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령받기도 전에 애사심 떨어진다” 신입직원 폭로 터진 유명 공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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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 결재 떨어진 일정도 변경... 하루 사이 세 번 뒤바뀐 일정
“신입 후배들에게 선배로서 정말 부끄럽고 미안하다” 글까지
"이 큰 회사가 일 처리를 중소기업만도 못하게 하는 것 같아 글을 씁니다."

한전KPS 신입사원은 교육을 마치는 날 전국 사업소 가운데 한 곳으로 발령이 난다. 사업소는 발전소 등 설비가 있는 근무지다. 신입들은 수료와 동시에 발령지를 통보받고 곧바로 짐을 싸 이동해야 한다. 이 때문에 수료일과 발령일, 이사에 쓸 시간이 촘촘하게 맞물려 있다. 이번 사태는 그 일정이 하루 사이 여러 번 뒤집히면서 벌어졌다.
작성자에 따르면 신입 교육을 받는 인재개발원의 수료일은 원래 수요일인 지난 26일이었다. 수료 당일 발령이 나고 이어지는 목요일(27일)과 금요일(28일)은 대체휴무일이어서 발령지로 옮겨 갈 시간도 충분했다.
일정이 처음 흔들린 건 수료 하루 전인 25일 오후 5시 30분 내려진 지시 때문이었다. 갑자기 전원 집합 지시가 내려졌다. 이 자리에서 이틀간 교육을 더 받으라는 통보가 나왔다. 회사는 전체 직원 가운데 5년 차 미만 비율이 40% 가까이 되는 만큼 교육이 더 필요하다는 사업소들의 요구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작성자는 "이런 걸 수료 하루 전에 말하는 게 맞나 싶었지만 어쩌겠느냐"며 "사장 결재까지 났다고 하니 그냥 따라야 했다"고 적었다.

추가 교육은 월요일인 31일과 다음달 1일에 받는 것으로 정리됐다. 26일 수료식은 예정대로 열렸다. 신입들은 점심 무렵 저마다 셔틀버스와 자가용, KTX, 항공편으로 흩어져 집으로 향했다. 작성자는 추가 교육 통보를 받았을 당시 제주 발령자는 비행기표를 구할 방법이 없어, 먼 지역 발령자는 이삿짐을 준비할 시간이 없어 막막했다고 적었다.
두 번째로 일정이 뒤집힌 것은 귀가 도중이었다. 인재개발원을 떠난 지 한 시간쯤 지나 전원 복귀 지시가 내려졌다. 추가 교육이 취소됐으니 지금 돌아오라는 것이었다. 이미 열차와 항공권을 예매한 사람이 있는 상황에서 이 같은 일이 벌어졌다. 작성자는 "사장 결재가 그렇게 가벼운 것이었나. 쉽게 결재 나고 쉽게 취소된다"고 적었다. 이어 "누군가는 고속도로를 타다가 돌아왔고, 누군가는 열차와 비행기를 취소했으며, 누군가는 셔틀버스가 도착하기 직전에 유턴해 돌아왔다"라면서 "교육생들의 시간과 돈은 아무것도 아닌가 보다"라고 했다.
세 번째 번복은 그 복귀 직후였다. 신입들이 본사가 있는 전남 나주시까지 되돌아오자 이번에는 오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 나왔다고 한다. 신입들은 인재개발원에 둔 짐을 빼고 숙소 카드키를 반납한 뒤 다시 흩어졌다. 그러고는 대체휴무일인 28일 오전에 다시 나와 발령지를 듣고 가라는 안내가 이어졌다. 작성자는 "이건 대체휴무 때 다시 출근하라는 얘기 아니냐"고 적었다. 반발이 이어지자 발령지는 문자로 알리겠다는 쪽으로 또 바뀌었다.

작성자는 글을 올린 28일까지도 발령지를 통보받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오전 중에 알려준다던 발령지는 감감무소식"이라며 "아무 계획도 세우지 못하고 짐만 싸 둔 채 마냥 기다리고 있다"고 적었다. 이어 "이런 일이 벌어지는데도 그 누구 하나 사과의 말이 없다"며 "발령받기도 전에 애사심이 떨어진다"고 했다. 교육생 소속이 인재개발원인데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작성자는 "센터 교육장은 왜 자기들한테 뭐라고 하느냐고 한다"며 "그러면 교육생들은 누구한테 물어야 하느냐"고 적었다.
댓글에는 현직자로 보이는 이용자들의 성토가 쏟아졌다. 회사가 내세운 '사업소들의 교육 요구'라는 명분과 달리 실제로는 승격시험이 원인이라는 주장이 많았다. 한 이용자는 "승격시험 지원율이 낮다고 발령을 안 내주겠다고 협박해서 울며 겨자 먹기로 받은 추가 교육"이라고 적었다. 간부로 올라가는 초급간부 승격시험에 대한 지원자가 적자 윗선이 인사발령권을 앞세워 압박했고, 그 여파로 이미 정해진 교육 일정이 뒤집혔다는 취지다.
교육을 담당한 인재개발원의 직원으로 보이는 이용자들은 자신들도 갑작스러운 지시에 휘둘렸다고 했다. 한 이용자는 "퇴소 전날 교육을 더 하라고 통보받아 당직과 숙소, 식수 인원, 다음 주로 미뤄졌던 직무 교육까지 죄다 조정하느라 난리였다"며 "그 와중에 발령 통보까지 우리보고 하라고 한다"고 적었다. 다른 이용자는 "신입이 전부 퇴소하고 나서야 교육 취소를 통보받아 짐 챙기러 온 신입들에게 미안하다고 빌고 전 사업소에 정정 연락을 돌렸다"며 "자기들이 친 사고 수습을 왜 인재개발원에 미루느냐"고 했다.
신입으로 보이는 이용자들이 비슷한 피해를 호소했다. 한 이용자는 교육생이 240명 규모였다며 "퇴소 뒤 단체 채팅방 공지를 뒤늦게 확인하고 차를 돌리니 내비게이션에 190㎞가 찍혔더라. 결국 수요일에 운전만 8시간을 했다"고 적었다. 그는 "남들이 뭐라고 해도 공기업에 입사했다는 뿌듯함에 애사심을 갖고 열심히 하려 했는데 자괴감이 들었다"고 했다.
선배로 보이는 이용자들의 사과도 잇따랐다. 한 이용자는 "신입 후배들에게 선배로서 정말 부끄럽고 미안하다"고 적었다. 다른 이용자는 "인사 일정을 제날짜에 맞춰 낸 것을 본 적이 없다"고 했다. 회사를 향해서는 "발령지를 들으러 오라는 것에서 실소가 터졌다"며 "IT 강국에서 파발마 띄우는 소리 아니냐"는 반응도 나왔다. 사장 교체를 요구하거나 능력이 되면 다른 공기업이나 대기업으로 옮기라는 조언도 이어졌다. 다른 공기업과 대기업 직원으로 보이는 이용자들도 댓글을 달며 "이게 말이 되느냐"는 반응을 보였다.
한전KPS는 한국전력공사가 최대주주(지분 51%)인 준시장형 공기업이다. 발전소와 송·변전 설비의 정비와 운영, 건설을 맡는 전력설비 정비 전문 기업이다. 원자력 핵심설비 안전성 검사와 신재생에너지, 해외 발전설비 운영·유지보수 사업도 한다. 1974년 설립된 한아공영이 모체다. 한전보수기공과 한국전력보수, 한전기공을 거쳐 2007년 지금의 이름이 됐다. 같은 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됐다. 2014년 모회사인 한국전력공사와 함께 광주전남혁신도시로 옮겨 갔다. 세계 최상위권으로 평가받는 플랜트 정비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 임직원 수는 약 6600명. 본사는 나주시에 있다. 이번에 신입 교육이 이뤄진 인재개발원도 나주시 다도면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