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언주가 조희대 탄핵론에 급제동 걸면서 내놓은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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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엔 대통령과 사전 협의 의무 없어

더불어민주당이 조희대 대법원장의 대법관 후보자 '일방 제청'을 계기로 조 대법원장을 연일 때리고 있다. 새 지도부가 탄핵까지 공개적으로 거론했지만, 당내에서는 탄핵 사유가 충분하지 않다는 신중론도 나와 실제 추진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20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조 대법원장이 손봉기 대구지법 부장판사와 김성수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신임 대법관 후보로 이재명 대통령에게 제청한 방식을 문제 삼고 있다. 대통령과 직접 만나 후보자에 관한 의견을 나눠온 기존 관례와 달리, 별도 대면없이 서면으로 제청했다는 이유에서다.
청와대는 격앙된 기류 속에서도 윤석열 정부 때와 같은 공개적 충돌은 절제하는 분위기이다. 대신 총대는 민주당이 멨다.
김민석 대표는 이날 세종 은하수공원 이해찬 전 총리 묘역을 참배한 자리에서 “전국에 현수막 2개를 필수로 게첩(내걸어 붙임)하라고 당에 지시했다”며 “하나는 ‘민주의 황금시대를 열겠습니다’, 또 하나는 ‘법치 파괴 조희대는 물러나야 한다’”고 압박 수위를 높였다.
그는 전날 취임 첫 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선 "해방 이후 최악의 대법원장은 당장 물러나라"며 조 대법원장을 "조희대 씨"라고 지칭했다. "사고 치고 유리창 깬 다음에 퇴학시켜달라고 구걸하는 불량 학생의 태도"라고 원색적으로 비판하며 사퇴를 요구했다.
최민희 수석최고위원은 한발 더 나아가 "국회가 즉시 탄핵을 포함해 조희대 거취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가세했다. 당권 경쟁에 나섰던 송영길 의원 역시 "이미 조희대 대법원장 탄핵을 말씀드린 바 있다. 오늘 그 이유가 하나 더 늘었다"며 탄핵론에 다시금 불을 지폈다.
대법원은 논란이 된 서면 제청 방식에 대해 "청와대 민정수석과 협의"한 결과라는 입장이다. 여권의 주장처럼 '일방적 통보'는 아니었다는 반박이다. 노경필 법원행정처장은 전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해 후보자 인선 합의가 끝내 불발된 데 대해서도 "마지막 순간까지 협의했다"면서 "대통령과 싸우자는 뜻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조 대법원장 감싸기에 총력을 기울이며 맞섰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페이스북에 "대법원장의 대법관 제청권은 사법부 독립을 위한 핵심 권한"이라며 "대법원장 탄핵, 한번 시도해 보라. 국민이 반드시 이 정권을 탄핵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점식 원내대표도 "관례를 어긴 것이 탄핵 사유라면 민주당 국회의원 전원이 탄핵 대상"이라며 김민석 대표를 향해 당내 탄핵론을 일축하라고 요구했다.
이런 가운데 이언주 민주당 의원은 전날 밤 방송된 YTN라디오 '이동형의 뉴스 정면승부'에 출연해 "조 대법원장의 서면 제청을 헌법 위반으로 보긴 어렵다"는 취지의 견해를 밝혔다. 여야 대치가 격화하는 상황에서 여권 내부에서도 이번 서면 제청을 탄핵 사유로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회의적인 시각이 나온 셈이다.
민주당이 조 대법원장을 향한 정치적 압박을 이어가더라도, 이를 탄핵소추안 발의로 연결할지는 별도의 판단이 필요하다.
헌법 제104조 제2항은 대법관을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규정한다. 대법원장에게 제청권을, 국회와 대통령에게 각각 동의권과 임명권을 부여한 것이다. 반면 제청에 앞서 대법원장이 대통령과 후보자를 협의하거나 합의해야 한다는 규정은 헌법이나 법률 어디에도 없다. 사전 조율은 헌법기관 간 충돌을 피하기 위한, 혹은 헌법이 보장한 권한을 예우하는 '관행'에 가깝다.
따라서 법원 안팎에서는 이런 관행을 법적 의무로 보긴 어렵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대법원장이 관행을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위헌·위법성을 인정하기는 어렵고, 탄핵 사유로 연결하기는 더더욱 쉽지 않다는 게 대체적 시각이다. 탄핵은 직무집행 과정에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한 경우를 전제로 한다.
대법원장 탄핵소추안은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의 발의와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이 있어야 국회를 통과할 수 있다. 민주당은 지난 3월에도 범여권 의원 112명의 서명으로 탄핵안 발의 직전까지 갔지만,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론의 역풍을 우려한 지도부의 판단으로 결국 무산된 전례가 있다.
정치권에서는 이번에도 민주당 지도부의 강경 발언이 실제 탄핵 표결로 이어지기보다는 조 대법원장을 압박해 사퇴를 유도하거나, 향후 대법관 임명 동의 절차에서 협상력을 높이려는 '경고성' 메시지에 가깝다는 해석이 나온다. 민주당 내에서도 실제 탄핵보다는 여론전에 무게가 실려 있다는 분석이 우세한 상황이다.
한편, 공을 넘겨받은 청와대의 선택지는 많지 않다. 제청된 후보자를 반려하고 대법원과 재협의를 갖는 방안, 공감대가 이뤄진 1명의 후보자만 국회에 넘기는 방안, 제청권을 수용해 국회에 2명을 모두 넘긴 후 다수 의석인 여당의 임명동의안 부결을 유도하는 방안 등이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