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김석준 부산교육감 항소심 무죄…검찰, 이제는 상고보다 멈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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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지법, 특별채용 ‘목적 정당성·절차 상당성’ 인정
- 직권남용·고의·인과관계까지 부정…“형사처벌은 형벌의 보충성에도 맞지 않아”
- 검찰 상고권과 상고 필요성은 별개…교육행정 불확실성 끝낼 판단 필요

[부산=위키트리 최학봉 선임기자] 김석준 부산시교육감의 해직교사 특별채용 사건을 둘러싼 형사재판이 중대한 갈림길에 섰다.
부산지법 항소심은 지난 20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와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 교육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1심의 유죄 판단을 뒤집은 것이다.
검찰이 대법원에 상고할 수 있는 권리는 당연히 보장된다. 그러나 상고할 수 있다는 것과 반드시 상고해야 한다는 것은 다른 문제다.
이번 항소심 판단을 들여다보면 더욱 그렇다.
부산지법이 공개한 선고결과 요약자료에 따르면 항소심 재판부는 일부 사실관계 하나를 달리 판단해 무죄를 선고한 것이 아니다. 특별채용의 목적과 절차부터 직권남용의 성립 여부, 실무 공무원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했는지, 김 교육감에게 범죄의 고의가 있었는지, 형사처벌 자체가 적절한지까지 폭넓게 판단했다.
먼저 재판부는 특별채용을 추진한 목적에 정당성이 있다고 봤다.
당시 교육공무원임용령 개정으로 기존 퇴직 교원들이 특별채용될 수 있는 기한이 정해지면서 복직 기회를 보장해야 할 필요가 있었고, 부산교육청의 교원 부족 상황 역시 특별채용의 일반적인 필요성을 뒷받침한다고 판단했다.
통일학교 사건으로 해직된 교사들에 대해서도 장기간 해직 상태에 놓이면서 경제적·사회적·신분적으로 상당한 불이익을 받아왔다고 봤다. 다시 교단에 설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할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구제 필요성도 인정했다.
특히 재판부는 해직교사들이 개설한 통일학교의 역사교육을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대한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으로 평가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검찰이 전제로 삼은 정치적 이해관계에 대해서도 항소심은 신중했다.
김 교육감이 2018년 교육감 선거 과정에서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측과의 교섭 등을 통해 해직교사들의 교원 지위 회복을 사실상 공약했다는 취지의 전제에 대해서는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봤다.
김 교육감이 특별채용을 통해 개인적인 이득을 얻은 사실도 없다고 판단했다.
절차에 대한 항소심 판단은 더욱 구체적이다.
재판부는 이 사건 특별채용이 당시 교육공무원법과 교육공무원임용령에서 요구한 공개전형의 형식과 절차를 갖춘 ‘경쟁시험을 통한 공개전형’이었다고 봤다.
법률 전문가들의 자문을 거쳤고 인사위원회 회의, 공고, 시험 등 필요한 행정적 절차도 밟았다고 판단했다.
일부 실무 공무원들이 특별채용에 반대하거나 결재를 거부했다는 사실 역시 곧바로 직권남용으로 연결하지 않았다.
교원임용권의 최종 권한이 교육감에게 있는 만큼 실무자의 반대 의견이 최종 결정권자의 판단을 법적으로 구속하는 것은 아니라는 취지다.
직권남용 사건에서 핵심이 될 수밖에 없는 ‘강요’ 부분에서도 항소심은 검찰의 공소논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김 교육감이 실무 공무원들에게 의사에 반하는 결재를 강제하거나 특별채용 절차 참여를 억지로 요구하고, 관련 자료를 위조·은닉·조작하는 등의 위법 행위를 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오히려 실무 공무원들은 공문 결재 과정에서 자신의 의견을 표시했고 각자의 판단에 따라 결재 참여 여부를 결정한 것으로 봤다.
특별채용에 반대했던 부교육감이 실제 절차에 관여하지 않은 사실도 판단 근거가 됐다.
결국 교육감이 최종 인사권자로서 자신의 판단을 관철했다는 사실과 형법상 ‘직권남용죄’를 저질렀다는 것은 동일한 개념이 아니라는 게 항소심 판단의 핵심으로 읽힌다.
행정기관에는 최종적으로 결정을 내려야 하는 사람이 있다.
실무자와 최종 책임자의 의견이 다를 수 있고, 최종 책임자가 반대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도 있다. 이 같은 행정 내부의 의사결정 과정 자체를 형사범죄로 판단하려면 그만큼 엄격한 요건과 증명이 필요하다.
항소심이 김 교육감에게 직권남용의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본 것도 같은 맥락이다.
김 교육감은 법률자문 결과를 토대로 특별채용을 추진했고, 실무자들에게도 법령에 따라 특별채용 절차를 진행하라는 취지로 지시한 것으로 재판부는 판단했다.
구체적인 특별채용 일정과 시험 실무 역시 담당 공무원들의 판단 아래 진행됐고 김 교육감은 절차 종료 뒤 결과를 보고받은 것으로 봤다.
이번 판결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대목은 ‘형벌의 보충성’에 관한 판단이다.
재판부는 설령 김 교육감의 행위를 교원임용권의 남용이라고 가정하더라도 곧바로 형사처벌 대상으로 삼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행정기관의 재량권 행사에는 헌법이나 법률에 명백히 반하는 경우부터 단순히 여러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과정에서 판단이 미흡했던 경우까지 다양한 단계가 존재한다.
항소심은 이번 사안을 형벌까지 동원해야 할 중대하고 명백한 권한 남용으로 볼 수 없다는 취지의 판단을 내렸다.
이 대목은 가볍게 볼 문제가 아니다.
행정적 판단이 잘못됐다는 평가와 형사범죄가 성립한다는 판단 사이에는 분명한 선이 존재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최선이 아니었던 정책 판단이나 인사 결정까지 수사와 기소를 통해 형사법정에서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한다면 공직사회는 적극적인 의사결정보다 책임을 피하는 방향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커진다.
항소심은 이번 사건에서 직권남용죄의 구성요건 하나만 부정한 것이 아니다.
특별채용의 목적과 절차, 실무자들의 업무 수행 과정, 김 교육감의 인식과 고의, 행위와 결과의 관계에 이어 형벌을 동원해야 할 필요성까지 여러 단계에서 무죄 이유를 제시했다.
물론 항소심 판결은 아직 확정판결이 아니다.
검찰이 항소심 판결에 중대한 법리오해가 있다고 판단한다면 대법원의 판단을 구할 수 있다. 상고 여부는 검찰이 기록과 판결 내용을 검토해 결정할 문제다.
그러나 검찰의 임무가 모든 사건에서 마지막 심급까지 유죄 가능성을 다투는 것만은 아니다.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처음의 판단과 다른 사실이나 법리가 확인됐다면 이를 받아들이는 것 역시 형사사법 시스템의 중요한 기능이다.
특히 이번 사건처럼 항소심이 직권남용 성립 여부와 고의, 인과관계는 물론 형벌의 보충성까지 폭넓게 검토해 무죄를 선고했다면, 검찰은 ‘상고가 가능한가’보다 ‘상고해야 할 이유가 충분한가’를 먼저 따져야 한다.
김 교육감 사건은 이미 수사와 기소, 1심과 항소심을 거치며 상당한 시간이 흘렀다.
그 기간 부산교육 행정 역시 재판 결과에 따른 불확실성을 안고 갈 수밖에 없었다.
대법원에서 반드시 다시 판단받아야 할 중대한 법률적 쟁점이 남아 있다면 검찰은 그 이유를 분명하게 제시하면 된다.
하지만 항소심 판단을 뒤집을 구체적이고 중대한 법리적 이유를 찾기 어렵다면 사건을 끝내는 것도 검찰의 책임 있는 선택이다.
상고권을 행사하지 않는다고 해서 검찰이 패배하는 것도 아니고, 무죄 판결을 받아들인다고 해서 형사사법의 권위가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충분히 다퉜고 법원이 형사책임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 그 결론을 받아들이는 것이 사법절차에 대한 존중일 수 있다.
이번 사건은 이제 유죄를 받아내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어디까지 형사법의 영역으로 끌고 갈 것인가의 문제로 넘어왔다.
필자는 그 경계에서 검찰이 내릴 가장 합리적인 선택은 분명하다고 본다.
상고를 포기하고 이 사건을 여기서 끝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