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올 뻔했던 태풍 '사우델', 우리나라가 뒤늦게 긴장하고 있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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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태풍으로 몸집 키웠던 제18호 태풍 '사우델', 소멸 수순 접어들었지만...

한반도 상륙 가능성이 거론됐던 제18호 태풍 '사우델(SAUDEL)'이 중국 본토를 강타한 뒤 지난 8월 29일 열대저압부로 약화되며 사실상 소멸했다. 태풍 자체는 한반도를 비껴갔지만, 정작 우리나라는 사우델이 남긴 간접적인 여파로 뒤늦게 몸살을 앓고 있다. 남부지방에는 시간당 100㎜가 넘는 폭우가 쏟아지며 침수와 고립 피해가 잇따르는 중이다.

제18호 태풍 '사우델' 위성 사진 / himawari8
제18호 태풍 '사우델' 위성 사진 / himawari8

사우델, 중국 상륙 9일 만에 소멸

사우델은 지난 8월 19일 괌 동남동쪽 먼바다에서 열대저압부로 발생한 뒤 북서진하며 빠르게 몸집을 키웠다. 8월 25일 오후 9시에는 일본 오키나와 동북동쪽 약 130㎞ 해상에서 강도 '3', 중심기압 950hPa, 최대풍속 초속 43m(시속 155㎞)까지 발달하며 정점을 찍었다. 중국기상망에 따르면 당시 사우델의 직경은 한때 1000㎞를 넘어섰고 영향권은 40만㎢ 이상으로, 저장성 전체 면적의 약 4배에 달했다.

사우델은 8월 28일 오전 8시5분(현지시간) 중국 저장성 타이저우시 해안에 상륙한 데 이어 내륙을 거쳐 오전 9시10분께 원저우시 해안에 다시 진입했다. 첫 상륙 당시 중심기압은 975hPa, 최대풍속은 초속 35m를 기록했다. 이후 사우델은 세력이 빠르게 약해지며 8월 29일 오전 9시 중국 푸저우 서쪽 약 360㎞ 부근 내륙에서 열대저압부로 강등됐다. 당시 최대풍속은 초속 15m(시속 54㎞) 수준까지 떨어진 것으로 파악됐다. 발생 열흘 만에, 중국 상륙 기준으로는 9일 만에 사실상 소멸한 셈이다.

지난 30일 오후 대구 수성구 달구벌대로에 천둥번개를 동반한 폭우가 쏟아져 도로 옆 물웅덩이를 지나는 차량이 물보라를 일으키고 있는 모습 / 뉴스1
지난 30일 오후 대구 수성구 달구벌대로에 천둥번개를 동반한 폭우가 쏟아져 도로 옆 물웅덩이를 지나는 차량이 물보라를 일으키고 있는 모습 / 뉴스1

고온다습한 공기 밀어올린 '사우델'...남부지방 집중호우 영향

사우델은 한반도 직접 상륙은 피해갔지만 뒤늦게 한국 날씨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남부지방에 내리는 집중호우는 남쪽의 덥고 습한 공기와 북쪽의 차고 건조한 공기가 충돌하며 형성된 정체전선의 영향인데, 이 정체전선이 유독 강하게 발달한 배경에 사우델이 있다.

중국 방향으로 이동한 사우델이 한반도 남동쪽에 자리한 북태평양고기압을 북서쪽으로 밀어올리면서, 고온다습한 공기가 한반도로 유입되는 통로를 만든 것으로 분석됐다. 여기에 북쪽에서 내려온 찬 공기가 맞부딪치면서 비구름대가 예상보다 강하게 발달했고, 남쪽에서 만들어진 열대요란까지 겹치며 비구름대가 쉽게 빠져나가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졌다. 태풍 자체는 한반도를 비껴갔지만, 태풍이 밀어낸 공기 흐름이 뒤늦게 국내 날씨에 영향을 준 셈이다.

31일 오전 전남광주 영광군 백수읍 한 주택 마당이 흙탕물에 잠겨 있는 모습 / 연합뉴스
31일 오전 전남광주 영광군 백수읍 한 주택 마당이 흙탕물에 잠겨 있는 모습 / 연합뉴스

남부지방 강타한 물폭탄...침수·고립 피해 속출

실제 피해는 만만치 않다. 31일 기상청 등에 따르면 이날 0시부터 낮 12시까지 전남 영광 낙월도에 552㎜, 안마도에 261.1㎜의 비가 내렸다. 이 기간 영광지역 평균 강수량은 198.1㎜에 달했다. 보성군에서는 전날 오후 6시20분부터 한 시간 동안 124.6㎜의 비가 쏟아졌는데, 이는 지난 8월 17일 경남 거제에서 기록된 124.5㎜를 넘어선 올해 시간당 최다 강수량이다.

닷새째 이어진 비로 누적 강수량도 크게 늘었다. 영광 낙월도는 579㎜에 달했고, 보성 264.6㎜, 순천 256.9㎜, 광양 251.5㎜ 등 남부 곳곳에 200㎜가 넘는 비가 내렸다. 도로와 주택이 물에 잠기고 일부 지역에서는 주민 대피와 도로 통제가 이어졌다. 정부는 호우 재난 위기경보를 '관심'에서 '주의'로 격상하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단계를 가동했으며, 충청권 등 전국 10개 지역에는 산사태 '주의' 경보가 내려졌다. 기상청은 "이미 많은 비가 내린 지역에서는 지반이 약해져 산사태나 낙석 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며 안전사고에 주의할 것을 당부했다.

강한 폭우가 쏟아진 31일 오전 9시 50분께 전북 고창군 무장면 한 주택 뒷편에서 토사가 붕괴된 모습 / 뉴스1
강한 폭우가 쏟아진 31일 오전 9시 50분께 전북 고창군 무장면 한 주택 뒷편에서 토사가 붕괴된 모습 / 뉴스1

오늘(8월 31일) 태풍정보는?...방랑은 한반도와 거리 유지

한편 8월 31일 현재 활동 중인 태풍은 제23호 '방랑(BANG-LANG)'이다. 기상청이 발표한 태풍정보에 따르면 방랑은 이날 오전 9시 기준 북위 36.7도, 동경 165.5도 해상에 위치해 있으며, 중심기압 998hPa, 최대풍속 초속 19m(시속 68㎞)로 시속 19㎞의 속도로 북진하고 있다. 방랑은 8월 28일 괌 동북동쪽 먼 해상에서 태풍으로 발생한 뒤 한때 중심기압 980hPa, 최대풍속 초속 29m까지 발달했지만, 일본 동쪽 먼 해상으로 이동하며 세력이 점차 약해지는 중이다. 예상 경로도 한반도와 2000㎞ 이상 거리를 유지한 채 북상한 뒤 온대저기압으로 변질될 전망이어서, 국내에 직접 영향을 줄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분석된다.

제23호 태풍 ‘방랑(BANG-LANG)’ 예상 이동 경로 / 기상청
제23호 태풍 ‘방랑(BANG-LANG)’ 예상 이동 경로 / 기상청

지역별 예상 강수량은?...9월 3일까지 비 이어져

기상청 단기예보에 따르면 오늘(31일)은 전국이 대체로 흐린 가운데 중부지방과 전북, 경북 중·북부에 비가 내리다가 밤(오후 6시~자정) 사이 남부지방과 제주도 대부분에서는 그칠 전망이다. 다만 오후부터 저녁 사이 전남권과 대구·경북 남부, 경남권, 제주도 곳곳에는 소나기가 예상된다.

내일인 9월 1일은 전국이 대체로 흐린 가운데 오전까지 중부지방 곳곳에 비가 내리겠고, 경기 동부와 강원도는 오후까지 비가 이어지는 곳이 있겠다. 오후부터 저녁 사이에는 남부지방과 제주도 곳곳에 소나기가 예보됐다. 9월 2일에는 오후부터 제주도 곳곳에, 같은 날 오후 남부지방 곳곳에 소나기가 예상되며, 9월 3일에는 전국이 대체로 흐린 가운데 강원 영동과 제주도 곳곳에 비가 내릴 전망이다.

지역별 예상 강수량(8월 31일~9월 1일)을 보면 수도권은 서울·인천·경기 20~60㎜(경기 남부 많은 곳 80㎜ 이상), 강원도는 20~60㎜(남부내륙과 산지 많은 곳 80㎜ 이상)로 예보됐다. 충청권은 충남 서부가 50~100㎜(많은 곳 150㎜ 이상), 대전·세종·충남 동부와 충북은 30~80㎜다. 31일 기준 전북 서부는 20~80㎜(전북 서해안 많은 곳 120㎜ 이상), 경북 중·북부와 울릉도·독도는 20~60㎜의 비가 예상된다. 여기에 더해 광주·전남에는 소나기로 인한 10~50㎜, 부산·울산·경남과 대구·경북 남부에는 5~40㎜의 비가 추가로 내릴 가능성이 있다.

정체전선이 점차 북상하면서 남부지방과 제주도는 31일 밤부터 비가 잦아드는 반면, 중부지방은 9월 1일까지, 강원 영동과 제주도는 9월 3일까지도 비가 오는 곳이 있을 것으로 보여 지역별로 편차가 클 전망이다.

괴물 태풍으로 몸집을 키웠던 '사우델'은 소멸 수순에 접어들었지만, 그 태풍이 흔들어 놓은 기압 배치는 여전히 한반도 날씨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셈이다.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한 집중호우가 당분간 이어질 수 있는 만큼, 하천·계곡 등 위험지역 출입을 자제하고 최신 기상 정보를 수시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