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C, 가상자산 커스터디 규정 완화안 백악관 제출…겐슬러식 규제와 다른 길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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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C, 가상자산 커스터디 개정안 8월25일 백악관에 제출
투자자문사 보관 기준 명확화·낡은 규정 정비, 클래리티법 표류 속 독자 행보

SEC, 가상자산 커스터디 규정 완화안 백악관 제출…겐슬러식 규제와 다른 길 걷는다 / AI 생성 일러스트(삽화)
SEC, 가상자산 커스터디 규정 완화안 백악관 제출…겐슬러식 규제와 다른 길 걷는다 / AI 생성 일러스트(삽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투자자문사와 투자회사의 가상자산 보관(커스터디) 규정을 손보는 개정안을 백악관에 보냈다. SEC는 이 개정안 “커스터디 규정 개정(Amendments to the Custody Rules)”을 8월25일(현지시각) 백악관 예산관리국(OMB) 산하 정보규제국(OIRA)에 제출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투자자문사와 펀드가 고객의 가상자산을 어떤 방식으로 보관해야 연방 증권법을 지킬 수 있는지 기준이 명확해질 전망이다. 세부 조항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고, 백악관 검토를 거쳐 SEC 위원회 표결로 공개 의견수렴 절차에 들어갈지 결정된다. 이번 조치는 의회의 포괄적 가상자산 시장구조법 클래리티법(CLARITY Act)이 상원에서 표류하는 가운데 나왔다.

백악관 보낸 개정안, 무엇을 담았나

SEC가 제출한 문서는 1940년 투자자문업법과 1940년 투자회사법에 근거한 기존 보관 규정 개정을 다룬다. 제안문에는 “이번 규정 제정은 투자자문사와 투자회사를 위한 가상자산 보관 프레임워크를 명확히 하는 동시에, 시장과 증권 거래·보관 관행의 변화로 더는 투자자 보호에 필요하지 않은 낡은 조항의 부담을 없애는 다른 현대화 조치도 포함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현행 투자자문사 보관 규정상 고객의 자금이나 증권을 보관하는 등록 자문사는 예외가 인정되지 않는 한 자산을 적격 커스터디언(qualified custodian)에게 맡겨야 한다. 가상자산은 소유권과 통제권이 개인키와 블록체인 기반 보관 시스템에 좌우될 수 있어 이 요건을 어떻게 적용할지를 두고 의문이 제기돼 왔다. SEC는 시장과 자산 보관 관행 변화로 불필요해진 일부 기존 요건도 함께 없애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전체 내용은 OMB 검토가 끝나고 SEC로 되돌아온 뒤, 현직 공화당 소속 위원 3명이 공개 의견수렴 절차 개시 여부를 표결해야 공개된다.

앳킨스 취임 이후 이어진 규정 정비 흐름 / AI 생성 이미지
앳킨스 취임 이후 이어진 규정 정비 흐름 / AI 생성 이미지

앳킨스 취임 이후 이어진 규정 정비 흐름

폴 앳킨스가 2025년 SEC 위원장에 오른 뒤 SEC는 집행 중심에서 규정 제정 중심으로 방향을 틀었다. 앳킨스는 이전의 “집행을 통한 규제” 방식을 끝내겠다고 공언했고, 정책은 정식 규정 제정 절차로 다뤄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런 흐름 속에 SEC는 2025년 코인베이스를 상대로 낸 소송을 포함해 주요 가상자산 기업을 상대로 한 여러 소송을 취하했다.

커스터디 규정은 SEC가 앳킨스 체제에서 정식 규정 제정 대상으로 올려놓은 여러 가상자산 관련 현안 중 하나다. 7월에는 SEC가 2026년 규제 의제에 가상자산·브로커딜러·시장구조를 다루는 세 가지 가상자산 규정 제안을 올렸다. 하나는 가상자산에 대한 면제와 세이프하버를 검토하는 내용이고, 다른 하나는 가상자산을 다루는 회사에 브로커딜러 규정을 어떻게 적용할지 살피는 내용이다. 별도의 시장구조 제안은 대체거래시스템(ATS)과 전국증권거래소를 통한 가상자산 거래를 다룬다. 6월 공개된 SEC의 2026~2030년 전략 초안에도 디지털 자산, 블록체인 인프라, 토큰화된 금융상품이 규제 대상 분야로 명시됐다.

게리 겐슬러 시절 규정과의 결별

이번 커스터디 개정안은 전임 게리 겐슬러(Gary Gensler) 위원장 시절 추진됐던 접근과는 다른 별도의 규정 제정이다. 2023년 3월 처음 제안된 “자문 고객 자산 안전보관(Safeguarding Advisory Client Assets)” 규정은 등록 투자자문사가 가상자산을 포함한 더 넓은 범위의 고객 자산에 보관 요건을 확대 적용하도록 하고, 대부분의 경우 이 자산을 적격 커스터디언에게 맡기도록 요구하는 내용이었다.

당시 가상자산 커스터디 업체들은 상당수가 제안된 적격 커스터디언 정의를 충족하지 못해 불확실성에 놓였고, 업계에서는 투자자문사가 고객을 위해 가상자산을 보관할 선택지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SEC는 2025년 6월 이 안전보관 제안을 포함해 바이든 행정부 시절 마무리되지 않은 여러 규정을 철회했다. 당시 SEC는 관련 분야에서 향후 규제 조치를 하려면 새로운 제안이 필요하다고 밝혔는데, 지금 백악관으로 넘어간 커스터디 개정안이 바로 그 새로운 별도 절차다. 적격 커스터디언 요건, 보관 방식, 가상자산 취급에 대한 구체적 내용은 SEC가 제안을 공개해야 알 수 있다.

클래리티법 표류 속 병행되는 규제 정비

친가상자산 성향 의원들은 의회가 8월 휴회에 들어가기 전 클래리티법을 통과시키길 바랐지만, 민주당이 최신 초안에 반발하면서 표결이 9월로 밀렸다. 신시아 루미스(Cynthia Lummis) 상원의원 등 공화당 일부 의원은 특정 세력이 법안 처리를 고의로 지연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SEC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등 규제기관은 독자적으로 가상자산 정책을 만들어가겠다는 입장이다. CFTC 위원장 마이클 셀리그(Michael Selig)는 클래리티법 제정 여부와 관계없이 규정 제정을 추진해 현 행정부 임기 안에 규정을 확정하겠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주 의원들에게 클래리티법을 통과시켜 달라고 촉구했다. 앳킨스 위원장은 “의회가 이 법안을 진전시키는 것을 지원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SEC는 이달 초 토큰 발행사가 증권법 위반 없이 미국에서 자금을 모을 수 있도록 하는 자체 프레임워크를 제안한 바 있다. 커스터디 개정안이 의회 입법과 별개로 SEC 차원의 규정 정비 작업이 계속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례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