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 피해 고통에 ‘수사 불신’ 이중고… 피의자 관할 이송·임의종결 구멍 뚫린 수사 통제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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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윤기 파문·유튜버 사건·제주 실종 미제 등 잇단 부실수사 논란에 공권력 신뢰 추락
‘피의자 주소지 관할 원칙’에 지역 연줄·청탁 우려… 피해자 신변 불안 및 2차 피해 호소
영국 IOPC 등 선진국형 외부 상설 감시·전산 자동 검증 도입으로 수사 사각지대 없애야
[대전=위키트리 양완영 기자] 범죄 피해를 본 것만으로도 무거운 정신적·물리적 고통을 겪고 있는 피해자들이 "과연 경찰이 내 사건을 제대로 수사해 줄까?", "가해자의 지역 인맥이나 연줄에 사건이 묻히지 않을까?" 하는 심각한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다. 최근 장윤기 사건을 비롯해 유튜버 양정아 사건, 제주 여성 실종 사건 등 사건 은폐·부실 수사 및 임의 철회 파문이 연달아 터지면서 경찰에 대한 국민적 신뢰가 바닥을 친 결과다.
피해자들을 두 번 울리는 대표적인 사법 절차상의 걸림돌은 형사소송법상 ‘피의자(가해자) 주소지 관할 배정 원칙’이다. 피의자의 출석 응함과 방어권 보장을 위해 가해자의 연고지 관할 경찰서로 사건이 자동 이송되는 현행 구조상, 피해자는 가해자의 생활권역에 위치한 경찰서로 직접 출석해야 하는 물리적·정서적 부담을 안게 된다.
특히 지역 내 토착 세력이나 학연·지연 등 인간관계 망을 동원한 사건 청탁·무마 시도가 이뤄질 수 있다는 불안감과 함께, 사건 이송 과정에서 피해자의 인적 사항이 노출되어 보복 범죄나 2차 피해로 이어지는 사각지대가 꾸준히 지적되고 있다.
제주 실종 사건처럼 신고가 수사 기관 내부 판단이나 초동 미흡으로 임의 철회·내사 종결되는 흐름 역시 수사 통제 시스템의 허점을 극명히 보여준다.
현행 국내 시스템에도 수사관 기피신청, 경찰수사심의위원회, 검찰 이의신청 및 재수사 요청 등 보완책이 존재한다. 그러나 이러한 장치들은 피해자가 직접 문제를 제기해야 가동되는 수동적 구조이며, 청문감사인권관이나 수사심의위 등 통제 기구가 경찰 내부나 관할 아래 위치해 있어 ‘제 식구 감싸기’ 한계를 완벽히 극복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반면 영국, 미국 등 주요 선진국은 수사 통제와 사건 검증의 독립성을 대폭 강화해 운영하고 있다. 영국의 독립경찰행위감독청(IOPC)처럼 경찰과 완전히 독립된 별도의 외부 기구가 직접 수사 비위를 조사하고 징계를 권고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또한 영국의 국가범죄기록표준(NCRS)과 같이 모든 범죄 신고 접수 및 취하·철회 이력을 국가 표준 전산 시스템에 영구 보존하고 상급 기관의 승인을 거치게 함으로써, 경찰이 임의로 사건을 누락하거나 내사 종결하지 못하도록 엄격히 통제한다. 나아가 종결되거나 취하된 사건에 대해서도 외부 기구나 감찰원이 무작위 표본 감사(Audit)를 실시해 전수 검증 수준의 사후 통제를 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수사 기관의 독단적 사건 처리와 유착 우려를 차단하기 위해 세 가지 근본적인 제도 개혁이 시급하다고 제언한다.
첫째, 영국 IOPC나 미국 감찰원(IG) 모델과 같이 경찰 조직으로부터 완전히 독립된 외부 상설 감시 기구를 신설해, 부실 수사나 유착 정황을 직접 조사하고 전수 감사를 실시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 둘째, 범죄 신고 접수 및 취하·철회 이력이 전산망에 영구 보존되는 '자동화 시스템'을 구축하여 담당자 임의로 사건이 묵살되거나 은폐되는 길을 막아야 한다. 셋째, 피해자의 신청만으로도 피의자 주소지 관할서가 아닌 피해자 주거지 관할서로 사건을 재배정하는 '피해자 중심 관할 예외권'을 법제화해야 한다.
사법 절차의 최우선 가치는 피의자의 방어권 보호를 넘어 범죄 피해자의 안전과 정서적 보호에 있다. 수사 기관에 대한 신뢰가 한계치에 다다른 지금, 사건 접수부터 종결까지 객관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강력한 이중·삼중의 사법 통제망이 조속히 구축되어 피해자들이 안심하고 법의 테두리 안에서 보호받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