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름끼치는 행동으로 온 국민 술렁이게 한 '장미란씨 담당 경찰'은 이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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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란씨 사망했다고 허위 입력... 가족에 무사하다고 말한 남성 사망
제주 경찰이 실종 사건을 잇따라 허위로 종결한 혐의로 긴급체포된 현직 경찰관을 상대로 범행 동기를 집중 조사하고 있다. 신분을 이용해 실종 신고를 임의로 마감한 정황이 드러난 데다 문제의 경찰이 종결한 사건의 실종자 가운데 한 명이 숨진 채 발견되면서 경찰의 실종 수사 체계 전반을 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24일 경찰에 따르면 제주경찰청은 전날 직무유기와 공전자기록 위작·행사,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지난 22일 긴급체포한 부 모 경장을 상대로 실종 사건을 허위 종결한 이유와 경위를 조사했다고 밝혔다. 부 경장은 전날 오후 제주동부경찰서 유치장을 나와 호송차로 옮겨지는 과정에서 허위 종결 이유를 묻는 취재진 질문에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은 채 고개를 숙이고 차에 올랐다.
경찰 관계자는 "부 경장을 상대로 실종 사건을 허위 종결한 동기 등을 조사하고 있다"며 "조사 장소는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다른 경찰 관계자는 "긴급체포 시한인 24일 오후까지 조사를 진행한 뒤 구속영장을 신청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수사를 최대한 신속하게 진행한 뒤 다음 주 중 언론 브리핑을 할 방침이다.
제주서부경찰서 소속인 부 경장은 그동안 불구속 상태로 수사를 받아오다 지난 22일 오후 3시 28분쯤 제주시 모처에서 긴급체포됐다. 현직 경찰관이 실종 사건을 스스로 종결하고 관련 기록까지 삭제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실종 사건 처리를 둘러싼 제도적 허점이 드러났다.

부 경장이 허위로 종결한 것으로 확인된 실종 사건은 현재까지 2건이다. 3개월 넘게 행방이 묘연한 장미란 씨(37)와 60대 남성의 실종 사건이다.
부 경장은 지난 5월 15일 오후 6시 43분쯤 장 씨에 대한 실종 신고를 접수한 뒤 2시간 30여분 만인 오후 9시 16분쯤 사건을 자체 종결했다. 장 씨 가족에게 '장 씨와 연락이 닿았다'는 취지로 거짓말을 하고, 실종자 프로파일링 시스템에서 장 씨 관련 자료를 삭제한 것으로 조사됐다. 실종자를 직접 만나 안전 여부를 확인해야 하는 원칙도 지키지 않았다.
장 씨는 지난 5월 12일 밤 제주시 한림읍에 있는 집을 나선 뒤 지금까지 실종 상태다. 장 씨 가족이 지난달 19일 경찰에 다시 실종 신고를 했고, 경찰이 지난 11일 부 경장에 대한 수사에 착수하면서 허위 종결 정황이 드러났다. 제주경찰청은 이날 오후에도 제주시 한림읍 한림항 일대에서 장 씨를 찾기 위한 수색 작업을 벌였다.
60대 남성의 사건도 같은 방식으로 처리됐다. 부 경장은 지난달 2일 오후 6시 2분쯤 이 남성에 대한 실종 신고를 접수하고도 5시간 30여분 만인 오후 11시 38분쯤 사건을 허위 종결했다. 이 남성 가족은 지난달 27일과 지난 6일에도 경찰에 다시 실종 신고를 했지만 경찰은 별다른 확인 절차 없이 제대로 답변하지 않았다.
이 남성 가족은 언론 보도를 통해 장 씨 사례를 접한 뒤 지난 21일 오후 3시 52분쯤 경찰에 다시 실종 신고를 했다. 담당 경찰관이 부 경장이라는 사실을 확인한 경찰은 즉시 수색에 나서 이튿날인 22일 제주시 구좌읍에서 이 남성을 숨진 채 발견했다. 최초 실종 신고가 접수된 지 51일 만이었다.
이 남성의 아들은 이날 제주서부경찰서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아버지가 무사하고 가족에게 위치를 알리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경찰 말만 믿고 기다렸는데, 아버지는 최초 실종 신고 51일 만에 시신으로 돌아왔다"며 울분을 토하고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
경찰은 부 경장이 그동안 담당한 실종 사건을 전수조사하는 과정에서 지난 21일 이 남성 사건이 허위로 종결된 정황을 확인했다. 제주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부 경장을 상대로 두 사건을 허위 종결한 경위와 함께 비슷한 방식으로 처리한 실종 사건이 더 있는지 조사하고 있다.
경찰청도 전국 실종 사건 처리 과정에서 비슷한 사례가 있었는지 전수조사에 나섰다. 아울러 담당자가 실종 사건 해제를 요청하면 관리자가 이를 확인한 뒤 최종 해제하도록 실종자 관리 시스템도 개선하고 있다.

한성숙 국무총리는 전날 오전 이번 사태에 강한 유감을 표명하며 경찰청에 철저한 진상 조사와 근본적인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한 총리는 "이번 실종 사건의 수사 과정 전반을 철저히 조사하고, 경찰이 실종 신고 접수·처리 과정에서 허위로 사건을 종결하는 등의 행위가 있었는지 면밀히 확인하라"고 밝혔다. 한 총리는 조사 결과를 토대로 재발 방지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 보고하도록 했다. 한 총리는 또 가용한 경찰력을 최대한 동원해 실종자 수색에 최선을 다하고, 실종자 가족을 더욱 힘들게 하는 장난 전화나 가짜 뉴스에 대해서도 무관용 원칙으로 엄중히 대응하라고 지시했다.
홍석기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은 전날 제주경찰청을 방문해 "내 가족을 찾는다는 마음으로 실종자의 안전과 소재를 확인할 단서를 찾는 데 노력해 달라"며 "실종 사건은 국민의 생명·안전과 직결되는 만큼 더 정확하고 신속하게 수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권으로도 파장이 번졌다. 검찰의 보완수사권이 전면 폐지되는 국면에서 경찰의 부실 수사 논란이 불거지자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보완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냈다.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한 우려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에 따른 선제 대응으로 풀이된다.
박성준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전날 기자들과 만나 경찰 시스템에 대한 우려에 "추후에 문제점이 있다고 하면 보완책을 마련해 국민 우려가 없도록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경찰 수사 체계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언주 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과연 경찰은 수사권을 전적으로 책임지며 사건을 종결 처리할 역량과 도덕성, 법률 전문성을 갖고 있는가"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미국 형사법 체계는 검찰의 기소권과 경찰의 수사권이 분리돼 있는 전형적인 제도이고 현재 우리나라 검찰개혁의 제도적 모델"이라며 "그 미국에서조차 검찰은 기소와 공소 유지를 위해 경찰의 초동 수사 과정에서부터 긴밀하게 정보를 공유하고 수시로 관여할 수 있으며, 검경은 상호 수사 과정과 공소 유지 과정에 서로 긴밀하게 협력한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만일 검경 역할에 지나치게 벽이 생겨 오히려 원활한 협력과 관여가 안 된다면 그 사건이 제대로 처리될 수 있을까"라며 "그리되면 도대체 누굴 위한 개혁이 되는 건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수사·기소 분리의 근간이 유지되더라도 과정에서 긴밀한 협력과 관여, 정보 공유 등이 원활히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필요하면 형사소송법 보완 개정을 해야 한다. 급히 처리할 게 아니라 신중하고 치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강득구 민주당 의원도 페이스북에 "경찰이 실종 신고 자체를 자체적으로 종결·삭제한 과정을 포함해 수사의 시작부터 종결까지 절차가 과연 적절했는지, 놓친 부분은 없었는지 사건의 실체를 제대로 규명해야 한다"며 "수사기관이 스스로 사건을 종결하는 구조 전반에 대한 재검토와 보완책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적었다가 지웠다.
국민의힘은 이번 사건을 고리로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를 겨냥했다. 조용술 국민의힘 대변인은 전날 논평에서 "수사의 편의를 위해 무너진 경찰의 기강은 결국 고스란히 국민의 아픔으로 돌아온다"며 "더 큰 문제는 이번 사건을 단순히 경찰관 한 사람의 일탈로만 치부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했다. 조 대변인은 "이재명 정권은 검찰의 보완 수사 기능을 순식간에 폐지하고, 이를 뒷받침할 보완 입법마저 부실하다는 국민적 비판을 받고 있다"며 "벌써 경찰 내부의 잘못을 경찰이 '셀프 수사'하고 결론을 내리는 폐단이 벌어지고 있다. 수사기관 간 상호 견제가 왜 필요한지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꼬집었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서 "제주 사건으로 보완수사권 공백에 대한 우려가 다시 커지자 민주당은 이제 국민의 우려가 없도록 보완책을 마련하겠다고 한다"며 "하지만 순서가 거꾸로 됐다"고 지적했다. 윤 의원은 "국민의 생명과 인권이 걸린 형사사법 체계를 바꾸려면 수사 공백과 부실 수사를 막을 안전장치부터 마련했어야 한다"며 "시행착오를 해보고 나중에 고칠 수 있는 실험장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