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치료 기대감 폭발…모더나 주가 하루 만에 177% 급등

작성일

맞춤형 mRNA 암 치료제, 임상 3상 성공
모더나 177% 폭등…머크도 급등

모더나와 머크가 공동 개발한 환자 맞춤형 mRNA 암 치료제가 대규모 임상 3상에서 주요 목표를 달성하면서 암 치료 분야에서 mRNA 기술의 활용 가능성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코로나19 백신으로 대중에게 익숙해진 mRNA 기술이 감염병 예방을 넘어 환자별 암 치료에 활용될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면서 모더나 주가는 하루 만에 177% 가까이 폭등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미국 제약사 모더나와 머크는 공동 개발 중인 환자 맞춤형 치료제 ‘인티스메란 오토진(intismeran autogene)’과 머크의 면역항암제 ‘키트루다’를 함께 투여하는 방식이 고위험 흑색종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 3상에서 주요 목표를 달성했다고 19일(현지시간) 밝혔다. 흑색종 제거 수술을 받은 환자 1100명가량을 대상으로 인티스메란과 키트루다를 함께 투여한 환자와 키트루다만 투여한 환자를 비교한 시험이다.

결과는 암이 다시 나타나지 않은 채 지낸 기간인 ‘무재발 생존기간’에서 차이를 보였다. 인티스메란과 키트루다를 함께 사용한 환자들은 키트루다만 사용한 환자보다 암 재발 없이 지낸 기간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길었다. 암이 처음 발생한 곳에서 멀리 떨어진 다른 장기로 퍼지기까지 걸리는 기간을 보는 지표에서도 목표를 달성했다.

수술로 눈에 보이는 암을 제거한 뒤 남아 있을 수 있는 암세포를 환자의 면역체계가 찾아 공격하도록 돕는 치료법이 기존 키트루다 단독 치료보다 좋은 결과를 보인 것이다.

사람마다 암이 다른데…백신도 환자마다 따로 만든다

인티스메란이 일반 백신과 가장 다른 부분은 환자마다 약을 따로 만든다는 점이다. 여기서 말하는 ‘암 백신’도 건강한 사람이 암에 걸리지 않도록 미리 맞는 예방백신이 아니라 이미 암 진단과 수술을 받은 환자에게 투여하는 치료용 백신이다.

암세포는 성장하는 과정에서 유전자에 여러 돌연변이가 생긴다. 이때 정상세포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독특한 단백질 조각인 ‘신생항원(neoantigen)’이 나타날 수 있다. 인티스메란은 환자의 종양 조직을 분석해 이런 특징을 찾아낸 뒤 면역세포가 이를 기억하도록 mRNA를 설계한다.

먼저 수술로 떼어낸 종양에서 환자 암세포에 나타난 돌연변이를 찾는다. 이 가운데 면역반응을 잘 일으킬 것으로 예상되는 표적을 골라 mRNA에 담고 이를 환자에게 투여해 면역세포가 같은 특징을 가진 암세포를 찾아 공격하도록 유도한다.

여기에 키트루다가 함께 사용된다. 키트루다는 암세포가 면역세포의 공격을 피하는 데 쓰는 방어기전을 막는 면역항암제다. 인티스메란이 환자 암세포의 특징을 면역체계에 알려주고, 키트루다는 면역세포의 공격을 돕는 방식으로 함께 작용한다.

왜 이번 ‘3상’ 결과가 중요한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두 회사는 앞선 임상시험에서도 가능성을 확인했다. 초기 2상 시험에서 인티스메란과 키트루다를 함께 사용한 환자에게서 암 재발과 원격 전이 위험이 줄어드는 결과가 나왔고, 이를 바탕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해당 치료 조합을 혁신치료제로 지정했다. 이후 두 회사는 25개국 이상에서 약 1089명을 대상으로 임상 3상 ‘INTerpath-001’을 진행했다.

신약 개발에서 임상 3상은 허가를 앞두고 효과와 안전성을 확인하는 핵심 단계다. 비교적 적은 환자를 대상으로 가능성을 확인하는 초기 임상과 달리 훨씬 많은 환자를 대상으로 기존 치료제와 직접 비교한다. 이번 시험에는 고위험 2B~4기 흑색종을 수술로 완전히 제거한 환자들이 참여했다.

이번 결과는 코로나19 백신에 사용됐던 mRNA 기술이 암 치료에서도 대규모 후기 임상시험에서 주요 목표를 달성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치명적인 피부암인 흑색종 환자의 재발을 막고 생존을 연장할 수 있는 새 치료법 개발의 길을 열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치료 효과의 구체적인 수치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두 회사는 이번 3상에서 재발이나 전이 위험을 정확히 몇 % 낮췄는지 밝히지 않았고, 환자의 전체 생존기간까지 늘렸는지도 추가로 확인해야 한다. 자세한 임상 데이터는 향후 국제 의학학회에서 공개될 예정이다.

이번 결과는 암을 예방하는 백신이 완성됐다는 뜻은 아니다. 수술을 마친 고위험 흑색종 환자에게 기존 면역항암제와 함께 투여했을 때 암 재발과 전이를 늦추는 효과를 확인한 단계다.

흑색종 넘어 폐암·방광암·신장암까지 시험 중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모더나와 머크는 인티스메란을 흑색종뿐 아니라 다른 암으로도 확대하고 있다. 현재 비소세포폐암과 방광암, 신장세포암 등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같은 종류의 암이라도 환자마다 나타나는 돌연변이가 다르기 때문에 이 치료제는 환자별 종양 정보를 분석한 뒤 각각 따로 만들어야 한다. 대량으로 똑같은 약을 생산하는 기존 방식과 차이가 크다. 상용화 단계에서는 환자별 제작에 걸리는 시간과 비용, 생산시설 확보 등이 과제로 꼽힌다.

모더나는 2027년까지 시판 허가를 받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두 회사는 이번 3상 결과를 규제당국과 논의하고 자세한 데이터를 국제 학술대회에서 공개할 계획이다.

모더나 주가 하루 만에 177% 폭등

시장의 반응은 컸다. 19일 미국 뉴욕증시에서 모더나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176.97% 폭등해 창사 이후 가장 큰 하루 상승률을 기록했다. 공동 개발사인 머크도 12% 넘게 올랐고 독일 바이오엔테크 등 다른 mRNA 관련 기업 주가도 함께 상승했다.

모더나는 코로나19 백신 수요 감소 이후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어왔다. 이번 임상 결과가 mRNA 기술을 암 치료에 활용할 가능성을 보여주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다만 이날 주가 폭등에는 임상 성공 외에 공매도 포지션 청산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로이터가 인용한 시장조사업체 ORTEX에 따르면 모더나의 공매도 잔액은 유통주식의 약 13.5%에 달했다. 주가가 예상과 달리 급등하자 하락에 베팅했던 투자자들이 손실을 줄이기 위해 주식을 다시 사들이면서 상승폭이 더 커졌다.

이른바 ‘쇼트 스퀴즈’로 주가 하락을 예상하고 주식을 빌려 판 투자자들이 주가가 오르자 손실을 줄이기 위해 다시 주식을 사들이고 이 매수세가 주가를 더 끌어올리는 현상을 말한다.

모더나와 머크는 앞으로 이번 임상시험 참가자들을 계속 추적해 전체 생존기간이 늘어나는지도 확인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