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마 멘티가 키다리 아저씨로… ‘나눔의 기적’ 쓴 대학생

작성일

동신대 사회복지학과 김승민 씨, 장애가정아동 멘토링 공로로 우체국공익재단 이사장상 수상

[위키트리 전남광주특별시 취재본부 노해섭 기자] 누군가로부터 받은 대가 없는 사랑은 한 사람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기도 한다. 그리고 그 사랑을 양분 삼아 성장한 아이가 어른이 되어 다시 누군가에게 기꺼이 자신의 어깨를 내어주는 이야기. 한 편의 동화 같은 이 ‘나눔의 선순환’이 우리 사회에 잔잔하지만 묵직한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
우체국과 함께하는 힐링필링 데이 행사 시상식 맨 왼쪽 동신대 사회복지학과 김승민씨. / 동신대
우체국과 함께하는 힐링필링 데이 행사 시상식 맨 왼쪽 동신대 사회복지학과 김승민씨. / 동신대

과거 수혜자에서 이제는 당당한 제공자로 변신해 나눔의 진정한 가치를 증명해 낸 주인공은 바로 동신대학교 사회복지학과 2학년에 재학 중인 김승민 씨다. 그는 어린 시절 자신이 받았던 온기를 잊지 않고, 자신과 닮은 환경에 놓인 아이들의 손을 맞잡으며 기적의 릴레이를 이어가고 있다.

◆ 사랑을 머금고 자란 씨앗, 거목이 되어 그늘을 내어주다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우정사업본부 주최로 열린 ‘우체국과 함께하는 힐링필링 데이’ 행사장에서는 유독 뜨거운 박수갈채가 쏟아진 순간이 있었다. 바로 김승민 씨가 우체국공익재단 이사장상을 수상하는 무대였다. 이 상은 장애가정 아동들이 정서적, 신체적으로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헌신적으로 지원하고, 나눔의 가치를 현장에서 묵묵히 실천해 온 이들에게 수여되는 뜻깊은 표창이다.

김 씨의 수상이 여타의 수상보다 훨씬 더 특별하고 깊은 울림을 주었던 이유는 그의 남다른 과거 이력 때문이다. 그는 현재 누군가를 이끌어주는 ‘멘토(Mentor)’의 자리에 서 있지만,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이 행사와 동일한 사업인 ‘장애가정아동 성장멘토링’의 돌봄을 받던 어린 ‘멘티(Mentee)’였다. 과거의 작은 씨앗이 멘토들의 사랑이라는 자양분을 듬뿍 머금고 자라나, 이제는 다른 여린 새싹들에게 시원한 그늘과 든든한 버팀목을 내어주는 듬직한 거목으로 성장한 것이다.

◆ 어둠 속 한 줄기 빛이었던 멘토 선생님, 내 인생의 나침반

시계바늘을 2018년으로 되돌려보면, 당시 초등학생이었던 김 씨는 처음으로 ‘성장멘토링’ 사업과 인연을 맺었다. 가정의 울타리만으로는 온전히 채워지기 어려웠던 정서적 갈증과 학습에 대한 막막함 속에서 멘토 선생님과의 만남은 그의 인생에 커다란 전환점이 되었다. 그는 2021년까지 무려 4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멘토로부터 조건 없는 든든한 지지와 애정 어린 관심을 받았다.

어린 김 씨에게 멘토 선생님은 단순히 공부를 가르쳐주는 사람을 넘어, 세상을 바라보는 창문을 넓혀주고 불가능해 보이던 꿈을 꿀 수 있게 해준 ‘인생의 나침반’과도 같았다. 이때 가슴 깊이 새겨진 따뜻한 경험은 그가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바르게 성장하는 데 결정적인 자양분이 되었다. 그리고 이 경험은 훗날 그가 사회복지학이라는 전공을 선택하고, 타인의 아픔을 어루만지는 삶을 살겠다고 다짐하게 만든 가장 강력한 동기가 되었다.

◆ 일방적 가르침 아닌 ‘진짜 형’… 굳게 닫힌 마음의 문을 열다

시간이 흘러 동신대학교 사회복지학과에 진학해 청년이 된 김 씨는, 자신이 마음속에 품고 있던 오랜 약속을 실행에 옮겼다. 올해부터 자신이 지원받았던 바로 그 ‘성장멘토링’ 사업에 당당히 멘토로 지원한 것이다. 자신이 어린 시절 받았던 구원의 손길을 이제는 자신이 직접 내밀어, 또 다른 아이의 인생을 환하게 밝혀주겠다는 숭고한 결심이었다.

현재 김 씨는 매주 시간을 내어 자신의 멘티인 A군의 집을 직접 찾아가고 있다. 그의 멘토링은 단순히 책상머리에 앉아 교과서를 짚어주는 딱딱한 학습 지도에 머물지 않는다. A군의 건강 상태를 세심하게 체크하고, 아이의 눈높이로 무릎을 굽혀 사소한 고민까지 진지하게 들어주는 ‘진짜 친형’의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처음에는 낯선 대학생 형의 방문에 경계심을 보이며 좀처럼 곁을 내어주지 않던 A군도,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변함없이 찾아와 진심을 다하는 김 씨의 노력 앞에 결국 굳게 닫혔던 마음의 문을 활짝 열었다. 이제 A군은 김 씨가 오는 날만을 손꼽아 기다리며, 몰라보게 밝고 긍정적인 아이로 변화하고 있다. 김 씨는 “처음엔 서먹했던 아이가 이제는 저를 친형처럼 믿고 따라줄 때 형언할 수 없는 벅찬 보람을 느낀다”며 “아이가 앞으로도 세상의 편견에 굴하지 않고 몸과 마음 모두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가장 가까운 곳에서 든든한 바람막이가 되어주고 싶다”고 미소 지었다.

◆ 21년째 이어지는 나눔의 요람, 선순환의 기적은 계속된다

현재 사회복지학도인 김 씨에게 멘토링 활동은 단순한 봉사활동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대학 강의실에서 이론으로만 배우던 사회복지의 참된 가치를 현장에서 직접 부딪치며 생생하게 실천하는 가장 완벽한 현장 실습인 셈이다. 김 씨는 “제가 어린 시절 받았던 사랑과 혜택이 저라는 사람 한 명에서 끝난다면 그것은 진정한 나눔이 아닐 것”이라며 “앞으로도 저의 전공을 살려 절망에 빠진 사람들의 삶에 다시 일어설 힘을 불어넣어 주는 따뜻한 사회복지사가 되기 위해 끊임없이 정진하겠다”고 다짐했다.

한편, 김 씨의 인생을 바꿔놓은 ‘장애가정아동 성장멘토링’은 우정사업본부가 든든하게 후원하고 우체국공익재단과 한국장애인재활협회가 공동으로 수행하는 대표적인 사회공헌 사업이다. 열정 넘치는 대학생 및 청년 자원봉사자와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장애가정 아동을 1대1로 정교하게 매칭하여, 학습 지원뿐만 아니라 올바른 저축 습관 형성, 다채로운 문화 체험, 신체적 건강관리까지 아우르는 입체적인 맞춤형 성장을 돕고 있다.

지난 2006년 첫발을 내디딘 이래 올해로 무려 21년째라는 굵직한 역사를 써 내려가고 있으며, 그동안 이 프로그램을 통해 희망을 찾은 아동과 그 가족의 수만 해도 9,212명에 달한다. 올해 역시 전국 각지에서 멘토와 멘티 각각 300명씩 참여하여, 김승민 씨가 보여준 것과 같은 아름다운 ‘나눔의 릴레이’를 묵묵히 이어가고 있다. 한 소년의 삶을 바꾼 작은 나눔이 또 다른 기적을 낳으며,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가장 따뜻하고 강력한 원동력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