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장해서 동대구역까지…중국인 유학생 살해 피의자의 수상한 행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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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행 뒤 피해자 옷 입고 여장해 동대구역까지 이동
실종 신고까지 직접…경찰, 수사 혼선 목적 여부 조사 중

경북 경산에서 20대 중국인 여성 유학생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30대 중국인 남성이 경찰에 체포됐다. 피해자의 실종 사실을 직접 신고했던 이 남성은 범행 직후 피해 여성의 옷을 입고 얼굴을 가린 채 동대구역까지 이동한 것으로 조사됐다.

20대 중국인 유학생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피의자 정 모 씨가 25일 오후 경찰에 체포돼 경산경찰서로 압송되고 있다. / 뉴스1
20대 중국인 유학생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피의자 정 모 씨가 25일 오후 경찰에 체포돼 경산경찰서로 압송되고 있다. / 뉴스1

26일 경북 경산경찰서에 따르면 경찰은 전날 오후 7시 29분께 경산 하양읍의 한 도로에서 중국 국적 정 모 씨를 살인 혐의로 체포했다. 이후 정 씨의 주거지에서 피해자 A(25) 씨의 시신을 발견했으며 정 씨를 상대로 범행 동기와 구체적인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피해자 옷 입고 여장해 동대구역까지…화장실서 다시 갈아입어

경찰이 정 씨의 범행 전후 동선을 추적하는 과정에서는 수상한 행적도 확인됐다. 정 씨는 지난 20일 A 씨와 함께 자신의 주거지로 들어간 뒤 혼자 여성 옷을 입고 모자 등으로 얼굴을 가린 채 집을 나섰다. 당시 두 사람이 함께 주거지로 들어가는 장면은 CCTV에 찍혔지만 정 씨가 A 씨를 강제로 끌고 가는 모습은 없었다.

정 씨는 이런 차림으로 동대구역까지 이동한 뒤 일대 화장실에서 다시 옷을 갈아입고 자신의 주거지로 돌아왔다. 이동 과정의 특정 시점에는 A 씨의 휴대전화 전원도 꺼진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정 씨가 피해 여성처럼 보이게 꾸민 채 동대구역까지 이동함으로써 A 씨가 스스로 대구로 간 것처럼 행적을 만들려 했는지 확인하고 있다.

실종 신고까지 직접…“대구로 간다더니 연락 안 돼”

A 씨는 경북 경산의 한 대학원에 다니던 중국인 유학생으로, 방학을 맞아 중국으로 돌아갔다가 지난 14일 학위수여식 참석을 위해 한국에 다시 입국했다. 그러나 졸업식이 열린 지난 20일 오후 늦게부터 가족과 지인들에게 연락이 닿지 않았고 이튿날인 21일 오후 7시께 경찰에 실종 신고가 접수됐다.

신고자는 정 씨였다. 정 씨는 당시 자신을 A 씨의 남자친구라고 소개하며 “대구로 나간다고 했는데 연락이 안 된다”는 취지로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처음에는 정 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했지만 진술 내용에서 석연치 않은 부분을 발견하면서 범죄 가능성을 의심하기 시작했고 이후 정 씨를 살인 혐의 피의자로 특정했다.

실종 직후 경찰은 A 씨의 휴대전화 위치값 등을 토대로 대학원 앞 편의점과 동대구역 인근을 중심으로 행적을 추적했다. 신고 당일 대구경찰청에 공조를 요청해 동대구역 일대까지 수색했지만 A 씨를 찾지 못했다. A 씨는 연락이 끊긴 지 닷새 만인 지난 25일 정 씨의 주거지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 공무집행방해 혐의 적용도 검토

20대 중국인 유학생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피의자 정 모 씨가 25일 오후 경찰에 체포돼 경산경찰서로 압송되고 있다. / 뉴스1
20대 중국인 유학생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피의자 정 모 씨가 25일 오후 경찰에 체포돼 경산경찰서로 압송되고 있다. / 뉴스1

경찰은 정 씨가 피해자의 옷을 입고 동대구역까지 이동한 점과 휴대전화 전원을 끈 점, 이후 직접 실종 신고까지 한 점을 한 흐름으로 보고 범행 이후 동선을 재구성하고 있다. 특히 사건 초기에 경찰 수사 방향을 다른 곳으로 돌리려 했는지 살펴보고 있으며 공무집행방해 혐의를 추가로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정 씨는 체포된 뒤 현장검증을 거쳐 지난 25일 오후 11시 50분께 경산경찰서로 압송됐다. 그는 범행 동기 등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답하지 않은 채 고개를 숙이고 경찰서 안으로 들어갔다.

경찰은 A 씨의 정확한 사망 원인과 시점을 확인하기 위해 부검을 진행하고, 정 씨의 주거지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통해 범행 관련 증거도 추가로 확보할 방침이다. 정 씨를 상대로 한 추가 조사를 거쳐 구속영장 신청 여부도 결정할 예정이다.

주부산 중국총영사관은 한국 경찰에 철저한 수사와 피의자 엄벌을 요구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총영사관은 A 씨 유족의 사후 처리 과정에도 영사 조력을 제공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유튜브, 연합뉴스T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