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 여성과 통화했다더니 기록도 없었다…제주 경찰 허위 보고 의혹 일파만파

작성일

최초 신고 경찰관 “연락 닿았다” 보고…통화기록은 확인 안 돼
재수사 때는 CCTV 상당수 삭제…경찰 초동 대응 논란 확산

제주에서 3개월째 행방이 묘연한 37세 장미란 씨의 최초 실종 신고를 처리한 경찰관이 실제 안전 확인 없이 사건을 자체 종결했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제주에서 실종된 장미란 씨. / 인스타그램 캡처
제주에서 실종된 장미란 씨. / 인스타그램 캡처

연합뉴스에 따르면 제주경찰청은 지난 5월 최초 실종 신고를 접수한 제주서부경찰서 소속 A 경장과 장 씨의 통신 기록을 조회한 결과 두 사람이 통화한 기록이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20일 밝혔다. A 경장이 근무한 경찰서의 자체 조사에서도 장 씨와 연락한 흔적은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장 씨는 지난 5월 13일 오전 1시 30분께 제주시 한림읍에 있는 집을 나선 뒤 현재까지 행방이 확인되지 않고 있다. 가족이 실종 신고를 한 5월 15일까지는 휴대전화가 켜져 있었지만 17일께부터 전원이 꺼졌고 이후 카드 사용이나 병원 이용 등 뚜렷한 생활반응도 나타나지 않았다.

문제는 최초 신고 당시 경찰의 대응이다. 신고를 맡은 A 경장은 장 씨와 연락이 닿았다는 취지로 보고해 사건을 종결 처리했고 이후 조사에서도 장 씨가 자신의 위치를 남자친구에게 알려주지 말라고 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하지만 최근 통신 기록을 확인한 결과 A 경장과 장 씨가 실제로 통화한 흔적은 나오지 않았고 경찰서 자체 조사에서도 두 사람이 연락한 기록은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연락 닿았다” 보고 뒤 종결…통화 기록은 없었다

경찰은 A 경장을 직무유기 혐의로 입건해 당시 실제 통화가 있었는지와 사건을 어떤 근거로 종결했는지 확인하고 있다. 특히 A 경장은 장 씨를 직접 만나 안전을 확인하지 않고 실종자의 위험도를 점검하는 프로파일링 시스템에도 관련 내용을 입력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현행 실종사건 처리 시스템에는 상급자가 종결 여부를 다시 확인하는 절차가 없어 담당 경찰관의 판단만으로 사건이 마무리될 수 있다는 점도 드러났다.

가족은 당시 경찰의 설명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고 호소하고 있다. 장 씨가 무사하며 혼자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한 것으로 알고 기다렸지만, 석 달이 지난 지금까지 연락은 끊긴 상태다. 가족 측은 “지난 5월 경찰의 설명을 듣고 장 씨가 무사하다고 생각했는데 3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실종 상태”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남자친구가 다시 신고했지만 접수되지 않아

제주에서 지난 5월 실종된 장미란씨 / 장미란씨 가족 제공. 연합뉴스
제주에서 지난 5월 실종된 장미란씨 / 장미란씨 가족 제공. 연합뉴스

장 씨와 연락이 계속 끊기자 남자친구는 지난달 17일 다시 실종 신고를 시도했다. 그러나 최초 신고 당시 남아 있던 ‘장 씨가 자신의 위치를 남자친구에게 알려주지 말라고 했다’는 기록 때문에 신고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게 가족 측 설명이다. 결국 이틀 뒤인 지난달 19일 장 씨의 친척 동생이 서울에서 다시 신고하면서 경찰이 뒤늦게 수색을 재개했다.

그 사이 장 씨의 이동 경로를 확인할 수 있었던 자료 상당수는 사라졌다. 주거지와 주변 도로에 설치된 공공 폐쇄회로(CC)TV는 저장 기간이 대부분 30일 안팎이어서 재수사가 시작될 무렵에는 당시 영상 상당수가 삭제된 뒤였다. 경찰이 한림항 일대 식당과 숙박업소를 돌며 민간 CCTV를 확보하고 있지만 실종 시점에서 이미 3개월 넘게 지난 만큼 남아 있는 영상은 많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카드·휴대전화·병원 기록도 끊겨

현재까지 장 씨의 카드 사용이나 휴대전화 기록, 병원 이용 이력 등 뚜렷한 생활반응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결국 가족과 지인들은 장 씨의 실명과 얼굴, 인상착의를 직접 공개하고 제보를 요청하며 행방 찾기에 나섰다.

실종 당시 장 씨는 긴 생머리에 키 약 158㎝, 마른 체형이었으며 금팔찌를 착용하고 있었다. 애교 섞인 말투가 특징으로 알려졌으며 약 10년 전 제주로 이주한 뒤 실종 전까지 연인과 함께 한림읍에서 생활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하루 140여 명 투입…한림항 중심으로 대규모 수색

경찰은오는 26일까지 한림항 주변을 중심으로 대규모 집중수색에 들어간다. 경찰과 해경, 바다환경지킴이 등 하루 평균 140여 명에 헬기와 드론, 체취 증거견, 잠수부, 경비정, 연안 구조정까지 투입해 한림읍 해안가와 인근 해상, 농로, 장 씨의 추정 이동 경로를 다시 살필 예정이다.

도내 펜션과 공·폐가, 보호시설 등도 확인하고 오는 25일부터는 제주 전역 해안가로 수색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경찰은 장 씨의 소재를 찾는 작업과 별도로 최초 신고 처리 과정도 들여다보면서 A 경장이 실제 통화 없이 연락이 닿았다고 보고했는지 대면 확인과 위험도 점검을 생략한 채 사건을 종결한 경위도 함께 조사하고 있다.

A 경장은 이 사건과 별개로 지난달 22일 경찰서 여자 화장실에 들어간 혐의로도 조사를 받고 있으며 현재 직위해제된 상태다.

유튜브, KBS 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