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대 수입이라더니… 발암물질 범벅 중국산 배추, 국내 유입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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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만t 수입한 중국산 배추, 포르말린 오염 추적 조사 시작
중국 허베이성의 한 배추밭에서 작업 인부들이 발암물질인 '포름알데히드'를 처리하는 영상이 공개돼 충격을 주고 있다.

현지 캉바오현 정부는 긴급 조사를 진행한 결과 영상에 담긴 내용이 사실이라고 확인했다. 중국 중앙정부는 전국 각 지역에서 배추 등 채소를 대상으로 특별 표본검사와 시장조사를 시행하라고 지시했다.
한국은 지난해 배추값을 잡겠다며 중국산 신선배추를 역대 가장 많은 2만285t 수입했다. 해당 지역 배추나 그것으로 만든 김치가 한국으로 반입된 것이 확인된다면 파문은 일파만파 커질 전망이다.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중국 국무원 식품안전판공실, 농업농촌부,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은 24일 현지시각 허베이성 장자커우시 캉바오현에서 발생한 '포름알데히드 배추 사건'과 관련해 현지 당국에 철저하고 신속한 조사를 지시했다. 현지 언론매체를 통해 배추 수확 과정에 포름알데히드 용액이 사용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지 하루 만이다. 이들 기관은 문제가 된 배추의 유통 경로를 추적해 시중 유통을 차단하는 한편, 위법 행위가 확인되면 엄중하게 처벌하라고 주문했다.
사건은 중국의 한 블로거가 캉바오현의 배추 수매 현장을 촬영한 영상을 공개하면서 드러났다. 영상에는 수매업자들이 배추를 트럭에 싣기 전 한 포기씩 들어 올려 뿌리 부분을 포름알데히드로 추정되는 액체가 담긴 대야에 담갔다가 꺼내는 장면이 담겼다. 현장 관계자는 이렇게 처리하면 배추를 2일에서 3일 더 신선하게 유지할 수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 트럭 옆에서는 '포름알데히드 용액'이라고 표기된 용기도 발견됐다.
논란이 확산하자 캉바오현 정부는 현장 조사에 나서 영상에 담긴 내용이 사실이라고 확인했다. 캉바오현 정부는 수매업자가 배추 운송 과정에서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저지른 불법 행위라고 밝혔다. 현지 공안 당국은 관련자와 차량에 대해 법에 따라 강제조치를 하고 추가 수사를 진행 중이다.
베이징 최대 농산물 도매시장인 신파디 농산물도매시장도 유통 경로 전반에 대한 자체 조사에 착수했다. 신파디 시장은 조사 결과 문제가 된 배추가 시장에 유입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판매 중인 배추는 모두 검사 합격 보고서를 갖추고 있으며 공급도 안정적이라고 설명했다.
포름알데히드는 세계보건기구 산하 국제암연구소가 규정한 1군 발암물질이다. 자극성이 강한 무색의 화학물질로, 수용액은 흔히 '포르말린'으로 불린다. 조직 부패를 늦추는 성질 때문에 병리조직 고정이나 시신 방부 처리에도 사용된다. 중국은 자국 식품안전법과 농산물품질안전법 등을 통해 포름알데히드를 식품 가공 보조제로 생산하거나 판매, 사용하는 것을 엄격히 금지한다.
관세청에 따르면 한국은 2022년부터 2024년까지 중국산 신선배추를 연평균 2104t 수입했다. 지난해에는 2만285t을 수입해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중국산 신선배추는 올해 들어서도 7월까지 2519t이 수입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24일 참고자료에서 중국 대사관 등을 통해 포름알데히드를 사용한 배추의 한국 수출 여부를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식약처는 전날인 23일부터 통관 단계에서 중국산 배추에 대한 수입 검사를 강화했다. 포장 장소별로 총 3회에 걸쳐 포름알데히드 검출 여부를 정밀하게 확인하고 있다. 식약처는 추가 정보를 확인하는 대로 필요한 조처를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국내 김치 수입 규모가 크다는 점도 이번 사안을 더 예민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김치 수입량은 19만4403t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7% 늘었다. 같은 기간 기준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수입액도 1억2593만달러로 16.3% 증가했다. 국내에 수입되는 김치의 약 99%는 중국산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까지 문제가 된 배추가 한국 등 해외로 수출됐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중국 내 구체적인 유통 범위도 아직 파악되지 않았다.

중국산 식품을 둘러싼 안전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5년에는 중국산 김치 16개 제품을 조사한 결과 9개 제품에서 기생충 알이 검출돼 판매가 중단됐다. 같은 해 또 다른 조사에서는 중국산 김치의 중금속 함량이 국내 기준의 3배 이상으로 나타났다. 이른바 '김치 파동'으로 불린 이 사건은 국내 소비자들에게 중국산 식품에 대한 불신을 심어줬다.
2008년에는 멜라민이 검출된 중국산 달걀 분말이 수입되면서 파장이 일었다. 멜라민은 플라스틱 원료로 쓰이는 화학물질로, 인체에 들어가면 신장결석 등을 유발할 수 있어 식품에 사용이 금지돼 있다. 2013년에는 중국산 김치에서 병원성 대장균이 검출돼 식약처가 해당 제품의 판매를 금지하고 회수 조치했다.
이전의 가장 큰 논란은 2021년 3월 불거진 이른바 '알몸 김치' 사태다. 중국의 한 김치 공장에서 작업자가 알몸으로 절임 구덩이에 들어가 맨손으로 배추를 다루는 영상이 공개되면서 국내에서 중국산 김치 불매 운동이 확산했다. 당시 식약처는 해당 영상이 2020년 6월 중국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것이며, 영상 속 절임 방식은 중국 정부가 2019년부터 전면 금지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한국으로 수출되는 배추김치의 절임 공정은 모두 실내에서 이뤄진다고도 설명했다.
다만 해명에도 불구하고 소비자 불안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이 그해 4월 국내 음식점 1000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파동 전후로 수입 김치 구매 비율은 47.1%에서 43.1%로 4.0%포인트 감소하는 데 그쳤다. 수입산 김치를 국산으로 바꿀 의향이 없다고 답한 업체가 67.9%에 달했다. 그 이유로는 국산 김치의 단가가 비싸다는 응답이 53.2%로 가장 많았다. 실제로 파동 이후인 그해 1월부터 5월까지 김치 수입액은 5932만4000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2.7% 감소하는 데 그쳐, 큰 타격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이후 국내 배추값 상승이 이어지면서 중국산 김치 수입은 다시 늘어나는 추세를 보였다. 2021년 한국의 김치 수입액은 1억4074만달러로 전년의 1억5243만달러보다 7.7% 줄었다. 2022년부터는 다시 증가해 2년 연속 1억6000만달러를 웃돌았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물가 상승으로 식당들이 식자재를 수입 김치로 바꾼 영향과 여름철 배추 수급 부진이 겹치면서 중국산 김치 수입이 알몸 김치 사태 이전 수준으로 회복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중국산 채소와 김치를 둘러싼 위생 논란은 2005년 기생충 알 검출, 2008년 멜라민 파동, 2013년 병원성 대장균 검출, 2021년 알몸 김치 사태에 이어 이번 포름알데히드 배추 사건까지 반복됐다. 그때마다 정부는 검사 강화 조치를 내놨지만 저렴한 가격을 앞세운 중국산 식자재 수입 자체는 꾸준히 늘어나는 흐름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