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대재난' 12년 전에 이미 한국에서 예견... “완전히 초토화” 섬뜩하게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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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하 쓰나미 온다” 12년 전 이미 예견

최근 네팔에서 빙하 붕괴와 산사태로 대규모 홍수가 발생하면서 12년 전 히말라야 빙하 재난의 위험을 경고했던 EBS 다큐멘터리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산악인 엄홍길이     2014년 방송된 EBS 다큐멘터리 '하나뿐인 지구-기후변화 특집; 히말라야의 대재앙, 빙하 쓰나미'에서 빙하 쓰나미의 위험성에 대해 경고하고 있다. /      EBS 다큐멘터리 '하나뿐인 지구-기후변화 특집; 히말라야의 대재앙, 빙하 쓰나미
산악인 엄홍길이 2014년 방송된 EBS 다큐멘터리 '하나뿐인 지구-기후변화 특집; 히말라야의 대재앙, 빙하 쓰나미'에서 빙하 쓰나미의 위험성에 대해 경고하고 있다. / EBS 다큐멘터리 '하나뿐인 지구-기후변화 특집; 히말라야의 대재앙, 빙하 쓰나미

2014년 방송된 EBS 다큐멘터리 '하나뿐인 지구-기후변화 특집; 히말라야의 대재앙, 빙하 쓰나미'는 지구온난화로 히말라야 빙하가 녹으면서 급격히 커지는 빙하호와 이로 인한 대규모 홍수 위험을 집중적으로 다뤘다. 지금의 참사를 예견한 듯한 내용이어서 방송이 12년 만에 다시 소환됐다.

히말라야는 해발 8000m가 넘는 고봉을 14개나 품은 '세계의 지붕'이다. 남극과 북극에 이어 '제3의 극'으로 불릴 만큼 지구상에서 빙하가 가장 집중적으로 형성된 곳이기도 하다. 인더스강과 갠지스강, 메콩강, 양쯔강, 황하가 이곳에서 발원한다. 세계 인구의 40%가 히말라야에서 흘러내린 물에 기대어 살아간다. 그런 히말라야에서도 기후변화의 조짐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히말라야는 세계인이 사랑하는 산이기도 하다. 네팔 히말라야에는 해마다 약 23만 명의 관광객이 찾는다. 티베트 유목민 출신으로 원정대의 길잡이 역할을 해 온 셰르파족은 이곳의 삶을 지탱해 왔다. 하지만 고산지대 주민들은 빙하가 녹는 변화를 이미 온몸으로 체감하고 있다고 다큐멘터리는 전했다.

2014년 방송된 EBS 다큐멘터리 '하나뿐인 지구-기후변화 특집; 히말라야의 대재앙, 빙하 쓰나미'의 한 장면.
2014년 방송된 EBS 다큐멘터리 '하나뿐인 지구-기후변화 특집; 히말라야의 대재앙, 빙하 쓰나미'의 한 장면.


다큐멘터리 제작진은 해발 5000m에 자리한 네팔 임자호수(Imja Tsho)를 찾았다. 카트만두에서 경비행기와 도보를 번갈아 7일을 이동해야 겨우 닿을 수 있는 곳이다. 빙하가 녹으면서 50여 년 전만 해도 작은 연못에 불과했던 이곳은 너비 580m, 길이 2.3㎞, 수심 100m 규모의 거대한 호수로 변해 있었다. 히말라야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커지는 호수로 꼽혔다.

문제는 빙하가 녹아 만들어진 이런 거대한 호수가 터질 때다. 빙하호를 막고 있던 자연 제방이 무너지면 막대한 양의 물과 토사가 한꺼번에 하류로 쏟아진다. 이른바 '빙하호 범람홍수'(GLOF)다. 다큐멘터리는 이를 '빙하 쓰나미'라고 표현했다. 임자호수가 터지면 가장 가까운 마을은 물론 그 아래 지역 주민들의 생활 터전까지 단 몇 시간 만에 사라질 수 있다고 방송은 경고했다.

2014년 방송된 EBS 다큐멘터리 '하나뿐인 지구-기후변화 특집; 히말라야의 대재앙, 빙하 쓰나미'의 한 장면.
2014년 방송된 EBS 다큐멘터리 '하나뿐인 지구-기후변화 특집; 히말라야의 대재앙, 빙하 쓰나미'의 한 장면.

방송 당시 히말라야 전역에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빙하호가 약 2만개 존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지역별로 보고된 빙하 쓰나미는 중국 29차례, 네팔 22차례, 파키스탄 9차례, 부탄 4차례 등 60차례를 넘었다.

다큐멘터리는 빙하 쓰나미가 이미 현실이 된 사례도 짚었다. 셰르파의 수도로 불리는 해발 3440m의 남체 바자르는 히말라야 설산에서 흘러내린 풍부한 물 덕분에 형성된 마을이다. 이 평화롭던 마을은 1985년 빙하 쓰나미의 위력을 겪었다. 에베레스트 인근 딕초(Dig Tsho)의 빙하호가 터지면서 발생한 홍수가 다리 14개를 무너뜨렸다. 완공을 2주 앞두고 있던 남체 수력발전소도 이때 파괴됐다. 부탄 히말라야에서는 1994년 빙하 쓰나미로 21명이 목숨을 잃었다. 아이슬란드에서도 1996년 빙하 홍수로 교량과 도로, 전력 시설이 큰 피해를 봤다.

엄홍길 대장은 1985년부터 히말라야를 오르며 빙하가 녹아내리는 현장을 지켜봤다. 엄 대장은 다큐멘터리에서 과거 얼음을 밟고 오르던 구간이 이제는 흙과 모래에 뒤덮여 엉망이 됐다고 증언했다.

2014년 방송된 EBS 다큐멘터리 '하나뿐인 지구-기후변화 특집; 히말라야의 대재앙, 빙하 쓰나미'의 한 장면.
2014년 방송된 EBS 다큐멘터리 '하나뿐인 지구-기후변화 특집; 히말라야의 대재앙, 빙하 쓰나미'의 한 장면.


다큐멘터리는 빙하가 녹는 것이 홍수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물 저장고 역할을 하던 빙하가 사라지면 여기서 시작되는 하천의 수량이 줄어든다. 결국 농사를 짓던 사람들이 물 부족과 가뭄에 시달리게 된다. 집과 땅을 잃은 이들이 도시 빈민, 곧 기후 난민으로 내몰릴 수 있다는 경고도 담겼다. 방송은 유엔 정부간기후변화위원회(IPCC) 보고서를 인용해 지구온난화로 히말라야 빙하가 급속히 녹으면 남아시아 주민 약 5억 명이 물 부족 사태에 직면할 수 있다고 전했다.

방송은 한국의 책임도 짚었다. 당시 한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세계 7위, 배출 증가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최고 수준이라는 지적이었다. 히말라야의 빙하 쓰나미를 부추기는 것은 네팔 사람들이 아니라 주요 온실가스 배출국의 사람과 기업이라는 문제의식이었다.

EBS는 12년 네팔 '빙하 쓰나미'를 우려한 바 있다.

12년이 지난 지금 네팔에서 빙하로 인한 대규모 홍수가 현실이 됐다. 네팔과 중국 국경의 히말라야 산악지대에서 26일 발생한 홍수로 양국에서 파악된 사망자는 28일 472명으로 늘었다. 네팔 경찰은 북부 바그마티주 일대에서 469명이 숨진 것으로 집계했다. 여기에 인근 중국 티베트자치구 르카쩌시 지룽현에서 산사태 등으로 숨진 3명을 더한 수치다. 전날 362명이던 사망자는 바그마티주 안팎에서 시신이 잇따라 수습되면서 하루 만에 100명 넘게 불어났다. 실종자도 네팔 977명과 티베트 558명을 합쳐 1535명에 이른다.

이번 홍수는 지구온난화에 따른 히말라야의 기후변화로 엄청난 규모의 빙하와 암석이 붕괴하면서 발생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랑탕리룽산(해발 7234m)의 5200m 지점에서 폭 600m에 달하는 빙하가 암석과 함께 무너져 내렸다. 이 과정에서 규모 5.2 지진과 맞먹는 충격이 발생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후 빙하와 토석류가 렌데강에서 트리슐리강까지 70㎞가량을 휩쓸고 내려가면서 대규모 홍수로 이어진 것으로 추정됐다.

네팔 빙하 쓰나미 모습. / MBC 뉴스 영상 캡처
네팔 빙하 쓰나미 모습. / MBC 뉴스 영상 캡처

다만 이번 참사를 2014년 다큐멘터리가 경고한 빙하호 붕괴와 곧바로 연결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발생 과정이 다르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홍수가 고산지대 빙하에서 거대한 얼음덩어리가 떨어져 나와 계곡으로 쏟아지는 '얼음 눈사태'(ice avalanche)로 촉발됐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다큐멘터리가 경고한 빙하 쓰나미가 녹은 빙하수가 호수에 쌓였다가 자연 제방을 무너뜨리며 쏟아지는 현상이라면, 이번에는 빙하에서 직접 떨어진 얼음덩어리가 홍수를 촉발했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물론 빙하호 붕괴가 함께 일어났을 것이라는 추정도 나온다.

네팔 정부는 구조 작업이 이어지는 가운데 다른 나라의 지원은 필요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로크 바하두르 체트리 네팔 외교부 대변인은 "다른 국가들이 도와주겠다고 제안하는 것은 자연스럽다"면서도 "우리 보안 기관들이 수색과 구조 작업을 하고 있고 현재로서는 그런 도움이 필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네팔군은 침수된 트리슐리 3A 수력발전소 터널 안에 갇힌 100여명을 구조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라자 람 바스넷 네팔군 대변인은 "헬기 2대를 투입했지만 터널 입구조차 파악하기 어렵다"고 상황을 전했다. 네팔 총리실은 앞서 터널에 갇혀 있던 노동자와 지역 주민 350여명을 구조했다고 밝혔다. 아직 남은 100여명을 대피시키기 위한 작업은 계속되고 있다. 네팔 경찰은 28일 오전까지 홍수 피해 지역에서 1545명을 구조했다.

구조가 진행되는 동안 추가 위험도 잇따랐다. 네팔 경찰은 중국 티베트 쪽에서 또다시 댐이 붕괴했다는 정보를 받았다며 구조와 구호에 투입된 요원들에게 즉시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라고 경고했다. 이 여파로 바그마티주 라수와 지역에서 진행되던 헬기 구조 작전이 한때 중단됐다. 주민들이 언덕 위로 급히 몸을 피하는 모습도 목격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