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 생맥주 한 잔'도 이젠 부담…정부, 세금 깎아주던 걸 멈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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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프집 폐업 가속화, 생맥주 가격 인상이 미칠 영향은?
퇴근 후 호프집에서 가볍게 즐기던 생맥주 한 잔의 가격이 내년부터 오를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생맥주에 적용돼 온 한시적인 주세 20% 경감 제도가 올해 말 종료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다만 세금이 오른다고 해서 소비자가격이 반드시 같은 폭으로 오르는 것은 아니다. 실제 가격은 주세 인상분을 제조사와 유통업체, 음식점 등이 어떻게 나눠 부담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여기에 원재료비와 인건비, 임대료 등 주점 운영비가 함께 오르고 있어 업계에서는 세금 인상 이상의 가격 조정 가능성도 거론하고 있다. 반면 국회에서 감면 제도를 연장하는 법안이 발의된 만큼 최종적으로 제도가 어떻게 바뀔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7년 동안 생맥주에만 적용된 세금 감면
현재 생맥주에는 일반 맥주와 동일한 기본 주세율이 적용되지만, 일정 요건을 충족하는 생맥주에는 한시적인 경감 규정이 적용되고 있다.
현행 주세법은 별도의 추출장치를 사용하는 8리터 이상의 용기에 담아 판매하는 맥주 가운데 2026년 12월 31일까지 제조장에서 반출되거나 수입 신고되는 물량에 대해 기본 세율의 80%를 적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기본 세율에서 20%를 낮춰주는 방식이다.
여기서 ‘주세’는 맥주나 소주 같은 주류를 제조하거나 수입할 때 부과되는 세금이다. 소비자가 술집에서 결제하는 가격에 주세가 별도로 표시되는 것은 아니지만, 주류 제조·유통 과정에서 발생한 세금은 최종 판매가격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맥주의 기본 주세는 현재 1킬로리터당 88만5700원이다. 1킬로리터는 1000리터이므로 단순히 계산하면 1리터당 885.7원의 주세가 부과되는 구조다. 현재 생맥주 경감 대상 물량에는 이 세율의 80%가 적용된다.
정부가 앞서 이 제도를 연장한 것은 주점과 소규모 외식업체 등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목적이 컸다. 생맥주는 캔이나 병에 담긴 제품과 달리 음식점에서 잔 단위로 판매되는 비중이 높아 세금 변화가 외식업계의 가격과 직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2023년 정부는 당시 종료 예정이던 생맥주 주세 한시경감 제도를 2026년 말까지 연장했다. 당시 발표된 경감률도 20%였다.

'생맥주 500' 한 잔에 세금은 얼마나 붙나
현재 업계에서 주목하는 부분은 결국 소비자가 체감하는 가격이다.
기본 세율인 1킬로리터당 88만5700원을 기준으로 하면 500㎖ 생맥주 한 잔에 해당하는 주세는 약 443원이다. 20% 경감이 적용될 경우에는 약 354원 수준이어서 단순 차액은 약 89원이다.
다만 실제 소비자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주세만으로 계산할 수 없다. 주세에는 교육세가 연동되고, 최종 판매 단계에서는 부가가치세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업계가 생맥주 500㎖ 한 잔의 세 부담 증가분을 약 127원 수준으로 추산하는 것도 이런 세금 구조를 함께 고려한 결과다.
중요한 것은 이 금액이 곧바로 ‘생맥주 가격이 127원 오른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점이다. 세금이 127원 늘어났다고 해서 음식점이 반드시 판매가격을 127원만큼 올리는 것도 아니고, 반대로 세금 인상분보다 더 큰 폭으로 가격을 조정하는 것도 가능하다.
예를 들어 음식점 주인이 세금 증가분의 일부를 직접 부담하면 소비자가격 인상폭은 작아질 수 있다. 반대로 인건비와 임대료, 전기료, 식재료 가격 등이 동시에 상승한 상황이라면 세금 인상을 계기로 잔 가격 자체를 조정할 수도 있다.
그래서 업계에서 거론되는 500~1000원 수준의 가격 인상 가능성은 세금 인상액 자체가 아니라 각종 비용 상승분까지 포함한 판매가격 조정 가능성을 의미한다. 현재 모든 음식점이 이 정도 폭으로 가격을 올린다는 확정된 방침은 아니다.

이미 어려워진 호프집에 또 다른 부담
생맥주 가격 문제는 주류 제조사만의 문제가 아니다. 생맥주를 판매하는 음식점과 주점의 경영 여건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서울시 상권분석서비스 자료를 보면 올해 1분기 서울의 호프·간이주점은 1만5595곳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1만6690곳과 비교하면 1095곳, 6.6% 감소했다. 2024년 1분기 1만8179곳과 비교하면 2년 사이 2584곳, 14.2% 줄어든 규모다.
신규 개업과 폐업의 격차도 컸다. 올해 1분기 새로 문을 연 서울의 호프·간이주점은 313곳이었지만 폐업한 곳은 597곳으로, 폐업 점포가 신규 점포보다 284곳 많았다.
이는 생맥주 주세 감면 종료가 단순히 ‘술값이 조금 오르는 문제’로 끝나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다. 주점 입장에서는 매출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주류 원가와 인건비, 임차료 등의 고정·변동비를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술자리 문화 자체가 예전과 달라지고 있다. 장시간 이어지는 회식이나 여러 차례의 2차 술자리보다 식사와 가벼운 음주를 한 차례로 끝내는 문화가 확산하면서 주점에서 발생하는 주류 소비량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국세청 국세통계포털 기준 국내 주류 출고량은 2015년 407만3615㎘에서 지난해 298만7726㎘로 감소했다. 10년 사이 약 26.7% 줄어든 것이다. 지난해 맥주 출고량도 151만8931㎘로 전년보다 7.2% 감소했고, 희석식 소주 출고량은 79만2912㎘로 2.8% 줄었다.
주류업계가 생맥주 시장의 세금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소비량이 줄어드는 가운데 비용이 늘어나면 제조사와 음식점 모두 가격을 조정할 유인이 커질 수 있다.

맥주 회사도 실적 부담…AI 시대와 달라진 술 소비
맥주 시장의 변화는 제조사 실적에서도 나타난다.
하이트진로의 경우 맥주 부문 실적이 최근 시장 위축의 영향을 받고 있다. 국내 맥주 시장에서 경쟁하는 주요 업체들도 판매량과 수익성 개선을 위해 제품 구성과 유통 전략을 조정하고 있다.
롯데칠성음료가 지난해 11월 말 생맥주 사업에서 철수한 것도 시장 상황의 변화를 보여주는 사례다. 회사는 이후 캔과 병 제품 중심으로 판매하고 있다.
생맥주와 캔·병맥주의 차이는 단순히 용기의 차이에 그치지 않는다. 생맥주는 음식점에서 냉각 장치와 추출장치 등을 거쳐 잔에 따라 판매되기 때문에 음식점 운영과 직접 연결된다. 반면 캔이나 병맥주는 유통과 보관 방식이 상대적으로 단순해 소비자가 편의점이나 대형마트 등 다양한 채널에서 구매할 수 있다.
따라서 생맥주에 대한 세제 지원은 제조사뿐 아니라 음식점과 소비자까지 연결되는 구조다. 제도가 종료되면 주세 부담이 제조·유통 단계에서 증가하고, 이 비용이 어느 정도 최종 판매가격에 반영될지가 관건이다.
가격 인상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현재 생맥주 주세 경감 종료를 둘러싼 가장 중요한 변수는 국회다.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7일 생맥주 주세 20% 경감 혜택의 일몰 조항을 삭제하는 내용의 주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법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현재 예정된 감면 종료 시점이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내년부터 생맥주 한 잔이 무조건 500원 또는 1000원 오른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정부가 제도를 그대로 종료할지, 국회 논의를 거쳐 연장하거나 다른 방식의 지원책을 마련할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주류업체 역시 가격 인상 여부에 대해 아직 확정된 내용이 없다는 입장이다. 결국 올해 남은 기간 동안 정부와 국회의 세법 논의, 제조사의 원가 부담, 음식점의 판매가격 결정이 차례로 맞물려야 실제 소비자가격이 결정될 전망이다.
소비자 입장에서 확인해야 할 것도 단순하다. 내년 생맥주 가격이 오르더라도 그 인상분 전체가 주세 때문인 것은 아니다. 주세는 가격을 구성하는 여러 비용 가운데 하나이며, 원재료와 물류, 인건비, 임대료, 음식점의 마진 등이 함께 반영돼 최종 가격이 결정된다.
반대로 세금 부담이 커졌다고 해서 음식점이 반드시 그만큼 가격을 올려야 하는 것도 아니다. 업주가 일부 비용을 감수하거나 제조사가 가격 인상을 최소화할 경우 실제 잔 가격 상승폭은 세금 증가분보다 작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