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북한 상대로 그 결단 내린다면... '한국 자체 핵무장론' 폭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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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북핵 용인 땐 큰 파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정상회담 재개에 다시 시동을 걸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김 위원장과 "매우 좋은 관계"라고 거듭 강조하면서 한미연합훈련 규모를 줄이라고 지시했다. 김 위원장에게 대화를 제안했고 북한으로부터 답변을 받았다는 취지의 발언도 내놨다.

북한의 반응은 냉담하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한미연합훈련의 규모와 기간이 줄어도 본질은 달라지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 사이에 현재 소통이 이뤄지고 있다는 주장도 부인했다. 북한은 미국과의 대화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핵무력 고도화와 러시아와의 군사협력을 계속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다시 마주 앉는다면 과거처럼 '완전한 비핵화'를 전면에 내세우기보다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사실상 인정하면서 핵과 장거리 미사일 능력을 제한하는 합의를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미국에서 나왔다.
1기 트럼프 행정부에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북한 담당 국장을 지낸 앤서니 루지에로는 27일(현지시각) 미국 의회전문매체 더힐에 기고한 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협상에는 최소한 북한의 핵무기 프로그램에 대한 암묵적 인정이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루지에로 전 국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한국전쟁을 공식적으로 끝내는 평화조약과 정치·경제 관계 개선을 제안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미연합훈련의 영구적 중단과 남북 대화 촉진도 협상 카드가 될 수 있다고 봤다.
대신 미국은 북한의 핵무기와 장거리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에 대해 검증 가능한 제한을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한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에 제공하는 병력과 군사 지원을 철회하는 조건도 합의에 포함해야 한다고 했다.
이는 과거 북미 협상의 목표였던 비핵화와는 상당히 다른 접근이다. 북한이 이미 보유한 핵무기를 모두 폐기하도록 요구하기보다 추가적인 핵능력 증강과 장거리 운반수단 개발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협상 목표를 현실화하자는 것이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이런 가능성에 힘을 싣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6일 트루스소셜에서 한미연합훈련을 두고 비용이 많이 들고 북한에 전적으로 부적절하고 적대적인 신호를 보낸다고 주장하며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에게 훈련을 상당히 줄이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과 "매우 좋은 관계"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에도 김 위원장과의 관계를 강조했다. 지난 19일에는 두 사람이 서로를 이해하고 있으며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 김 위원장과 언제 다시 만날지 구체적인 일정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정상회담 재개 의지는 거듭 드러냈다.

1기 행정부 때와 비교하면 협상 환경은 크게 달라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싱가포르에서 김 위원장과 첫 정상회담을 했고 2019년 하노이에서 두 번째 정상회담을 가졌다. 이후 판문점에서도 만났지만 비핵화와 대북 제재 완화를 둘러싼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그 사이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은 확대됐다. 미국과 한국의 연구기관 및 전문가들은 북한이 상당한 규모의 핵탄두를 확보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김 위원장 역시 러시아와 군사협력을 강화하면서 미국과의 협상에서 활용할 수 있는 외교적·군사적 지렛대를 늘렸다.
따라서 이번 북미 협상에서 가장 큰 쟁점은 비핵화라는 목표를 그대로 유지할지 여부가 될 가능성이 크다.
루지에로 전 국장이 제시한 구상은 북한의 핵무기 프로그램을 암묵적으로 인정하되 핵무기와 장거리 미사일 개발에 검증 가능한 제한을 두는 것이다. 미국이 북한을 공식적인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더라도 사실상 핵무기를 보유한 현실을 전제로 군비통제에 가까운 협상을 벌이는 방식이다.
이 경우 미국이 북한에 제공할 수 있는 보상도 과거보다 커질 수 있다. 평화협정을 통해 한국전쟁을 공식적으로 끝내고 북미 관계를 개선하는 동시에 한미연합훈련을 중단하는 방안이 협상 테이블에 오를 수 있다.

문제는 한국과 일본을 비롯한 미국의 동맹국들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다.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사실상 인정하는 합의가 이뤄지면 미국이 다른 동맹국의 핵무장도 용인할 수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과 일본에서 자체 핵무장론이 다시 힘을 얻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한미연합훈련 축소 역시 같은 논란을 낳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훈련 축소가 북한과의 긴장을 낮추기 위한 조치라는 입장이지만 미국의 확장억제와 동맹 공약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특히 북한의 핵능력이 커지고 러시아와의 군사협력이 강화된 상황에서 훈련 축소가 억지력을 약화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북한의 반응을 보면 트럼프 대통령의 양보만으로 대화가 재개될 가능성도 크지 않다. 김여정 부부장은 훈련 규모가 축소돼도 미국과 한국의 군사훈련이 본질적으로 달라진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북한은 미국이 비핵화를 전제로 협상하는 데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러시아와의 관계도 변수다. 북한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원하면서 병력과 군사적 지원을 제공해 왔다. 루지에로 전 국장이 북한의 대러시아 군사 지원 중단을 새로운 북미 합의의 조건으로 제시한 것도 이 때문이다.
미국 입장에서는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와 북러 군사협력을 한꺼번에 다룰 수 있지만 북한이 이를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다. 북한으로서는 러시아와의 협력을 통해 경제·군사적 이익을 얻고 있는 만큼 미국과의 협상만을 위해 관계를 단번에 끊을 이유가 크지 않다.
중국을 활용한 압박도 거론된다. 루지에로 전 국장은 중국에서 활동하는 북한 국적자와 북한의 제재 회피를 돕는 중국 은행 및 개인을 제재해 김 위원장에 대한 협상력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이번 북미 협상의 핵심은 트럼프 대통령이 무엇을 내놓느냐보다 김 위원장으로부터 어떤 양보를 받아내느냐에 달려 있다.
한미연합훈련 축소와 평화협정, 경제·정치 관계 개선을 제시하는 대신 북한의 핵무기와 장거리 미사일 능력을 어느 수준까지 제한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여기에 러시아에 대한 군사 지원 중단까지 요구한다면 협상은 더욱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루지에로 전 국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이나 중립지역에서 김 위원장과 직접 합의문에 서명하는 장면까지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외교적 성과를 보여줄 수 있는 상징적인 장면이 될 수 있다.
다만 정상회담 자체가 성과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2018년 싱가포르와 2019년 하노이 정상회담에서도 두 정상의 개인적 관계와 파격적인 정상외교만으로 핵 문제의 구조적 이견을 해소하지 못했다.
이번에는 북한이 당시보다 훨씬 강한 핵능력을 갖춘 상태에서 협상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이 과거의 완전한 비핵화 요구를 내려놓고 현실적인 핵·미사일 제한을 선택할지, 아니면 기존의 비핵화 목표를 다시 내세울지가 향후 북미 대화의 성패를 가를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