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규백 국방부 장관 “한·미훈련 축소, 우리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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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관계 개선 vs 한미동맹 약화, 연합연습 축소의 의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연합연습 축소를 지시했다고 밝힌 가운데,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한·미 정부 당국자는 아무도 내용을 몰랐다”고 밝혔다.
한국 측의 사전 요청이나 협의 없이 미국 대통령이 직접 축소를 지시한 것이냐는 질문에도 “그렇다”고 답하면서, 한·미 안보 협의 과정과 연합방위태세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안 장관은 1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해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연합연습 축소 지시에 대한 질문을 받고 이같이 말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공개 발언 이후 자신과 미국 측이 긴밀하게 협의하고 있다고 설명하면서도, 해당 지시가 사전에 한국 측과 조율된 내용은 아니었다는 점을 인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훈련 축소 지시”
논란의 출발점은 트럼프 대통령이 SNS인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7일 새벽 한국 시간 기준으로는 17일, 미국 현지시간으로는 16일 한·미가 ‘을지자유의 방패(UFS)’ 연합연습을 시작하기 직전 글을 올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게시글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매우 좋은 관계”라고 표현하면서 한·미연합훈련을 축소하도록 국방장관에게 지시했다고 밝혔다.
UFS는 한·미 양국 군이 북한의 군사적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실시하는 대표적인 연합연습이다. 단순히 병력이 함께 훈련하는 차원을 넘어 북한의 공격 등 다양한 안보 상황을 가정해 지휘체계와 작전 수행 능력, 한·미 간 협조 체계를 점검하는 성격을 갖는다.
따라서 연합연습의 규모와 방식은 한·미 군 당국의 준비태세와 직결되는 사안으로 받아들여져 왔다.
그런데 이번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훈련 축소 지시 사실을 밝히면서 문제가 됐다. 더욱이 한국 정부가 사전에 이 내용을 파악하고 있었는지 여부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우리 측 요청 없었다”…안규백 국방부 장관의 답변
국회에서는 곧바로 안 장관에게 질문이 쏟아졌다.
곽규택 국민의힘 의원이 “우리 측 요청이 없었는데 미국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한·미연합훈련 축소를 지시한 것이 맞는 것 아니냐”고 묻자 안 장관은 “그렇다”고 답했다.
이어 곽 의원이 “그 사유가 뭐라고 생각하느냐”고 묻자 안 장관은 “제가 말씀드릴 수 있는 사항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 배경을 한국 정부가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공개적으로 설명하지 않은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글에서 김정은 위원장과의 관계가 매우 좋다는 점을 직접 언급했다.
다만 이번 훈련 축소가 이재명 대통령과 미국의 협조 관계에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안 장관이 선을 그었다.
곽 의원이 “이재명 대통령의 미국과의 협조 거부 때문에 그런 것이냐”고 묻자 안 장관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즉, 안 장관의 설명을 종합하면 이번 연합연습 축소 지시는 한국 정부가 요청한 것이 아니며, 한국 측이 사전에 내용을 알고 있었던 것도 아니지만, 이재명 정부가 미국과의 협조를 거부했기 때문에 발생한 일도 아니라는 것이다.

“애치슨라인 같은 상황?”…안규백은 선을 그었다
이번 사안을 둘러싼 우려 가운데 하나는 연합방위태세 약화 가능성이다.
김민전 국민의힘 의원은 안 장관에게 한·미연합연습 축소가 과거 미국의 극동방위선 설정 과정에서 한국이 제외됐던 이른바 ‘애치슨라인’과 비슷한 상황으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취지로 질문했다.
애치슨라인은 1950년 당시 미국 국무장관이었던 딘 애치슨이 미국의 극동 방위선에서 일본과 필리핀을 주요 방위 대상으로 거론하면서 한국과 대만 등을 제외한 것으로 해석된 방위 구상이다. 이후 한국전쟁 발발과 맞물리면서 한국 안보와 관련해 역사적으로 자주 언급되는 사례가 됐다.
김 의원의 질문은 미국이 한국의 방위와 관련된 군사적 준비태세를 축소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에 안 장관은 “정치가 생물인데 저는 외교도 생물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안보 분야에 대해서는 미 전쟁부나 한국의 국방부나 빈틈없이 준비태세와 여러 가지 협의가 이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훈련 규모와 관련한 논란이 발생했지만, 실제 한·미 간 안보 협의와 군사적 대비태세에 문제가 생긴 것은 아니라는 취지다.

한·미연합연습 축소, 무엇이 문제인가
한·미연합연습은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이 고도화되는 상황에서 양국 군의 대응 능력을 확인하는 중요한 수단으로 꼽힌다.
연합연습의 규모가 축소될 경우 실제 전쟁 상황에서 한·미 양국이 작전계획과 지휘체계를 얼마나 원활하게 가동할 수 있는지를 점검할 기회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반대로 북한과의 긴장을 완화하고 대화의 공간을 넓히기 위해 군사훈련의 규모나 방식 등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시각도 있다. 한·미연합훈련을 둘러싼 논쟁은 과거에도 반복돼 왔다.
결국 핵심은 훈련을 얼마나 크게 하느냐 자체보다 한·미 양국이 연합방위태세를 유지하면서도 한반도의 긴장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에 있다.
이번 사안이 주목받는 이유는 바로 이 과정에서 한국 정부가 사전에 내용을 알지 못했다는 안 장관의 발언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공개 발언과 한국 국방장관의 국회 답변이 맞물리면서, 향후 한·미 간 연합연습 규모와 방식이 어떤 식으로 조정될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과의 관계를 직접 언급하면서 훈련 축소를 지시했다고 밝힌 만큼, 향후 미국의 대북정책이 군사적 억제와 북한과의 대화 사이에서 어떤 방향으로 움직일지도 변수다.
다만 현재까지 공개된 내용만으로 미국의 이번 결정이 한·미동맹의 근본적인 변화나 한국에 대한 방위공약의 약화를 의미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안 장관 역시 한·미 국방 당국이 현재 긴밀하게 협의하고 있으며 안보 분야의 준비태세에는 빈틈이 없도록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