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장” 소지섭 북한 전투신, 알고 보니 AI가 만든 3분 압축 영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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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부장” 소지섭 북한 전투신, AI로 제작된 사실이 알려지며 방송가 화제
최은경 협회장 “감정·스토리텔링은 여전히 연출자의 몫”

드라마 '김부장' 포스터·스틸컷 (사진=SBS)
드라마 '김부장' 포스터·스틸컷 (사진=SBS)

SBS 드라마 “김부장” 2회에서 배우 소지섭이 북한에서 전투를 벌이는 액션 장면이 인공지능(AI)으로 제작된 사실이 알려지며 방송·드라마 업계에 파장을 일으킨다. 실제 방송에 나간 분량은 3분 정도였지만, 원본 제작 분량은 이보다 더 길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미디어오늘이 지난 21일 만난 최은경 한국AI드라마크리에이터협회 협회장은 이 장면을 두고 “드라마 업계에서도 센세이셔널한 이슈였다”고 평가하며 AI 기술이 방송 제작 중심부까지 침투했다고 설명한다. 다만 최 협회장은 AI가 화려한 특수효과를 구현하더라도 인물의 감정선과 스토리텔링은 연출자만이 해낼 수 있는 고유 영역이라고 강조한다. AI 드라마 제작을 둘러싼 논의는 오는 9월9일 열리는 ‘미디어의 미래 컨퍼런스 2026’에서도 이어질 예정이다.

소지섭 전투신, AI가 그려낸 2회 화제 장면

“김부장” 2회에서 소지섭이 북한에서 전투를 벌이는 일부 장면은 실사 촬영이 아닌 AI 생성 기술로 만들어졌다. 최 협회장은 “실제 제작한 장면은 방송에 나간 것보다 분량이 더 길었지만, 최상의 품질을 위해 3분 정도로 압축했다고 알고 있다”고 전한다. 그는 해당 장면을 접한 뒤 “드라마를 보고 ‘AI 기술이 이 정도까지 올라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최 협회장에 따르면 AI 영상 콘텐츠의 발전 속도는 예측이 어려울 정도로 빠르다. 그는 지난 5월 40분 분량의 AI 드라마를 제작하던 중 20분 정도 작업이 끝난 시점에서 새로운 툴이 등장해 기존 작업물을 다시 갈아엎어야 했던 사례를 들며 “‘김부장’은 3분 분량이었지만, 곧 AI 콘텐츠 패러다임이 바뀔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AI 영상기업 힉스필드AI는 95분 분량의 장편영화 ‘헬 그라인드’ 데이터 오픈소스를 최근 공개했는데, 제작비 7억 원 수준으로 2주 만에 영상 전체를 완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지섭 전투신, AI가 그려낸 2회 화제 장면 / 드라마 '김부장'의 한 장면 (사진=SBS)
소지섭 전투신, AI가 그려낸 2회 화제 장면 / 드라마 '김부장'의 한 장면 (사진=SBS)

예산 억 단위 장면도 AI로…제작 공정의 혁신

AI는 액션 장면뿐 아니라 방송 제작 전반의 공정을 바꿔놓고 있다. 최 협회장은 자신이 최근 연출한 드라마 장면을 예로 들며 “집이 폭발하고 소방차가 출동해 진화하는 장면은 실제로 촬영했다면 억 단위의 예산이 들어가지만, 집 사진을 촬영하고 이를 AI에 적용해 영상을 만들어냈다”고 설명한다. 사극에서 배경을 초원으로 바꾸거나 의상을 새롭게 꾸미는 작업도 AI로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작품 기획과 대본 작업, 의상·미술 준비, 콘티 작업까지도 AI가 관여하는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대본 작성에는 제미나이·클로드 등이, 이미지 생성에는 미드저니·나노바나나가, 영상 제작에는 씨댄스·클링·힉스필드·매그니픽 등의 툴이 쓰인다. 다만 툴 비용은 한 달 구독료가 수십만 원에 달하고, 정해진 분량 이상 작업하려면 추가 크레딧을 구매해야 한다. 최 협회장은 “AI가 한 번에 완벽한 영상을 만들어내는 일은 거의 없다. 프롬프트를 훌륭하게 쓰더라도 오류가 생긴다. 98%는 오류가 생겨 버리는 영상이고, 2%만 제대로 된 영상이 나온다”고 밝혔다.

중국·국내 AI 드라마 제작 확산세

AI를 활용한 드라마 제작은 한국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중국에선 마이크로 드라마로 불리는 AI 숏폼 드라마가 올해 1분기에만 12만 편 제작됐고, 관련 시장 규모는 400억 위안(한화 약 8조2432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국내에서도 숏폼 드라마 기업 비글루가 스튜디오를 세워 ‘파이널 랩’, ‘서울2053’ 등 100% AI 제작 드라마를 선보이고 있다.

레거시 미디어로 불리는 대형 방송사 역시 AI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 협회장은 “EBS는 AI를 혁신적으로 도입해 방송 제작에 반영하고 있고, MBC나 CJ 역시 AI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고 전한다. 그는 2004년 MBC C&I에 입사해 테이프로 드라마를 만들던 시절을 지나 2024년부터 방송 현장에 AI가 본격 도입됐다고 짚으며, “지난해 AI가 확산하는 시기였다면, 올해는 AI의 폭발기”라고 평가했다.

“그래도 감정은 인간 몫”…연출자 역할론

AI가 촬영 공정 대부분을 대체할 수 있게 됐지만, 최 협회장은 콘텐츠 중심에 여전히 사람과 감정, 스토리텔링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눈물을 흘리는 사람이 있다면 이 사람이 왜 눈물을 흘리는지, 어떤 감정을 갖고 있는지 등은 AI가 판단하지 못한다”며 “인간의 본질적인 감정은 현재도 그렇고, 앞으로도 AI가 잡아내기 힘들 것”이라고 말한다. 이어 “AI 콘텐츠가 쏟아지고 있는데, 왜 영상을 만들어내는지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있는 것, 그게 연출자”라며 이런 역할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동시에 그는 연출자 역할이 촬영 현장 관리자에서 창의적인 시스템 관리자로 바뀌고 있다고 설명한다. AI가 만들어낸 수많은 결과물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고 감정의 일관성을 책임지는 것이 새로운 연출자의 몫이라는 것이다. 최 협회장은 지난 6월 설립된 한국AI드라마크리에이터협회 협회장을 맡고 있으며, 현재 218명이 가입해 드라마 연출자·제작사·크리에이터·작가 등 다양한 직군이 활동하고 있다. 그는 오는 9월9일 미디어오늘이 주최하는 ‘미디어의 미래 컨퍼런스 2026’에서 <AI 네이티브 스튜디오의 룰 “연출자는 사라지지 않는다”>를 주제로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