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 아닌데 사리 나올 뻔” 정청래 작심 토로 “당대표 때 못한 말 하고 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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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배 후 라방서 심경 토로…“말의 감옥에서 힘들었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신임 당대표가 17일 대전시 유성구 대전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왼쪽) 후보와 포옹하고 있다. / 뉴스1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신임 당대표가 17일 대전시 유성구 대전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왼쪽) 후보와 포옹하고 있다. / 뉴스1

8·17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연임에 실패한 정청래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이재명 정부를 향한 쓴소리를 예고했다. 국민여론조사에서 승리하며 일약 대권 주자급으로 떠오른 정 전 대표가 "인생 뭐 있나"며 당대표 시절 하지 못했던 말을 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18일 정치권에 따르면 정 전 대표는 전날 대전 전당대회가 끝난 후 상경하는 차 안에서 자신의 유튜브 채널 '정청래떴다TV'를 켜고 지지자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개혁 당대표 후보로 그쳤지만, 그 깃발을 내릴 순 없다"면서 "당대표 1년간 하면서 할 말 못 하고 참고, 스님도 아닌데 사리가 나올 정도였다"고 토로했다.

이어 "당대표일 때 하지 못했던 말들을 하겠다. 할 말은 하고 살겠다. 인생 뭐 있습니까"라며 "당대표를 하면서 말 못 하는 고통이 너무 컸다. 말의 감옥에서 정말 힘들었다"고 고백했다.

정 전 대표의 이 발언은 단순한 패배 소회가 아니다. 집권 여당 대표라는 무게감 때문에 눌러 담아야 했던 정치적 자율성을 회복하고, 향후 이재명 정부를 향해 독립적인 목소리를 내겠다는 본격적인 신호탄으로 읽힌다.

그가 토로한 '말의 감옥'이라는 표현은 당 대표 재임 시절 겪었던 당정 간의 미묘한 갈등과 당내 주도권 다툼의 고충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당권 경쟁자였던 김민석 신임 대표와의 갈등이 대표적이다.

전당대회 과정에서 김 대표는 정 전 대표 시절의 당정 관계를 '명청대전'이라 비판하며 국정운영 리더십 부족을 지적했고, 정 전 대표 역시 김 대표 측의 '반명·분열주의' 프레임에 강력히 반발하며 맞섰다. 당의 분열을 막기 위해 언행을 절제해야 했던 제약이 그에게는 '사리가 나올 정도'의 압박이었던 셈이다.

전당대회가 끝난후 상경하는 차 안에서 유튜브 생방송을 통해 심경을 밝히는 정청래 전 대표. / 유튜브 채널 '정청래 TV떴다!'
전당대회가 끝난후 상경하는 차 안에서 유튜브 생방송을 통해 심경을 밝히는 정청래 전 대표. / 유튜브 채널 '정청래 TV떴다!'

정 전 대표는 유튜브 방송에서 이번 전당대회 국민여론조사 결과에 특히 의미를 부여했다. 국민여론조사에서 정 대표는 득표율 50.70%, 김민석 대표는 49.30%를 기록했다.

정 전 대표는 "국민여론조사를 이겼는데, 그것도 (선호투표제를 통해) 송영길 2순위 표까지 더해서 나온 결과"라며 "송영길 2순위표 성향상 7대3이었다. (선호투표 결과를 빼면) 제가 47%, 김민석이 42% 정도 나온 것으로 예상된다"고 진단했다. 여론조사에서 송 후보를 1순위로 지지한다고 답한 응답자들의 표는 2순위로 김 대표 또는 정 전 대표를 지지한다고 답한 비율대로 두 사람에게 배분됐는데, 여기서 김 대표에게 좀 더 많은 표가 갔기 때문에 김 대표 지지율이 과장됐다는 것이다.

자신의 주장이 틀리지 않았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김민석 대표는 이겼지만 그의 주장은 진 것이 많다”며 “정청래가 숫자로 졌지만 지지자는 이겼고, 숫자로 졌지만 주장까지 진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지지층의 탈당을 적극 만류하고 나섰다. 그는 "억울한 공격, 부당한 공격, 집단 폭행당하듯 많은 공격을 받았는데 그때마다 여러분들이 있어서 견딜 수 있었다"면서 "절대 탈당하면 안된다. 당의 주인이 왜 집을 나가나"고 반문했다.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 전 대표는 김 대표와의 2강 구도 경쟁에서 과반을 저지하며 선호투표제까지 끌고 가는 저력을 과시했다. 3위 후보의 2순위 표가 두 후보에게 나눠지는데, 친명(친이재명)인 송영길 의원의 표가 분산되며 김 대표에게 유리한 구도가 형성됐다는 평가다.

이런 상황에서도 선호투표제를 모두 적용해 정 전 대표는 45.92%의 최종 득표율을 기록했다. 김 전 대표는 호남에서 정 전 대표를 여유롭게 앞서며 최종 득표율이 54.08%를 기록했지만, 이재명 대통령의 호남 반도체 투자 등 정부 발표로 지원 사격을 받았다는 시각이 따른다.

실제 서울과 경기에서는 정 전 대표가 각각 46.17%, 46.37%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김 대표와 1%p 안팎의 접전을 벌였다.


이번 전당대회를 계기로 정 전 대표는 여권의 명실상부한 차기 대권 주자로 거듭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8월 당대표에 당선된 후 명청대전 논란 등으로 그의 정치력에 물음표가 달렸지만, 이번 전당대회에서 자신의 지분을 다시 한번 증명했다는 평가다.

'팀 정청래'로 최고위원에 출마했던 최민희·이성윤·한민수 의원이 모두 지도부에 입성한 것도 그의 존재감을 키운 요인으로 꼽힌다.

정 전 대표는 앞으로 여권 내부에서 가장 날카로운 '내부 비판자'이자 선명성 있는 주주로서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크다. 그의 쓴소리 선언은 이재명 정부와 김민석 지도부 체제에 상당한 정치적 부담이자, 역설적으로 여권 내 역동성을 강제하는 변수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