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이란전 안 풀리자 한국에 화풀이…“희생양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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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한미연합훈련 ‘을지 자유의 방패’ 축소 지시
미 언론 “이란전 장기화에 동맹 압박…한국이 최근 희생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장기화하는 이란 전쟁에서 뚜렷한 출구를 찾지 못하는 가운데, 전쟁에 적극 동참하지 않은 동맹국을 압박하고 있으며 한국이 최근 그 표적이 됐다는 미국 언론의 분석이 나왔다.

19일 연합뉴스와 미국 매체 악시오스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한미 연합훈련인 ‘을지 자유의 방패’(UFS) 규모를 대폭 축소하도록 지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이란 비핵화 과정에 군사적 지원을 요청받고도 참여하지 않은 점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관계 등을 그 이유로 들었다.
“한국, 가장 놀라운 희생양”…이란전 장기화가 불씨
악시오스는 18일(현지시간) 미국이 약 6개월간 군사력과 경제력을 동원해 이란을 압박했지만 기대했던 결과를 내지 못하면서 미국의 ‘하드파워’가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전에 적극적으로 가담하지 않은 동맹국들을 상대로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매체는 특히 한국을 트럼프 대통령의 동맹국 압박 과정에서 최근 가장 뜻밖의 희생양으로 지목했다.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부 장관이 불과 몇 달 전 한국을 ‘모범적인 동맹국’으로 평가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돌연 UFS 축소를 지시하면서 분위기가 크게 달라졌다는 설명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한국이 미국의 이란 관련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는 점을 직접 거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재명 대통령에게 이란 문제와 관련해 도움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는 취지로 주장하면서 “그렇다면 우리는 왜 당신들을 돕는 데 개입하고 있느냐”는 취지의 발언까지 내놨다.

트럼프 대통령이 UFS를 문제 삼은 또 다른 이유는 북한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며 한미 연합훈련이 북한에 부적절하고 적대적인 신호를 보낸다고 주장했다. 훈련 비용 역시 지나치게 많이 든다고 지적했다.
UFS는 지난 17일 예정대로 시작됐다. 당초 오는 27일까지 11일간 진행될 예정이며 한국군 약 1만 8000명이 참여하는 일정으로 준비됐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가 훈련 개시 직전에 나온 만큼 실제 어떤 훈련이 얼마나 줄어들지는 구체적으로 공개되지 않았다.
악시오스는 UFS가 단순한 군사훈련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고 평가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맞서 한국과 미국의 억제 체제를 지탱한 핵심 축 가운데 하나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이 한국을 압박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한미동맹 자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美 전직 당국자들도 비판…“미국 국익 찾기 어렵다”
미국 내 외교·안보 전문가들의 비판도 이어졌다.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국무부 유럽 담당 차관보를 지낸 댄 프리드는 AP통신에 한미 연합훈련 축소 결정에서 “미국의 국익을 찾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프리드는 이번 결정이 한국과 일본을 약화시키고 대만을 불안하게 만들 수 있다고 봤다. 나토 동맹국들에는 미국의 안보 약속에 대한 의구심을 키우고, 반대로 북한과 중국에는 보다 공격적으로 행동할 여지를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를 지낸 대니 러셀 역시 AP에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국인 한국을 압박하면서 북한에는 유리한 신호를 주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한미 안보보다 김 위원장이 연합훈련을 불쾌하게 받아들이는지 여부를 더 앞세우는 모양새가 됐다는 취지다.
빌 클린턴·오바마 행정부 시절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에서 근무한 찰스 쿱챈 미국외교협회 선임연구원은 한국과 유럽 국가에 방위 부담 확대를 요구하는 것 자체는 잘못됐다고 보기 어렵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예측하기 어려운 접근법이 동맹국을 모욕하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프랑스 르몽드도 트럼프 대통령의 최근 움직임을 두고 미국의 오랜 동맹국인 한국이 워싱턴의 안보 약속을 어디까지 신뢰할 수 있는지를 다시 고민하게 만드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특히 이란과의 갈등이 장기화하는 시점에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의 대화 가능성을 다시 띄우면서 한국을 향한 압박과 북한을 향한 유화적인 메시지가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CNN은 트럼프 한국 발언 ‘팩트체크’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을 압박하면서 꺼낸 주한미군 병력과 방위비 분담금 관련 주장도 미국 언론의 검증 대상이 됐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한국과 관련해 내놓은 설명을 검증한 결과 주요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 규모를 약 3만 9000명으로 언급했지만 미 국방부가 밝힌 지난 3월 말 기준 실제 병력은 2만 6589명이었다.
방위비 분담금과 관련한 발언도 도마에 올랐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과거 주한미군 주둔 비용을 제대로 부담하지 않다가 자신의 집권 1기 때 연간 30억 달러 수준을 내기로 했고 이후 바이든 행정부가 이를 철회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하지만 CNN은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이 1991년부터 이어져 왔고 한국이 트럼프 1기 이전에도 매년 상당한 금액을 부담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1기인 2019년 한국의 분담금은 전년보다 8.2% 증가했지만 총액은 10억 달러에 미치지 않았으며 한국이 연간 30억 달러를 지급하기로 합의했다는 기록도 없다고 설명했다. 바이든 행정부 역시 기존 합의를 일방적으로 없앤 것이 아니라 2021년과 2024년 새로운 협정을 체결하며 한국 측 분담액을 인상했다.
“미국이 필요할 때 돕지 않을 수도”…동맹 흔드는 후폭풍
악시오스는 이번 사태를 한국에 대한 일회성 압박으로만 보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 2기 들어 유럽을 비롯한 여러 동맹국을 상대로 안보 관계를 협상 수단으로 활용해왔고 이란전이 장기화하면서 이런 움직임이 더 강해졌다는 것이다.
결국 미국의 동맹국 입장에서는 필요할 때 워싱턴이 언제든 지원을 거둬들일 수 있다는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게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에 대한 안보 의존도를 낮추고 자체 방위력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오히려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AP 역시 한미 연합훈련 축소가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일본과 대만, 나토 등 미국의 다른 동맹과 파트너들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짚었다. 미국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구축해온 동맹 체제가 이런 결정이 반복될수록 서서히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미국 전직 당국자들 사이에서 제기됐다.

반면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 방식이 미국의 영향력을 약화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백악관 측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위상을 다시 세웠으며 전쟁 종식과 인질 석방, 무역협정 재조정 등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는 입장을 악시오스에 밝혔다.
한국 정부는 UFS를 둘러싼 미국 측 움직임과 관련해 한미 간 연합방위태세와 군사훈련 문제를 계속 조율한다는 입장이다. 이란 문제에 대한 군사적 기여 가능성 역시 한반도 방위태세와 국내 법적 절차 등을 고려해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편으로는 한국의 이란전 불참에 불만을 드러내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김 위원장과의 관계를 강조하고 있다. 김 위원장이 자신의 대화 제안에 반응했다는 취지의 발언까지 내놓으면서 한미 연합훈련 축소가 향후 북미 대화를 위한 움직임으로 이어질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