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60분’ 어르신 한 명당 1000만 원?…‘돌봄 장사’ 요양원의 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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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령사회의 민낯 3부작 3부
입소자 수로 권리금 산정…‘어르신 거래’ 구조 추적
노인을 돌봐야 할 요양원이 오히려 입소자를 수익과 거래의 대상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일부 시설에서는 낙상 사고와 감염병 확산이 발생했는데도 보호자에게 사실을 제때 알리지 않았다는 증언까지 나왔다. KBS1 ‘추적60분’이 요양원 매매 과정에서 입소자 수가 권리금에 반영되는 이른바 ‘돌봄 장사’의 실태를 추적한다.

28일 방송되는 KBS1 ‘추적60분’ 1470회는 ‘초고령사회의 민낯’ 3부작 3부 ‘돌봄 장사-요양원과 어르신 거래’ 편으로 꾸며진다.
노인장기요양보험은 2008년 도입됐다. 고령이나 노인성 질환 등으로 일상생활이 어려운 노인에게 요양과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회보험 제도다. 제도 시행 이후 민간 요양시설은 빠르게 늘었지만, 돌봄의 질과 안전 관리 문제는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번 방송은 일부 요양원에서 입소자 한 명이 곧 수익으로 계산되는 구조가 실제 돌봄 과정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살펴본다.
크게 다쳤는데 다시 요양원으로…가족에게는 하루 뒤 통보

80대 조순임 씨는 한 요양원에서 목욕을 하다가 넘어져 크게 다쳤다. 응급실 의료진은 조 씨의 입원을 권유했다. 하지만 요양원 측은 조 씨를 병원에 입원시키지 않고 다시 시설로 데려갔다. 가족이 사고 사실을 알게 된 것도 하루가 지난 뒤였다. 가족들은 이후 병원을 찾아가서야 의료진이 당시 입원을 권고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한다.
조 씨의 며느리 박선미 씨는 의료진으로부터 “어머니가 이렇게 위중한데 왜 퇴원시켰느냐”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가족들은 요양원 측으로부터 입원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전혀 듣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같은 시기 해당 요양원에서는 전염성 피부질환인 옴까지 확산되고 있었다. 당시 근무했던 직원들은 여러 입소자가 옴에 감염됐지만 시설 측이 이를 보호자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았으며, 전수 치료 등 확산을 막기 위한 조치도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낙상으로 크게 다친 노인을 왜 병원에 입원시키지 않았는지, 감염병이 퍼지는 상황에서 왜 입소자들을 계속 시설에 머물도록 했는지를 추적하던 제작진은 당시 요양원이 매각을 앞두고 있었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어르신 한 명당 1000만~1500만 원”…요양원 권리금의 정체

제작진이 만난 요양원 관계자들은 시설을 사고파는 과정에서 현재 입소해 있는 노인의 수가 거래금액에 영향을 미친다고 증언했다.
특정 날짜를 기준으로 입소자 수를 파악한 뒤 한 명당 일정 금액을 계산해 권리금에 반영한다는 것이다.
방송에 따르면 일부 업계에서는 입소자 한 명당 약 1000만 원에서 1500만 원을 계산하는 사례가 있다는 증언이 나왔다.
가령 입소자가 80명인 시설이라면 입소자 규모만으로 수억 원의 권리금이 형성될 수 있다는 의미다.
요양원 매매 자체가 불법인 것은 아니다. 문제는 시설의 설비나 건물 가치뿐 아니라 돌봄을 받고 있는 노인의 수가 사실상 거래 가치로 계산되는 구조다.
입소자가 많을수록 시설의 수입도 커진다. 장기요양기관은 입소자의 장기요양등급 등에 따라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급여비용을 지급받는다. 정원을 얼마나 채우고 유지하느냐가 시설의 매출과 직결되는 구조다.
조 씨 가족은 요양원이 매각을 앞두고 입소자가 줄어들 경우 권리금이 낮아질 것을 우려해 입원 권고나 옴 감염 사실을 제대로 전달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한다.
요양원 소개하고 돈 받는다?…‘입소 브로커’ 의혹

제작진은 요양원 매매 과정뿐 아니라 입소자를 시설에 연결해주고 돈을 받는 이른바 ‘입소 브로커’가 존재한다는 업계 관계자들의 증언도 확보했다.
현행법은 장기요양기관이 금전이나 그 밖의 이익을 대가로 수급자를 소개하거나 알선·유인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다만 보건복지부는 입소자 수를 기준으로 요양시설의 양수대금을 계산했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현행법 위반이라고 판단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결국 요양원 거래 과정에서 어디까지가 정상적인 영업 가치 평가이고, 어디서부터 노인을 금전적 가치로 환산하는 행위가 되는지를 둘러싼 논란이 남는다.
방송에 등장하는 한 업계 관계자는 “어르신 한 명당 1000만 원 이상으로 계산한다”며 “돌봄이 목적이 아니라 투자 목적으로 요양원을 운영하는 경우가 있다”고 주장한다.
고령자를 보호하고 돌봐야 할 시설에서 입소자가 사람보다 매출과 권리금의 단위로 인식될 경우 돌봄의 우선순위 자체가 뒤바뀔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보호자 몰래 신체 억제까지…반복된 내부 증언

제작진이 취재한 다른 요양원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확인된다. 보호자 동의 없이 입소자의 신체를 장시간 묶어두는 등 학대가 의심되는 정황이 있었으며, 위생 관리와 식사 제공 등 기본적인 돌봄 역시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내부 관계자들의 증언이 나왔다.
노인요양시설에서는 거동이 불편하거나 치매 증상이 있는 노인이 생활하는 경우가 많다. 낙상과 욕창, 감염병 등을 예방하기 위한 세심한 관리가 필요한 이유다.
특히 신체 억제는 낙상이나 돌발 행동을 막는다는 이유로 사용될 수 있지만, 노인의 신체 자유를 제한하고 부상이나 인권 침해로 이어질 수 있어 매우 신중하게 이뤄져야 한다.
문제는 이러한 정황이 한 번도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던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일부 직원들은 지자체와 국민건강보험공단, 노인보호전문기관 등에 학대 의심 사례를 여러 차례 신고했다고 주장한다.
“신고해도 달라진 게 없었다”…관리기관은 왜 움직이지 않았나
한 요양원 관계자는 자신이 알고 있는 공익신고자만 3명이라며 관계기관에 반복적으로 문제를 알렸지만 상황이 달라지지 않았다고 증언한다.
장기요양기관의 관리·감독과 행정처분은 지방자치단체가 담당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도 정기 평가와 급여비용 심사 등을 통해 시설 운영을 점검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현재의 관리 방식만으로 시설 안에서 실제로 이뤄지는 돌봄의 질을 모두 확인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서류가 갖춰져 있고 법정 인력 기준을 충족했다는 사실만으로 실제 입소자가 충분한 돌봄을 받고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현장에서는 요양보호사가 노인을 어떻게 대하는지, 식사와 위생 관리는 적절히 이뤄지는지, 낙상이나 감염병 등 사고 발생 이후 필요한 조치가 제대로 이뤄졌는지를 직접 확인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하지만 지자체는 제한된 인력으로 수많은 장기요양기관을 관리해야 한다. 행정처분을 내렸을 경우 시설 측과의 소송으로 이어질 가능성 역시 적극적인 제재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기관 평가 역시 서류와 기록 위주 점검을 넘어 실제 입소자가 받고 있는 돌봄의 질을 더욱 면밀히 살펴볼 수 있도록 개선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8년 된 장기요양보험…늘어난 시설만큼 돌봄도 좋아졌나
노인장기요양보험 시행 이후 요양시설은 빠르게 증가했다. 고령자가 늘고 가족 구조가 변화하면서 가족만의 힘으로 노인을 돌보기 어려워진 상황에서 요양시설은 이미 필수적인 사회 인프라가 됐다.
한국은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앞으로 장기요양서비스를 이용해야 하는 고령자는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시설 공급을 민간에 크게 의존한 현재 구조에서는 시설 간 경쟁과 수익성 역시 피하기 어렵다. 적정한 수익이 보장되지 않으면 시설 자체가 유지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문제는 수익 추구가 돌봄보다 앞서는 순간이다. 입소자를 더 많이 확보하고 유지하는 것이 시설의 매출과 매각 가격을 높이는 수단이 되고, 그 과정에서 노인의 건강이나 안전보다 경영 판단이 우선된다면 장기요양보험이 만들어진 본래 목적과 멀어질 수밖에 없다.
지난 ‘초고령사회의 민낯’ 편에서는 요양보호사 부족과 낮은 처우로 돌봄 인력이 현장을 떠나고, 그 빈자리를 가족이 떠안는 현실을 살펴봤다.

이번 방송에서는 시설 안으로 시선을 옮긴다. 돌봄 서비스를 제공해야 할 요양시설이 어떤 방식으로 운영되고 거래되는지, 입소자 수와 시설 수익을 연결하는 구조가 실제 노인 돌봄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를 추적한다.
또 여러 차례 학대 의심 신고가 접수됐는데도 문제가 반복된 이유와 현재의 관리·감독 체계가 노인의 안전과 존엄을 지키기에 충분한지도 함께 짚는다.
KBS1 ‘추적60분’ 1470회 ‘초고령사회의 민낯’ 3부작 3부 ‘돌봄 장사-요양원과 어르신 거래’는 28일 오후 10시 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