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예비 임차인’ 모집 규제 강화…부산 민간임대 논란 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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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고 없이 투자자·회원 모집하면 처벌…민간임대주택법 개정안 국회 통과
- 동래·부산진구서 유사 모집 잇따라…지자체 고발·조사 요청
- 기존 모집 행위는 당시 법령 따라 판단…개정법 소급 적용은 어려울 전망
[부산=위키트리 최학봉 선임기자] 민간임대아파트 공급을 내세워 ‘예비 임차인’이나 ‘회원’, ‘투자자’ 등의 이름으로 사실상 입주 희망자를 모집하는 방식에 제동이 걸리게 됐다.
국회가 민간임대주택 입주를 명목으로 법에서 정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사람을 모집하고 금전을 받는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의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면서다.

국토교통부와 국회 입법자료 등에 따르면 지난 2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개정안은 민간임대주택 입주를 명목으로 신고 없이 투자자나 회원 등 이른바 ‘예비 임차인’을 모집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최근 일부 민간임대 사업장에서 법률상 임차인 모집이 아닌 투자자나 회원 모집 형식을 내세워 계약금이나 투자금, 회비 등의 명목으로 자금을 받는 사례가 나타나면서 현행 제도의 사각지대라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기존 법령은 임차인 모집과 협동조합 조합원 모집 등에 대해서는 일정한 절차와 신고 의무를 두고 있지만, 사업자가 ‘회원’이나 ‘투자자’ 등 다른 명칭을 사용해 사람을 모집할 경우 이를 어떤 법률로 규율할 것인지를 놓고 논란이 있었다.
이번 개정안은 이 같은 우회 모집 방식까지 규율 대상에 포함시켜 민간임대주택 입주와 관련한 사실상의 자금 모집 행위를 보다 폭넓게 관리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부산에서도 유사한 논란이 잇따랐다.
동래구에서는 민간임대아파트 공급을 내세운 사업장이 임차인 모집 신고 없이 홍보와 계약 상담을 진행했다는 논란이 불거졌고, 관할 동래구청은 관련 내용을 경찰에 고발했다.
위키트리 취재 당시 동래구청은 해당 사업장과 관련해 민간임대주택법상 임차인 모집 신고가 접수된 사실이 없다고 확인했다. 이후 사건은 동래경찰서에서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부산진구에서도 협동조합형 민간임대주택 사업을 둘러싸고 모집 절차와 사업 진행 상황에 대한 논란이 제기됐다.
해당 사업은 조합원 모집 신고 이후 행정기관으로부터 시정명령을 받은 데 이어 모집 신고가 취소됐으며, 당시 건축심의나 건축허가, 사업계획승인 신청도 접수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관할 행정기관은 모집·홍보 과정에서 표시·광고 관련 법령 위반 가능성이 있는지 관계기관에 조사를 요청한 상태다.
문제는 새로 마련된 규제가 과거 모집 행위에 그대로 적용되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형벌이나 행정제재 규정은 원칙적으로 행위 당시 법률을 기준으로 판단하기 때문에 개정법 시행 이전에 이뤄진 모집 행위에 대해서는 당시 적용 가능한 민간임대주택법과 표시·광고법, 형법 등 기존 법령에 따라 위법 여부를 따져야 한다.
따라서 현재 경찰 수사나 행정기관 조사가 진행 중인 개별 사업장 역시 이번 개정안 통과 자체만으로 위법성이 확정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번 법 개정은 그동안 ‘예비 임차인’, ‘회원’, ‘투자자’ 등의 명칭을 이용해 법적 규제를 피해 가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이어졌던 민간임대주택 모집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 사업자가 민간임대주택 입주와 연계해 사람을 모집하면서 돈을 받을 경우 단순히 계약서상의 명칭을 투자자나 회원 등으로 바꾸는 것만으로 법 적용을 피하기는 한층 어려워질 전망이다.
그러나 이번 법 개정이 지나치게 늦었다는 비판도 피하기 어렵다.
그동안 전국 각지의 협동조합형·민간임대주택 사업장에서 사업 지연과 계약금 반환, 모집 절차 등을 둘러싼 분쟁이 반복됐고, 적지 않은 계약자들이 금전 피해를 호소한 뒤에야 국회가 제도 보완에 나섰기 때문이다.
특히 주택 공급을 믿고 수천만 원에서 많게는 억대 자금을 납부한 계약자들이 사업 장기화와 환불 문제로 고통을 겪는 사례가 이어지는 동안, 행정기관은 명확한 처벌 규정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적극적인 개입에 한계를 보여 왔다.
결국 피해가 현실화된 이후에야 법적 사각지대를 메우는 규제가 마련됐다는 점에서 이번 개정은 “전국에서 수많은 피해 호소가 나온 뒤 마련된 뒷북 입법”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민간임대주택은 서민의 주거와 목돈이 직접 연결되는 사업인 만큼 사후 처벌보다 사전 검증과 자금 관리, 모집 단계에서의 강력한 관리·감독이 우선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