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훈련 축소에 정상회담까지 꺼낸 트럼프, 북한이 보인 반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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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김정은 연내 만날 것”…잇단 러브콜
김여정 “전혀 흥미 없다”…북미 소통엔 선 그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연합훈련 축소에 이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연내 회동까지 공개적으로 꺼내 들면서 북미 정상 간 대화가 다시 성사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총무부장(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연합뉴스·미국 백악관 공식 홈페이지
김여정 북한 노동당 총무부장(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연합뉴스·미국 백악관 공식 홈페이지

트럼프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에서 취재진과 만나 올해 안에 김 위원장을 만날 것으로 예상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 만날 것”이라고 답했다. 구체적인 시기와 장소는 밝히지 않았지만 김 위원장과 다시 만나겠다는 의사를 직접 확인한 것이다. 김 위원장과 서신을 교환하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말을 아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건 말할 수 없다”면서도 “나는 김정은과 잘 지내고 있다. 내가 그와 잘 지낸다는 사실은 나쁜 게 아니라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러브콜은 갑작스럽게 나온 발언만은 아니다. 최근 한미연합훈련을 대폭 축소하도록 지시한 데 이어 참모들에게 김 위원장과의 회동을 추진하라고 요구했다는 현지 보도까지 나오면서 북미 정상 간 만남을 위한 움직임이 연이어 포착되고 있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르면 올가을 김 위원장과 만나는 방안을 참모들에게 추진하도록 요구하고 있으며 11월 중국 선전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회동하는 방안도 거론된다고 전했다. 다만 현재 공식적인 정상회담 준비 절차가 시작된 단계는 아니라고 WSJ는 보도했다.

한미훈련부터 줄였다…김정은 향해 잇달아 손 내민 트럼프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6일 연례 한미연합훈련인 ‘을지 자유의 방패’(UFS)를 대폭 축소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훈련에 많은 비용이 들어가는 데다 북한에 부적절하고 적대적인 신호를 보낸다는 취지로 주장하며 김 위원장과의 개인적 관계를 강조했다. 한미 군 당국은 이후 UFS 일정과 규모를 조정했다. 당초 11일간 진행할 예정이던 훈련이 크게 줄어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실제 군사훈련 조정이라는 카드까지 꺼내 북한에 대화 신호를 보낸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WSJ도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조치를 집권 1기 당시 북미 정상외교를 추진하면서 한미훈련을 조정했던 방식과 비교했다.

2018년 6월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이 악수하고 있다. / 북한 외국문출판사 화보 캡처·뉴스1
2018년 6월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이 악수하고 있다. / 북한 외국문출판사 화보 캡처·뉴스1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이미 세 차례 얼굴을 맞댔다. 2018년 싱가포르에서 처음으로 북미 정상회담을 열었고 이듬해 베트남 하노이에서 두 번째 정상회담을 가졌다. 같은 해 6월에는 판문점에서 다시 만났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다시 만날 경우 약 7년 만의 대면이자 네 번째 만남이 된다.

하지만 당시와 현재 북한의 군사 상황에는 큰 차이가 있다. WSJ는 북한이 그동안 핵무기와 미사일 생산 능력을 확대했고 러시아와의 군사 협력을 통해 전장 경험과 군사 기술까지 확보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 1기 때 활용했던 방식으로 다시 김 위원장을 협상 테이블에 앉히려 하지만 북한의 협상력이 당시보다 훨씬 강해졌다는 것이다.

김여정은 곧바로 찬물…“전혀 흥미 느끼지 않는다”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의 잇단 대화 신호에 일단 냉담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 북한 노동당 총무부장은 19일 밤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주요 국제문제들에 대한 입장’에서 한미연합훈련 축소에 대해 “평할 가치도 없다고 보며 전혀 흥미를 느끼지 않는다”고 밝혔다.

김여정 / 조선중앙TV, 뉴스1
김여정 / 조선중앙TV, 뉴스1

김 부장은 훈련 규모와 기간이 줄어도 한미연합훈련의 성격은 달라지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훈련이 현재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으로 규정하며 미국이 이번 조치를 북한을 향한 선의의 조치로 내세워도 원하는 답을 얻지 못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특히 북미 정상 사이에 최근 소통이 있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에도 거리를 뒀다. 김 부장은 “나는 전혀 알지 못하는 일”이라며 자신이 북한 최고지도부의 대외정책 가운데 알지 못하고 있는 유일한 사안일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김 부장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개인적인 관계까지 부정하지는 않았다. 김 부장은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좋은 추억과 감정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면서 “두 지도자들의 관계는 의연 훌륭하다”고 말했다.

트럼프 “김정은 핵무기 57개 가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김 위원장과의 회동뿐 아니라 북한의 핵무기까지 직접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은 57개의 매우 강력한 핵무기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도록 두어서는 안 됐다고 주장하면서도 “이미 그가 그 무기를 갖게 됐으니 나는 그와 아주 잘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핵무기 수를 이처럼 구체적인 숫자로 언급한 것은 이례적이다. 다만 북한이 실제로 핵무기 57개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공식 확인된 것은 아니다. 북한의 핵탄두 보유량을 놓고 기관별 추정치에도 차이가 있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는 지난 6월 북한이 약 60개의 핵탄두를 조립했을 가능성이 있고 최소 30개를 추가 제작할 수 있는 핵분열성 물질을 보유한 것으로 추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과 김 위원장의 개인적 관계를 이용해 북한의 핵 위협을 관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드러냈다. 김 위원장을 “매우 잘 알고 있다”고 말한 뒤 미국에 똑똑한 대통령이 있는 한 김 위원장은 괜찮을 것이라는 취지로 주장했다.

미국 정부의 공식 대북정책과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사이에서 주목할 부분도 있다. 미국과 한국은 지난해 정상 간 공동 자료에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하고 2018년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공동성명을 이행하기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 북한에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포기를 요구한다는 입장도 함께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핵 보유량을 직접 거론하면서도 동시에 김 위원장과의 관계를 강조한 만큼 향후 정상회담이 추진될 경우 북한 비핵화와 핵 위협 관리 가운데 어느 쪽에 무게가 실릴지도 관심사다. 현재까지 북한은 정상회담에 공식적으로 호응하지 않고 있다.

유튜브, 연합뉴스T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