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홍길 “지구 온난화로 히말라야 산맥 곳곳 빙하 녹아…한번 둑 터지면 재앙으로 연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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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하 호수 관리 감독하는 비상대책 기구가 만들어져야”
엄홍길 대장, 동아일보와 인터뷰서 안타까운 심정 드러내
세계 최초로 히말라야 8000m급 16좌를 등정한 엄홍길 대장은 네팔 북부에서 발생한 대형 산사태와 홍수를 두고 기후변화가 재난의 규모를 키우고 있다고 경고했다.
엄 대장은 27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네팔 대홍수 소식에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사고 지역을 불과 두 달 전 다녀왔다는 그는 "이렇게 큰일이 날 줄..."이라며 씁쓸함을 나타냈다.
22년에 걸쳐 히말라야 16좌를 모두 오른 뒤 네팔 오지 곳곳에 휴먼스쿨을 세워 온 엄 대장은 재난의 근본 원인으로 기후변화를 지목했다. 그는 "네팔을 찾을 때마다 인간이 만들어낸 '지구 온난화'로 위험을 키우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말할 수 없는 큰 재앙이 났지만 앞으로 이같은 일이 더 빈번히 발생할 것 같아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사고가 난 네팔 북부 라수와 일대는 힌두교 성지인 카일라시산으로 향하는 순례길이자 티베트 불교의 성지이기도 하다. 엄 대장은 5월 말에서 6월 초에 이 지역을 찾았을 당시를 떠올리며 "내가 갔을 때도 사람들이 인산인해였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여름철이면 아열대성 집중호우가 쏟아지는 지형 특성상 크고 작은 산사태가 있지만 이번 규모는 차원이 달랐다고 설명했다. 엄 대장은 "매년 여름만 되면 그 일대에는 아열대성 집중 폭우가 쏟아붓는다"면서도 "소소한 산사태는 비일비재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다만 이번처럼 이렇게 엄청난 사고가 난 건 처음 본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온이 오르며 녹은 빙하가 토사에 막혀 호수를 이루고, 물이 차오르다 지진이나 산사태 등으로 둑이 무너지면 하류를 덮친다고 전했다. 엄 대장은 "결국 지구 온난화다"라며 "날씨가 더워지다 보니 히말라야 산맥 곳곳에 빙하가 녹는다"고 했다. 이어 "그러다가 지금처럼 지진이든 산사태든 한 번 둑이 터지면 말할 수 없는 큰 재앙으로 연결되는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1980년대부터 히말라야를 올랐다는 엄 대장은 빙하가 눈에 띄게 달라졌다고 전했다. 그는 "처음에 왔을 때만 해도 빙하들이 크고 단단하게 형성돼서 빈틈이 없었다"면서도 최근에 대해서는 "흙과 돌, 토사가 얼음에 섞인다. 그래서 빙하가 빨리 얼지 않는다"며 "크기도 점점 작아진다. 지구 온난화라고 밖에는 설명할 수 없다"고 했다.
엄대장은 해당 인터뷰를 통해 이번과 같은 사태가 상시에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빙하 호수를 관리 감독하는 비상대책 기구가 만들어져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사망 359명·실종 900명 넘어…한국인 9명 연락두절

이번 참사는 26일(현지시간) 오전 네팔 북부 바그마티주 라수와 일대를 덮친 대규모 돌발 홍수로 시작됐다. 수도 카트만두에서 북쪽으로 약 120㎞가량 떨어진 히말라야 산맥의 중국 티베트 자치구 접경 지역이다.
27일까지 네팔 경찰이 집계한 사망자는 359명, 부상자는 73명으로 수색이 이어지며 하루 만에 사망자가 두 배 수준으로 늘었다. 이날 바그마티주 트리슐리강 인근에서는 실종됐던 인도인 관광객 100명과 중국인 노동자 25명의 시신이 잇따라 발견됐다.
실종자는 전날 484명에서 910명으로 급증했다. 이 가운데 외국인이 517명, 네팔인이 200명을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 실종된 외국인은 인도, 미국, 영국, 호주, 말레이시아, 이탈리아, 우크라이나 등 30여개국 출신으로 알려졌다. 접경지인 중국 티베트 자치구 지룽현에서도 연관 산사태로 3명이 숨지고 558명이 실종됐다. 네팔과 티베트를 합친 실종자는 1400명을 넘어섰다.
한국인 피해도 확인됐다. 이 지역에서 수력발전소를 짓던 한국남동발전과 두산에너빌리티 소속 한국인 9명의 연락이 끊긴 상태다. 현지에 고립됐던 두산에너빌리티 소속 10명 가운데 9명은 안전한 지역으로 옮겨졌고, 현장소장 1명은 현지에 남았다. 주네팔대사관 영사와 행정직원 등 2명도 함께 잔류했다. 한국 외교부·경찰청·소방청으로 꾸려진 정부 합동 신속대응팀은 카트만두에 도착한 상황이다.
피해 규모는 상당하다. 네팔 국가재난위험경감·관리청은 교량 80개와 40㎞ 길이의 도로가 부서졌고, 현지 경찰관 28명과 군인 57명 등 85명이 실종됐다고 밝혔다. 구조 작업에는 1만7200여명이 투입돼 지금까지 1470여명을 구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이번 홍수는 규모 4.4 지진이 원인으로 지목됐으나, 미국 지질조사국(USGS)은 추가 분석 끝에 지진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대신 대규모 빙하와 암석이 무너지는 과정에서 지진에 준하는 충격이 발생했고, 이어진 빙하 붕괴와 토석류가 하류로 쏟아지며 큰 홍수로 번진 것으로 추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