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와 관련해 전해진 대형 소식... "일본에 생산공장 추진"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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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최태원 회장 최근 해당 지역 직접 방문”
SK하이닉스가 일본 동북부 미야기현에 수십조원을 들여 메모리 반도체 생산 공장(팹)을 짓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일본 정부와 논의를 이어가며 현지 생산 기지 조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겨레가 21일 인터넷판으로 단독 보도했다. 한국 반도체기업이 일본에 대규모 현지 생산 거점을 만들기 위해 투자를 단행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매체에 따르면 SK하이닉스가 공장 건설을 검토 중인 곳은 일본 본토인 혼슈섬 도호쿠(동북) 지방의 미야기현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최근 해당 지역을 직접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한겨레는 전했다. 미야기현은 규슈·홋카이도와 함께 일본 정부가 반도체 산업 중심지로 키우고 있는 3대 거점 가운데 하나다.
투자 규모는 수십조원 수준으로 거론된다. 국내 용인·호남 반도체 클러스터에 추진되는 수백조원 규모 투자에 견주면 상대적으로 작은 생산 기지를 짓는 구상이다. 미야기현 공장은 SK하이닉스가 현재 계획 중인 국내 클러스터 건설을 원안대로 진행하면서 별도로 국외에 마련하는 추가 생산 거점이다. 글로벌 메모리 수급난이 이어지자 선제적으로 생산 능력을 늘리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이 구상이 현실화하면 SK하이닉스는 미국 마이크론, 대만 TSMC에 이어 일본에 반도체 제조 공장을 두는 세 번째 외국 기업이 된다. 삼성전자는 일본 요코하마에 차세대 반도체 패키징 연구소 정도만 두고 있다.
일본은 인건비와 땅값, 전기요금 등 생산 비용이 한국보다 높은 편으로 꼽힌다. 그런데도 해외 반도체 기업이 잇따라 일본으로 향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일본 정부의 파격적인 지원에 있다. 일본은 세제 혜택과 인프라·인력 지원, 현지 공급망 연계를 묶은 '종합 지원 패키지'를 앞세워 공장 건설·운영 비용을 한국의 절반 수준까지 낮춰주는 조건을 제시해 왔다. 높은 생산비를 정부 보조금이 사실상 상쇄해 주는 구조다.
일본 경제산업성(METI)은 2026 회계연도 반도체·인공지능(AI) 예산을 1조2390억엔(약 10조 7679억원)으로 전년보다 3.7~4배가량 늘렸다. 반도체를 경제안보 핵심 산업으로 규정하고 국가 차원에서 해외 기업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TSMC의 일본 자회사 JASM은 구마모토 1·2공장 건설을 위해 일본 정부로부터 총 1조2000억엔(약 10조 4289억원) 규모의 보조금을 확보했다. 더 앞선 공정이 적용되는 2공장에만 7320억엔(약 6조 3616억원)이 추가로 배정됐다.

마이크론은 히로시마 공장에 1조5000억엔(약 13조 362억원)을 투자하면서 경제산업성으로부터 투자액의 3분의 1가량인 최대 5000억엔(4조 3454억 원)을 지원받아 2028년 고대역폭메모리(HBM)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설비 투자액의 상당 부분을 보조하면서도 부품·소재의 현지 조달을 강제하지 않는다는 점 역시 기업으로선 매력적인 조건이다.
보조금만이 이유는 아니다. 일본은 도쿄일렉트론, 신에츠화학 등 세계적인 반도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업을 다수 보유한 나라다. 촘촘하게 형성된 공급망은 생산 비용과 물류 효율 측면에서 강점으로 작용해, 높은 인건비 부담을 일정 부분 덜어준다. TSMC와 마이크론이 일본을 택한 배경에도 이런 산업 생태계의 두께가 자리한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생산 거점을 여러 나라로 분산해 지정학적 위험을 줄이려는 전략도 맞물린다. 한 곳에 생산이 몰려 있으면 지역 정세 변화 같은 돌발 변수에 취약해질 수 있기에 주요 반도체 기업은 미국·일본·대만 등으로 첨단 생산 능력을 나눠 배치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AI 확산으로 HBM을 비롯한 메모리 수요가 공급을 앞지르는 초호황 국면이 이어지는 점도 선제적 증설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다만 미국 변수는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은 한국 정부와 기업을 상대로 자국 내 메모리 공장 투자를 강하게 요구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반도체에 고율 관세를 예고하며 현지 생산을 압박하는 상황에서 일본 투자가 현실화하면 미국의 자국 내 생산 확대 요구가 한층 거세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SK하이닉스는 이미 미국 인디애나주에 HBM 패키징 공장을 짓고 있다.
한국의 전략 산업인 반도체 분야의 일본 투자를 둘러싼 국내 여론의 경계심과 정치적 불확실성도 넘어야 할 과제다. 한·일 관계의 역사적 맥락과 얽혀 민감한 사안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의 일본 진출설이 불거진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난 2월 SK하이닉스가 일본 정부의 보조금을 전제로 지바현과 미야기현 등을 후보지로 두고 D램 공장 건설을 검토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한 바 있다. 당시 SK하이닉스는 "검토한 적이 없다"며 부인한 바 있다.
SK하이닉스는 국내에서도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용인·청주·서남권을 아우르는 총 1100조원 규모의 중장기 투자 전략을 세우고 급증하는 AI 메모리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국내 생산 능력을 확대하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