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발란스 곧 떠나보내는 이랜드그룹이 새로 전개하는 '유명 스포츠브랜드'
작성일
뉴발란스와 20390년 결별하는 이랜드, 호카 품었다

이랜드그룹이 글로벌 러닝화 브랜드 호카(HOKA)의 국내 총판으로 새로 선정됐다고 20일 밝혔다. 국내 러닝 열풍을 타고 젊은 층 사이에서 몸값을 키워 온 호카를 이랜드가 손에 넣으면서 뉴발란스에 이어 또 하나의 대형 스포츠 브랜드를 국내에서 전개하게 됐다.

이랜드그룹에 따르면 호카를 보유한 데커스 APAC은 이날 이 같은 내용의 공식 성명을 발표했다. 데커스는 성명에서 "이랜드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호카가 한국 시장에서 지속적으로 성장해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호카의 국내 총판 개시 시점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이랜드그룹 관계자는 "세부 사항과 향후 사업 계획은 현재 논의 중"이라며 "구체적인 내용이 확정되는 대로 공식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호카는 2009년 프랑스에서 탄생한 러닝화 브랜드다. 두꺼운 밑창과 안정적인 착화감, 독특한 디자인을 앞세워 글로벌 러닝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했다. 발바닥을 감싸는 두툼한 중창으로 장거리 주자와 부상 회복기 러너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더니 전문 러닝화를 넘어 일상화 시장으로 영역을 넓혔다. 미국 데커스 브랜즈가 인수한 뒤에는 어그(UGG)와 함께 데커스의 핵심 성장 축으로 자리 잡았다.
국내에서도 러닝 인구 증가와 맞물려 인지도가 빠르게 올라갔다. 마라톤과 러닝 크루 문화가 확산하면서 20·30대 소비자를 중심으로 수요가 커졌고, 여기에 특유의 두툼한 실루엣이 패션 아이템으로 소비되면서 저변이 넓어졌다. 러닝화 시장에서 나이키, 아디다스, 아식스, 뉴발란스 등과 경쟁하는 신흥 강자로 떠올랐다.
데커스가 한국 총판을 교체한 이유는 전 총판사인 조이웍스앤코의 대표였던 조모씨가 지난해 12월 하청업체 대표와 직원을 서울 성동구 성수동의 한 폐교회 건물로 불러내 폭행한 사실이 알려져서다. 폭행 사실이 알려진 뒤 호카 불매 움직임이 번지는 등 파문이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조씨는 지난 1월 "모든 책임을 지고 대표이사직에서 사퇴하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겠다. 물리력 행사가 정당화될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순간의 감정을 추스르지 못하고 돌이킬 수 없는 잘못을 저질렀다"라며 사임했다.

논란이 불거지자 데커스는 곧바로 대응에 나섰다. 데커스는 "호카 유통업체와 관련된 불미스러운 사건이 한국에서 발생한 것을 안다"며 "유통업체에 본사와 같은 높은 기준을 적용하는 무관용 원칙에 따라 해당 유통업체와의 관계를 종료했다"고 밝히고 한국 총판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조이웍스앤코는 실적이 뚜렷한 성장세를 보이던 업체였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조이웍스앤코는 2023년 매출 433억원, 영업이익 122억원에 이어 2024년 매출 820억원, 영업이익 183억원을 기록했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와 같은 사업권이 대표 개인의 폭행 논란으로 불과 몇 주 만에 흔들린 셈이다.
계약 해지 이후 데커스와 조이웍스는 유통계약 종료를 둘러싸고 국제중재 절차에 들어갔다. 조이웍스는 미국 국제분쟁해결센터(ICDR)가 데커스에 자사를 대체할 신규 한국 유통사 선임 활동을 금지하는 긴급명령을 내렸다고 주장했다. 조이웍스에 따르면 ICDR은 지난 4월 1차 긴급명령을 내린 데 이어 데커스의 재심 요청 이후인 지난 6월에도 조이웍스의 한국 내 호카 사업권을 유지하라는 취지의 2차 명령을 내렸다. 조이웍스 측 주장대로라면 신규 총판 선임을 제한하는 명령이 살아 있는 상태에서 이랜드가 새 총판으로 발표된 것이어서 향후 절차와 계약 시점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질 수 있다. 국제중재의 최종 결론과 양측 분쟁의 현재 진행 상황은 확인되지 않았다. 이랜드 총판 개시 시점이 미정으로 남아 있는 것도 이런 법적 다툼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랜드에 호카가 갖는 의미는 뉴발란스와 떼어 놓고 보기 어렵다. 이랜드는 뉴발란스를 국내에서 유통·판매하며 연매출 1조 원대 브랜드로 키워 냈다. 초기에 국내 시장에서 존재감이 크지 않던 뉴발란스를 이랜드가 상품 기획과 유통, 마케팅을 아우르는 방식으로 전개해 대형 브랜드로 성장시켰고, 이는 국내 스포츠·패션 유통업계에서 대표적 성공 사례로 꼽힌다.
다만 이랜드가 뉴발란스를 언제까지 전개할 수 있을지가 미지수라는 점이 문제다. 글로벌 본사가 한국 시장에 직접 진출하려는 방침을 세우면서 2030년 이후의 계약 관계가 이어질지 확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브랜드 본사가 성장한 시장을 직접 운영하려는 흐름은 스포츠·패션 업계에서 드물지 않다. 이 경우 이랜드로서는 그동안 뉴발란스로 쌓아 온 매출과 유통 역량을 대체할 새로운 성장 동력이 필요해진다. 호카 총판은 이 공백을 메울 카드로 읽힌다. 뉴발란스를 키운 경험과 러닝·스포츠 유통 노하우를 호카에 적용해 또 하나의 주력 브랜드로 육성하겠다는 구상으로 풀이된다. 러닝 시장이 계속 커지는 국면에서 이미 소비자 인지도를 확보한 호카를 확보한 것은 이랜드의 스포츠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는 의미가 있다.
관건은 국제중재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언제 어떤 방식으로 정리되느냐다. 총판 개시 시점과 구체적 사업 계획이 확정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