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기야 국회의원 입에서 “배우 하영 집안 재산, 국가가 환수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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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정 “친일재산조사위원회가 안상호 재산 축적 과정 조사해야”
배우 하영(본명 안하영·33)의 증조부 안상호(1872~1927)가 일제강점기에 형성한 토지 재산을 국가가 환수해야 한다는 주장이 국회에서 나왔다. 오는 12월 16년 만에 다시 문을 여는 친일재산조사위원회가 안상호의 재산 축적 과정을 조사해야 한다는 취지다.

23일 정치권에 따르면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은 지난 2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 법무부 업무보고에서 이진수 법무부 차관에게 안상호의 친일 논란을 거론하며 "이 친일 가문이 안양역·군포역 일대 대규모 토지를 소유한 대지주였던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하영의) 증조부는 일제강점기에 이미 재산을 축적한 대지주다. (하영 집안의 재산은) 친일 재산이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박 의원이 근거로 든 것은 최근 확인된 토지 기록이다. 주간경향 보도에 따르면 일제강점기 토지조사부에는 안상호가 시흥군(현 시흥시) 남면 금정리 235번지에 2700평(약 8900㎡)의 논을 소유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소유자란에는 안상호의 한자 이름 '安商浩'가, 지목란에는 논을 뜻하는 '답(畓)'이 적혀 있다. 이 땅은 당시 개통된 경부선 철도 바로 옆에 자리했으며, 현재 행정구역으로는 군포시 금정동 일대로 옛 지번의 흔적은 금정IC 자리로 이어진다. 그동안 안양 일대 대규모 토지를 중심으로 알려졌던 안상호의 재산이 군포 지역까지 확인된 것이다.
다만 해당 토지가 친일 행위의 대가로 형성됐는지, 현재 하영 가족의 재산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해당 땅은 1983년 국가에 수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안상호 후손이 수용 당시까지 소유권을 유지했는지, 보상금을 받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박 의원도 "친일재산귀속법에 따른 환수 대상인지가 확정적이지는 않다"고 전제했다.
박 의원은 "민족문제연구소나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가 공식 발표한 친일반민족행위자 명단에는 (안상호가) 포함되지 않는다"면서도 "매국적이라거나 일본 의회 의원이었다거나 귀족 작위를 받았다거나 하지는 않지만 (친일반민족행위자재산조사)위원회 결정으로 반민족행위자로 규정해 그 재산을 친일 재산으로 판단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박 의원은 장신 역사문제연구소 상임연구위원이 2007년 발표한 논문을 인용해 "안상호는 1916년 조선총독부 경무국이 총독 정치를 시인하고 내선융화를 목적으로 한 단체로 규정한 대정친목회 간부인 평의원으로 이름을 올렸다"고 짚었다. 이어 "단체 활동의 성격, 주도적 역할, 내선융화 관여 정도, 식민 통치 협력의 대가성 여부를 종합 심의해 친일반민족행위자로 지정할 수 있는지 판단할 수 있다"며 "과거 명단 누락자라고 하더라도 이러한 친일 재산에 대해서는 국가가 빠짐없이 환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후손들이 부당하게 친일 재산을 승계해 삼대가 떵떵거리며 살고 있다는 국민적 분노 앞에 법무부가 답해야 한다"며 "차관님께서 12월에 발족하는 위원회에 관심을 가지고 점검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차관은 "준비단이 구성돼 12월 발족을 위해 실무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위원회가 기존 자료 외에도 여러 활동을 통해 친일 재산 환수를 위해 열심히 활동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저희도 그 위원회가 원활하게 구성되고 잘 출범할 수 있도록 챙겨보겠다"고 했다. 이 차관은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밝힌 최소 환수 예상액 325억원에 대해서는 "조사권이 없는 상태에서 저희가 가진 정보를 근거로 말씀드린 것"이라며 "위원회가 출범하면 최장 5년까지 독자성을 가지고 활동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번 논란은 하영이 지난 7일 방송에서 집안 내력을 언급하면서 불거졌다. 하영은 배우 정해인과 함께 넷플릭스 시리즈 '이런 엿같은 사랑' 홍보차 KBS 2TV 예능 '옥탑방의 문제아들'에 출연해 증조부부터 4대째 의사 집안이라며 "증조할아버지께서 양의학을 일본에서 배워 오시고 한국에서 개원하신 첫 의사셨다. 고종 황제를 진료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안상호는 일본 도쿄 자혜의원 의학교에서 서양의학을 배운 뒤 귀국해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적 개업의로 알려진 인물이다.

방송 이후 온라인에서 안상호의 일제강점기 행적이 재조명되면서 그가 1916년 대정친목회 평의원을 지낸 사실 등이 알려졌다. 안상호는 조선총독부 기관지 매일신보와의 인터뷰에서 일본인 아내와 결혼한 뒤 일본식 생활을 강조하는 발언을 해 '일선동화'의 모범 가정으로 소개되기도 했다. 민족문제연구소는 지난 14일 입장문을 내고 안상호의 친일 행적이 명백하다고 밝혔다.
다만 안상호는 정부가 공식 발표한 친일반민족행위자 명단이나 민족문제연구소 친일인명사전에는 등재되지 않았다. 친일인명사전 집필에 참여한 방학진 민족문제연구소 사무처장은 안상호의 친일 행적을 두고 "팩트"라고 지적하면서도 다른 친일반민족행위자에 비해 적극성과 반복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져 수록 기준에는 이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논란이 확산하면서 하영이 모델로 나선 광고 영상이 비공개로 전환됐고 출연 예정이던 인터뷰가 취소됐다. 발언이 나온 방송분도 다시보기 서비스가 중단됐다. 하영은 지난 12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자필 사과문을 올렸다. 그는 "가족을 통해 전해 들은 이야기로 증조부의 삶을 단편적으로만 알고 있었고, 부끄럽게도 그런 무지한 상태로 여러 자리에서 증조부에 대한 이야기를 가족의 자랑처럼 꺼내 왔다"며 "그 과오를 무겁게 받아들이며 후손으로서 진심으로 사죄드린다"고 밝혔다. 소속사 비스터스엔터테인먼트는 논란 초기 친일 의혹을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가, 안상호가 1916년 대정친목회 평의원 명단에 오른 기록을 확인했다며 하루 만에 입장을 번복했다.
2기 친일재산조사위원회는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의 국가귀속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 시행에 맞춰 오는 12월 3일 이후 설치된다. 위원회는 친일반민족행위자를 선정하고 해당 인물이 취득한 재산이 친일 행위의 대가인지 등을 심의해 친일 재산 여부를 결정하는 권한을 갖는다. 친일 재산으로 결정되면 원칙적으로 국가에 귀속된다. 다만 제3자가 친일 재산임을 모르고 취득했거나 정당한 대가를 지급하고 취득했다면 환수 대상에서 제외된다.
1기 위원회는 2006년부터 2010년까지 활동하며 토지 2359필지, 당시 시가로 2373억원어치를 국가에 귀속·환수했다. 정성호 장관은 2기 위원회 출범과 관련해 "최소 325억원 이상의 친일 재산을 환수할 수 있을 것"이라며 "환수한 재산은 독립유공자와 그 후손들의 복지를 위해 사용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