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시민공원 ‘이안’, 신고 취소·인허가 ‘0건’인데 “84A 마감완료”…실제 계약됐나

작성일

- 현장 외벽에 ‘오픈+30일 84A 마감완료’ 대형 문구
- 모집 신고 취소됐지만 분양관 상담 계속…계약 실체·자금 흐름 확인 필요
- 동래 민간임대는 위키트리 보도 이후 모집 중단·150명 계약금 전액 환불
- 자성대 민간임대 100억원대 피해 전례…“피해 발생 전 선제 확인 필요”

[부산=위키트리 최학봉 선임기자] 부산 부산진구 부암동에서 추진 중인 시민공원 ‘이안’ 협동조합형 민간임대주택 사업이 조합원 모집 신고가 취소되고 건축 관련 인허가 신청도 전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현장 외벽에 특정 주택형의 ‘마감완료’를 알리는 대형 홍보물을 내건 것으로 확인됐다.

시민공원 ‘이안’ 분양관 외벽에 ‘84㎡·129㎡ 마감완료’라고 적힌 대형 홍보물이 설치돼 있다. 조합원 모집 신고가 취소되고 관련 인허가 신청이 없는 상황에서 이 같은 홍보가 이뤄지고 있어, 추가 피해 예방을 위해 모집 과정과 계약금 등 자금 흐름에 대한 경찰의 선제적인 사실관계 확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사진=최학봉 기자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시민공원 ‘이안’ 분양관 외벽에 ‘84㎡·129㎡ 마감완료’라고 적힌 대형 홍보물이 설치돼 있다. 조합원 모집 신고가 취소되고 관련 인허가 신청이 없는 상황에서 이 같은 홍보가 이뤄지고 있어, 추가 피해 예방을 위해 모집 과정과 계약금 등 자금 흐름에 대한 경찰의 선제적인 사실관계 확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사진=최학봉 기자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취재기자가 촬영한 현장 사진을 보면 시민공원 ‘이안’ 분양관 외벽에는 ‘보내주신 성원에 감사드립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오픈+30일 84A 마감완료’​라는 문구가 크게 게시돼 있다.

단순한 ‘마감 임박’이나 ‘인기’ 홍보가 아니라 특정 주택형에 대해 ‘마감완료’라고 명시한 것이다.

이에 따라 실제 84A 물량이 모두 계약된 것인지, ‘마감완료’의 기준이 정식 계약 체결을 의미하는지, 아니면 가계약이나 예약·상담 등을 포함한 자체적인 영업 기준인지에 대한 확인이 필요해졌다.

현재 온라인에서 확인되는 시민공원 ‘이안’ 관련 홍보 페이지에는 84A가 76세대로 소개돼 있다.

만약 현장 광고대로 84A 물량이 실제 마감됐다면 이를 뒷받침할 계약자 수와 계약서, 계약일, 계약금 납부 내역 등이 존재해야 한다.

특히 해당 사업은 현재 정상적인 인허가 절차가 진행 중인 일반적인 주택사업과는 상황이 다르다.

부산진구 등에 따르면 해당 협동조합은 지난 1월 20일 조합원 모집 신고를 마쳤지만 모집 과정에서 관련 법령이 정한 설명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사실이 확인돼 시정명령을 받았다.

이후 협동조합 측이 모집 신고 취소원을 제출했고 부산진구는 지난 7월 29일 모집 신고를 취소 처리했다.

현재까지 해당 사업과 관련한 건축심의와 건축허가, 사업계획승인 신청도 접수되지 않은 상태다.

취재기자는 지난 24일 현장 분양관을 직접 방문해 방문객을 상대로 상담이 이어지고 있는 사실을 확인했다.

다만 당시 기자는 현장에서 신규 계약서 작성이나 계약금 납부 등 실제 신규 계약 체결 장면까지 확인한 것은 아니다.

때문에 이번에 확인된 ‘84A 마감완료’ 광고는 단순한 홍보 문구를 넘어 실제 계약 실체를 확인해야 할 필요성을 더욱 키우고 있다.

모집 신고 취소 전 84A 계약자가 실제 몇 명인지, 모집 신고가 취소된 이후 신규 계약 또는 추가 금전 수납이 있었는지, 기존 계약자들이 낸 계약금은 어느 계좌에 보관돼 있는지 등을 관계기관이 확인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계약금이 실제 수납됐다면 자금 흐름도 핵심 확인 대상이다.

계약자들이 얼마씩 납부했는지, 전체 계약금 규모가 얼마인지, 해당 자금이 신탁사 등 별도 기관에서 관리되고 있는지, 사업비 또는 토지 관련 비용으로 얼마가 집행됐는지 등을 금융자료와 회계자료를 통해 확인할 필요가 있다.

토지 확보 상황 역시 마찬가지다.

민간임대주택 사업은 사업 초기 계약자로부터 자금이 유입된 뒤 토지 확보와 인허가 절차가 장기간 지연될 경우 그 위험이 계약자들에게 전가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현재 사업 부지의 토지 확보율과 매매계약·소유권 이전 여부 등도 객관적인 자료를 통해 확인해야 한다.

부산에서는 이미 민간임대주택 사업이 장기간 표류하며 다수 계약자가 거액의 피해를 당한 전례가 있다.

취재기자는 2019년 부산 동구 자성대공원 인근에서 추진된 수현산업개발의 협동조합형 민간임대주택 사업과 관련해 약 20개월 동안 사업 지연과 계약금 문제, 계약자 피해 실태 등을 지속적으로 추적 보도했다. 이 과정에서 수현산업개발 문세인 대표의 처 명의로 된 부산 해운대 아이파크 아파트가 급매물로 나온 정황과 장인 명의로 양산신도시에 건축 중이던 건물의 매도 움직임까지 확인하며, 사업 지연 과정에서의 자금 흐름과 관련 재산의 처분 여부도 집중적으로 보도했다.

“당시 다수의 계약자가 납부한 계약금 등 피해 규모는 100억원대를 넘어선 것으로 파악됐다. 서민들이 내 집 마련의 꿈을 안고 어렵게 마련한 돈이 고스란히 피해로 이어졌지만, 관련 형사사건은 결국 부산 동부경찰서에서 미제 처리되면서 실질적인 피해 회복도 이뤄지지 못한 채 피해자들만 남았다.”


물론 자성대공원 민간임대 사업과 시민공원 ‘이안’은 서로 다른 사업이다.

현재까지 두 사업의 사업주체나 관계자 사이에 직접적인 연관성이 확인된 것도 없으며, 시민공원 ‘이안’ 사업이 위법하거나 사기라고 확인된 사실도 없다.

하지만 자성대 사례는 민간임대 사업에서 피해가 발생하고 자금이 이미 집행된 이후 수사가 시작될 경우 계약자들의 돈을 되찾기가 얼마나 어려울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최근 동래구 민간임대주택 사례에서는 행정기관과 경찰의 대응 이후 실제 모집 중단과 계약금 반환까지 이어졌다.

‘이안 더 써밋 동래’ 사업은 동래구가 임차인 모집 신고 없이 모집이 이뤄졌다는 정황을 확인해 시행사와 업무대행사를 경찰에 고발했고 현재 동래경찰서 수사가 진행 중이다.

특히 위키트리 보도 이후 신규 모집이 중단됐으며, 모집대행사 측은 기존 계약자 약 150명에게 조건 없이 계약금 전액을 돌려주는 환불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부 계약금은 이미 반환된 것으로 확인됐다.

자성대 사례에서는 피해가 현실화된 뒤 장기간 수사가 이어졌고, 동래 사례에서는 비교적 초기 단계에서 행정기관의 고발과 경찰 수사, 모집 중단과 계약금 환불이 이어진 셈이다.

이 때문에 시민공원 ‘이안’ 역시 피해 신고가 본격적으로 발생한 뒤 움직이는 방식이 아니라 현재 단계에서 관계기관이 사실관계를 선제적으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현장에 내걸린 ‘오픈+30일 84A 마감완료’ 문구의 사실 여부는 확인 방법도 비교적 명확하다.

84A 실제 계약자가 몇 명인지, 계약서가 몇 건 작성됐는지, 계약금은 얼마가 수납됐는지, 해당 자금은 현재 어느 계좌에 보관돼 있는지 확인하면 된다.

만약 실제 계약 실적을 근거로 ‘마감완료’라고 광고했다면 관련 계약 자료와 자금 수납 내역으로 이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반대로 실제 본계약 실적과 현장 광고 내용 사이에 차이가 있다면 해당 표현이 소비자들의 계약 판단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표시·광고 과정에 문제가 없었는지를 별도로 따져볼 필요가 있다.

부산진구 역시 모집 신고 취소라는 행정처분만으로 사안을 마무리할 것이 아니라 이후 현장 영업 실태와 신규 계약 여부, 기존 계약금 관리 구조, 토지 확보 현황 등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경찰 역시 범죄 혐의가 확인됐다고 전제할 단계는 아니지만, 피해 예방 차원에서 실제 계약과 금전 수납 여부, 자금 흐름 등 객관적인 사실관계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민간임대주택 피해의 가장 큰 문제는 사업이 실패한 이후가 아니라 계약자들이 돈을 낸 시점과 사업이 장기간 지연되는 사이에 발생한다.

시민공원 ‘이안’은 모집 신고가 취소됐고 현재까지 건축심의·건축허가·사업계획승인 신청이 없다.

그런 상황에서 현장에는 ‘84A 마감완료’​라는 대형 문구가 걸렸다.

그렇다면 지금 관계기관이 확인해야 할 질문은 단순하다.

실제로 몇 세대가 계약됐는가. 계약자들은 얼마를 냈는가. 그리고 그 돈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위법 여부를 미리 단정해서도 안 되지만, 피해가 발생한 뒤에야 이 질문의 답을 찾기 시작해서도 안 된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