 영향을 크게 받는 업종에 집중되면서, 청년들이 느끼는 위기감이 현실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내 직무, AI가 대체할 것"…불안 큰 구직 청년
한국경제인협회는 여론조사기관 모노리서치에 맡겨 재직 또는 구직 중인 만 19~34세 청년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AI 확산에 따른 청년 일자리 인식 조사' 결과를 18일 발표했다.
조사에서 전체 응답자의 53.9%는 향후 5년 내 현재 또는 희망 직무가 AI로 대체·축소될 가능성이 높다고 답했다. 이때 취업 상태에 따라 온도차가 더욱 뚜렷했다. 구직 청년 315명 가운데 이렇게 응답한 비율은 63.8%로, 재직 청년 685명의 49.4%보다 14.4%포인트 높았다. 아직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청년들이 AI 확산에 따른 고용시장 위축을 더 예민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직무의 AI 노출도가 높을수록 우려도 커졌다. 사무종사자와 관리자·전문가 등 AI 고노출 직무군에서는 58.4%가 직무 대체 가능성을 높게 봤다. 반면 단순노무종사자와 농림어업 숙련종사자 등 저노출 직무군은 45.8%에 그쳐, 두 집단 간 격차가 12.6%포인트 벌어졌다.
직무를 넘어 업종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시각도 적지 않았다. 전체 응답자의 44.5%는 현재 또는 희망 업종이 AI로 대체·축소될 가능성이 높다고 답했다. 구직 청년(47.6%)이 재직 청년(43.2%)보다 다소 높았다. 업종별로는 금융·보험업과 정보통신업 등 AI 고노출 업종군에서 54.5%가 축소 가능성을 높게 평가해, 운수·창고업과 건설업 등 저노출 업종군(43.5%)보다 높았다.

기대와 불안의 공존…"경력 사다리 끊길라"
AI를 바라보는 청년들의 시선에는 기대와 불안이 함께 담겼다. AI가 업무 전문성과 커리어 경쟁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는 응답은 64.7%에 달했고, 동의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7.3%에 그쳤다. 특히 AI 고노출 직무군에서는 이 비율이 74.4%로, 저노출 직무군(50.8%)보다 크게 높았다.
그러나 AI 활용 능력의 격차가 취업이나 커리어 경쟁에서 뒤처지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응답도 53.6%였다. 이 역시 구직 청년(56.9%)이 재직 청년(52.1%)보다, AI 고노출 직무군(59.1%)이 저노출 직무군(43.6%)보다 높았다.
청년들이 특히 우려한 대목은 신입에서 숙련 인력으로 이어지는 '경력 사다리' 자체가 흔들릴 가능성이었다. AI가 초급·반복 업무를 대신하면서 청년이 고숙련 인력으로 성장할 기회가 줄어들 것이라는 데 65.6%가 동의했고, 반대 의견은 7.3%에 불과했다. AI 활용 역량 차이로 청년층 내부의 소득·취업·커리어 격차가 벌어질 것이라는 전망에는 67.7%가 동의해, 동의하지 않는다는 응답(6.7%)을 크게 앞질렀다.
AI 시대 청년 일자리 안정을 위해 필요한 정책으로는 '청년 신규 채용 기업 지원 강화'가 23.8%로 가장 많이 꼽혔다. 이어 신입·초급 직무 경험 기회 확대(23.7%), 청년 대상 AI 활용 역량 교육 강화(19.8%), 인력 부족 분야 근무 여건 개선(15.9%) 순이었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본부장은 "청년일자리도약장려금 등 현행 청년 채용 지원제도를 단순 채용 지원에 그치지 않고 초급 직무 경험과 AI 활용 훈련을 제공하는 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보완할 필요가 있다"며 "인턴십 등 일 경험 사업도 AI를 활용하는 프로젝트형 직무 경험 중심으로 고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달 21일부터 31일까지 모바일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다.

통계로 드러난 청년 고용 한파…감소 중심축은 'AI 고노출' 업종
청년들의 불안은 최근 고용 지표에서도 뒷받침된다. 16일 국가데이터처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7월 임금근로자는 2248만 7000명으로 1년 전보다 1만 1000명 줄었다. 올해 4월부터 4개월 연속 감소로, 최근 30년간 임금근로자가 4개월 이상 연이어 줄어든 것은 외환위기와 코로나19 이후 처음이다.
마이크로데이터 분석 결과 7월 청년층(15~29세) 취업자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19만 1362명 감소했다. 이 가운데 정보통신업에서 7만 4517명이 줄었는데, 이는 마이크로데이터 온라인 분석이 가능한 2014년 이후 월간 기준 최대 감소 폭이다. 연구개발업과 법무·회계·세무·컨설팅 등이 포함된 전문·과학·기술서비스업에서도 청년 취업자가 2만3640명 줄었다.
두 업종에서 사라진 청년 취업자는 9만 8157명으로, 7월 전체 청년층 취업자 감소분의 51.3%를 차지했다. 두 업종이 청년 고용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1.6%(정보통신업 5.2%, 전문·과학·기술서비스업 6.5%)에 불과한 점을 감안하면, 감소세가 이들 AI 고노출 업종에 유독 집중된 것이다.
"제조·숙박에서 IT·전문서비스로"…AI 습격 가시화
과거 청년 고용 감소는 제조업과 숙박·음식점업 등 전통 대면 산업이 주도했다. 지난해에는 전체 청년 취업자 감소분의 67.5%가 이 두 업종에서 나왔다. 그러나 올해 들어 흐름이 바뀌었다. 정보통신업과 전문·과학·기술서비스업의 감소분 비중은 지난 2월 65.6%까지 치솟았고, 3월 33.1%로 낮아졌다가 이후 40%대를 유지한 끝에 7월 다시 올라섰다.
다만 이번 통계만으로 AI를 청년 고용 감소의 직접 원인으로 단정하기는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연령과 산업을 교차한 마이크로데이터 분석은 표본 오차가 클 수 있는 데다, 정보통신업과 전문·과학·기술서비스업은 최근까지 청년 취업자가 꾸준히 늘어온 만큼 기저효과나 일시적 고용 조정이 반영됐을 가능성도 있다.
그럼에도 AI 확산이 청년층에 더 큰 충격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우려는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2월 발표한 'AI와 한국경제' 보고서는 저연령층이 교육 수준 차이 등으로 고연령층보다 AI 노출도가 높은 일자리에 더 많이 종사한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국내 일자리 중 절반 이상인 51%가 AI 도입에 큰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여성, 청년층, 고학력·고소득층에게 AI는 위기이자 기회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교육 및 재훈련 프로그램을 통해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제고하는 동시에 취약계층을 위한 사회적 안전망을 강화하는 맞춤형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