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기획 창’ 100만원 급전의 대가…부모·친구까지 추심 전화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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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평균 대출액 92만원·상환 기간 열흘 안팎…‘지인 추심’까지 동원
대출 문의 전화번호 4시간 만에 건당 4000원 거래…개인정보 유통 실태 추적
급전이 필요해 빌린 돈은 100만원 안팎이었지만 열흘도 지나지 않아 감당하기 어려운 빚으로 불어났다. 상환이 늦어지자 부모와 지인들에게까지 연락이 퍼졌고, 대출 문의 과정에서 남긴 전화번호는 몇 시간 만에 불법 사금융 업자들 사이에서 거래됐다.

9월 1일 방송되는 KBS 1TV ‘시사기획 창’ 561회 ‘추심면허: 개인 돈 빌려드립니다’에서는 대출 중개 플랫폼과 SNS를 중심으로 확산한 불법 사금융의 구조를 추적한다. 제작진은 피해자와 현직·전직 사채업자, 수사기관 관계자를 만나 소액·초단기 대출이 어떻게 고금리와 불법 추심으로 이어지는지 살펴봤다.
100만원 빌리고 지인 연락처 넘겼다…담보가 된 인간관계

취재진이 만난 한 30대 자영업자는 건설 경기 침체로 사업이 어려워지면서 급하게 100만원을 빌렸다. 대출을 받는 과정에서 업자에게 넘긴 것은 물건이나 부동산이 아니라 신분증과 얼굴 사진, 부모와 지인을 포함한 연락처였다.
상환이 늦어지자 업자들은 곧바로 이 연락처를 이용했다. 부모와 지인들에게 일제히 문자를 보내 채무 사실을 알리는 이른바 ‘지인 추심’이 시작됐고, 채무자의 일상과 인간관계까지 압박 수단으로 이용됐다.
방송에서 만난 피해자들의 평균 대출액은 92만원에 불과했다. 상환 기간도 열흘 안팎으로 짧았지만 짧은 기간 동안 붙는 이자와 각종 비용이 부담으로 쌓이면서 빚을 갚기 위해 다시 다른 곳에서 돈을 빌리는 악순환으로 이어졌다.
소액 대출이라는 점 때문에 처음에는 부담이 크지 않아 보일 수 있지만 실제 구조는 정반대다. 상환 기간이 짧고 금리가 높을수록 채무자가 제때 원리금을 갚지 못할 가능성이 커지고, 이후 다른 사채를 이용하도록 유도하는 방식으로 피해 규모가 확대될 수 있다.
왜 큰돈 아닌 ‘소액’만 빌려줄까

취재진은 수소문 끝에 현재도 영업 중인 소액 사채업자를 직접 만났다. 이들이 취급하는 금액은 수십만 원에서 100만원 안팎에 집중돼 있었고 상환 기간 역시 며칠에서 수주 정도로 짧았다.
업자들이 큰돈 대신 소액·초단기 대출을 선호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돈이 급한 사람일수록 까다로운 심사 없이 빠르게 빌릴 수 있다는 제안을 거절하기 어렵고, 대출 금액 자체가 크지 않아 높은 이자와 수수료에 대한 경계심도 상대적으로 낮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실제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다. 법정 최고금리를 크게 웃도는 이자가 적용되거나 원금 일부를 선이자로 떼는 방식이 사용되면 실제 손에 들어오는 돈은 계약상 대출액보다 적어진다.
상환일을 넘긴 이후에는 추심 방식도 더욱 거칠어진다. 채무자 본인에게 반복적으로 연락하는 수준을 넘어 가족과 지인에게 채무 사실을 알리거나 사진과 개인정보를 이용해 심리적 압박을 가하는 사례까지 이어진다.
‘시사기획 창’은 현직·전직 사채업자들의 증언을 통해 이러한 과정이 우발적으로 벌어지는 것이 아니라 대출 상담부터 상환 압박까지 단계별로 설계돼 있다는 점을 들여다본다.
전화번호 하나가 상품으로…4시간 만에 ‘DB’ 거래

불법 사금융 시장에서 돈만큼 중요한 것이 개인정보다. 대출을 문의한 사람의 이름과 전화번호는 업자들 사이에서 ‘DB’라고 불리며 하나의 거래 상품처럼 유통된다.
취재진은 실제 유통 과정을 확인하기 위해 가명으로 대출 중개 플랫폼에 문의를 남겼다. 그 결과 불과 4시간 만에 해당 전화번호가 DB 판매업자들 사이에서 건당 4000원에 거래되고 있는 사실을 확인했다.
대출 신청자가 한 곳에만 연락했다고 생각하더라도 정보가 다른 업자들에게 넘어가면 여러 번호에서 대출 권유 연락을 받을 수 있다. 급전이 필요한 사람의 개인정보가 불법 사금융 시장에서 반복적으로 재사용되는 구조다.
취재진은 DB 판매업자들과 직접 접촉해 개인정보가 어디에서 모이고 누구에게 넘어가는지 추적했다. 이 과정에서 지난해 불법 사금융 업자 200여 명을 검거한 경찰 수사팀은 “모든 범죄의 완성은 DB”라고 설명했다.
불법 사금융 업자에게 잠재 고객의 연락처는 영업의 출발점이 된다. 특히 이미 대출을 알아봤다는 사실 자체가 ‘돈이 급한 사람’이라는 정보가 되면서 전화번호 한 건의 가치가 높아지는 구조다.
‘등록 대부업체’면 안전할까…47곳에 직접 전화했더니

대출을 알아보는 소비자가 그나마 확인하기 쉬운 기준은 등록 여부다. 금융당국이나 지방자치단체에 등록된 대부업체라면 최소한 불법 업체보다는 안전하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제작진이 대출 중개 플랫폼에 광고를 게재한 등록 대부업체 47곳에 직접 전화를 걸어본 결과 예상과 다른 상황이 벌어졌다. 상당수 업체가 전화를 받지 않았고, 대신 10분도 지나지 않아 취재진이 연락한 적 없는 다른 번호에서 대출 권유 전화가 걸려오기 시작했다.
등록 업체의 광고를 보고 문의했지만 실제 상담 과정에서는 전혀 다른 업자와 연결되는 셈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처음 접촉한 업체가 등록 업체인지 확인하더라도 이후 연락해오는 사람이 같은 업체 소속인지, 합법적인 영업을 하는지 판단하기 어려울 수 있다.
방송은 이 과정에서 대출 중개 플랫폼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도 살펴본다. 광고 단계에서는 등록 업체의 이름을 내세우지만 실제 대출이 이뤄지는 과정에서 불법 사금융 업자와 연결될 가능성을 제대로 차단하지 못한다면 제도의 실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개정 대부업법 시행 1년…현장에선 여전히 ‘법보다 추심’

불법 대부계약의 이자를 무효로 하는 내용 등을 담은 개정 대부업법이 시행된 지 1년이 지났다. 불법 사금융 피해를 줄이고 과도한 이자 부담을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는 강화됐지만 현장에서 체감하는 상황은 다르다.
불법 업자들은 음성적으로 영업하고 대출 과정에서 가족과 지인 정보까지 확보하기 때문에 피해자가 법적 대응을 결심하기 전부터 강한 압박을 받게 된다. 신고 이후에도 보복성 연락이나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가 갈 것을 우려해 신고를 망설이는 경우도 있다.
특히 소액 대출은 피해 규모가 작아 보인다는 이유로 대응이 늦어질 수 있다. 하지만 수십만 원에서 100만원 수준의 빚이 여러 건 겹치면 총액은 빠르게 늘어나고, 다른 사채를 이용해 기존 빚을 갚는 돌려막기까지 시작될 가능성이 있다.
법정 최고금리를 넘는 이자를 받거나 폭언과 협박, 지인 연락을 이용해 상환을 압박하는 행위는 단순한 채권 회수를 넘어 불법 추심에 해당할 수 있다. 그럼에도 채무자 입장에서는 당장의 압박이 법적 절차보다 훨씬 가깝게 느껴지는 것이 현실이다.
‘급전’ 찾는 순간 시작되는 불법 사금융 생태계

이번 방송이 추적하는 것은 개별 사채업자 한두 명의 문제가 아니다. 온라인 광고와 대출 중개 플랫폼, 개인정보 DB 판매업자, 실제 돈을 빌려주는 사채업자와 추심 단계가 서로 연결된 하나의 시장 구조다.
급하게 돈이 필요한 사람이 광고를 보고 연락처를 남기는 순간 개인정보가 상품처럼 유통될 수 있고, 이후 여러 업자가 접근해 대출을 권유한다. 대출이 실행되면 초단기 상환과 고금리가 적용되고 갚지 못하면 지인 추심과 추가 대출이 이어지는 방식이다.
불법 사금융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돈을 빌려주는 업체가 정식 등록됐는지 확인하는 것뿐 아니라 계약서에 적힌 실제 이자와 상환 조건, 선이자나 별도 수수료가 있는지도 꼼꼼히 살펴야 한다. 가족이나 지인의 연락처를 담보처럼 요구하거나 신분증·얼굴 사진 등 과도한 개인정보 제공을 요구할 경우에도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시사기획 창’은 급전이 필요한 서민을 상대로 소액 대출을 미끼로 접근한 뒤 개인정보와 인간관계까지 추심 수단으로 활용하는 불법 사금융의 실태를 들여다본다. 법과 제도가 강화된 뒤에도 왜 비슷한 피해가 반복되는지, 등록 대부업체와 온라인 중개 플랫폼 사이에는 어떤 제도적 빈틈이 남아 있는지도 함께 짚는다.
KBS 1TV ‘시사기획 창’ 561회 ‘추심면허: 개인 돈 빌려드립니다’는 9월 1일 오후 10시 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