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범죄율' 압도적 전국 1위... 그런데 제주도가 정말 억울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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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객 1300만명, 주민 66만명... 제주 치안 통계의 함정

한 해 1300만명이 다녀가는 섬이다. 제주를 찾는 사람은 주민등록인구 66만명의 20배를 넘는다. 사람이 몰리는 만큼 사건도 몰린다. 최근 실종 신고됐던 이들이 잇따라 숨진 채 발견되면서 제주 치안을 둘러싼 불안이 다시 짙어졌다. 실제로 제주는 11년째 인구 10만명당 범죄 발생 건수가 전국에서 가장 많은 지역이란 불명예를 안고 있는 지역이다.
나흘 새 확인된 사망자만 4명이다. 이 가운데 2명은 담당 경찰관이 실종 신고를 임의로 종결한 사실까지 뒤늦게 드러났다.
국가데이터처가 지난 3월 내놓은 '2025 한국의 사회지표'를 보면, 2024년 제주의 범죄율은 4540건이었다. 전국 평균(3343건)을 1000건 넘게 웃돌았다. 범죄율은 인구 10만명당 발생한 범죄 건수를 뜻한다.
제주 다음으로 높은 곳은 전남(3860건)과 부산(3846건)이다. 범죄율이 가장 낮은 지역은 울산(1727건)이고 세종(2335건), 충북(3067건)이 뒤를 이었다. 제주는 울산의 2.6배에 이른다.
전국 흐름과 견주면 제주의 위치는 더 뚜렷해진다. 전국 평균 범죄율은 2024년 3343건으로 1년 전(3121건)보다 7.1% 늘었지만, 2014년(3811건)과 비교하면 12.3% 낮은 수준이다. 전국 수치가 장기적으로 완만하게 내려오는 사이에도 제주만은 최상위 자리를 지켰다.

제주의 범죄율 1위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시도별 수치가 집계된 2014년 이후 제주는 한 해도 선두를 내주지 않았다. 2016년에는 6051건까지 치솟았다. 이후 낮아지던 범죄율은 2021년 3943건에서 2022년 4074건, 2023년 4286건, 2024년 4540건으로 3년째 다시 오르는 흐름이다.
범죄 종류를 뜯어보면 강도가 두드러진다. 2024년 제주의 인구 10만명당 강도는 2.1건으로 전국 평균(0.9건)의 두 배를 웃돌았다. 성폭력(83.9건)과 폭행·상해(395.3건)도 각각 전국 평균인 69.9건, 270.5건을 넘어섰다.
유형별로 보면 절도가 인구 10만명당 453건으로 가장 많았다. 폭행·상해(395.3건), 성폭력(83.9건)이 뒤를 이었다. 살인도 1.9건으로 전국 평균(1.6건)보다 많았다. 전체 범죄를 형법 범죄와 특별법 범죄로 갈라 보면 제주의 형법 범죄는 10만명당 3108건으로 전국(2118건)을 크게 앞섰다.
제주의 범죄율이 유독 높게 잡히는 데는 통계 산정 방식이 영향을 준다는 해석이 오래전부터 따라붙었다. 범죄율은 주민등록상 상주인구를 분모로 삼는다. 반면 분자인 범죄 건수에는 외지에서 온 관광객이 저지른 사건도 그대로 들어간다. 상주인구는 적고 오가는 인구는 많은 제주에선 같은 사건 수라도 범죄율이 실제 체감보다 부풀려질 수 있다. 사람의 이동이 잦은 곳일수록 지역 공동체의 결속이 느슨해져 범죄가 자리 잡기 쉽다는 점도 함께 거론된다.
이 때문에 주민등록상 상주인구가 아니라 실제로 머무는 체류 인구, 이른바 생활인구를 분모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관광객과 장기 체류자까지 더한 생활인구로 계산하면 제주의 범죄율은 지금 수치보다 낮아진다. 다만 국가데이터처의 공식 범죄율은 모두 주민등록인구를 기준으로 삼는다. 생활인구를 분모로 전국 17개 시도의 순위를 다시 매긴 공식 통계는 없다.

외국인 관광객이 늘면서 외국인 범죄도 함께 증가하는 추세다. 제주경찰청 집계로는 형사 사건으로 입건된 외국인 피의자가 2021년 505명에서 2022년 516명, 2023년 535명, 2024년 610명으로 매년 늘었다. 입건자의 67%는 중국인이었다. 지난해 2월에는 제주시내 한 특급호텔에서 40대 중국인 관광객이 다른 중국인 관광객을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뒤 현금과 카지노칩 등 8500만원어치를 훔친 사건도 벌어졌다.
배경으로는 2002년 도입된 무사증 제도도 꼽힌다. 무사증은 외국인이 비자 없이 30일간 제주에 머물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해 마련됐지만, 관광객과 불법 체류자가 함께 늘어난 측면이 있다.
제주는 산간과 해안이 넓어 실종이나 사건이 생기면 출동과 수색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 여기에 유동 인구까지 겹치면 치안 수요는 상주 인구 규모만으로 가늠하기 어렵다.
이번에 숨진 4명 가운데 한 명이 장미란(37)씨다. 장씨의 시신은 지난 24일 오전 제주시 한림읍 수원리의 한 야자수 농장에서 발견됐다. 마지막으로 머물던 숙소에서 직선거리로 400여m, 걸어서 10분이면 닿는 자리였다. 최초 실종 신고가 접수된 지 101일 만이었다. 시신 훼손이 심해 신원은 치아 감정으로 확인됐다. 현장에서는 장씨의 휴대전화와 반지 등도 함께 나왔다.

부 경장은 5월 15일 밤 당직 근무 중 장씨의 실종 신고를 접수했다. 그러나 두 시간여 만에 사건을 임의로 종결했다. 장씨와 연락이 닿았고 본인이 위치를 알리지 말라고 했다는 것이 이유였다. 실제로는 두 사람이 통화한 기록이 없었다. 부 경장은 실종자 관리 시스템에 등록된 장씨의 자료마저 지웠다. 삭제 사유에는 '교통사고 사망'이라고 적었다.
가족과 남자친구가 지난달 다시 신고한 뒤에야 수색이 재개됐다. 이미 실종 초기의 골든타임은 지난 뒤였다. 한림항 일대 폐쇄회로(CC)TV 영상 상당수도 지워진 상태였다.
부 경장이 같은 방식으로 처리한 60대 남성의 실종 신고도 허위 종결로 드러났다. 이 남성은 신고 51일 만인 지난 22일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부 경장이 지난해 3월부터 이달 11일까지 맡은 실종 신고 298건 전체를 다시 들여다보고 있다. 이 가운데 10건가량이 허위로 종결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부 경장은 지난 22일 긴급체포됐다. 이후 체포적부심으로 한 차례 풀려났다가 25일 다시 구속됐다. 법원은 도주와 증거 인멸 우려를 들었다. 적용된 혐의는 직무유기와 공전자기록 위작 및 행사,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다.
파장이 커지자 이재명 대통령은 경찰에 진상 규명과 쇄신책 마련을 지시했다.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허위 종결과 수색 지연에 대해 고개를 숙였다. 장씨의 부검에서 타살을 의심할 만한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