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국세청 첫 크립토 과세 데이터 공개…240명이 전체 이득 절반 이상 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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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HMRC, 크립토 자본이득 첫 공식 통계 발표…240명이 절반 차지
1만7600명이 13억8000만 파운드 신고, 2027년 CARF로 감시망 확대

HMRC 관련 이미지 / AI 생성 일러스트(삽화)
HMRC 관련 이미지 / AI 생성 일러스트(삽화)

영국 국세청(HMRC)이 가상자산(크립토애셋) 자본이득에 대한 첫 공식 통계를 8월 27일(현지시각) 공개했다. 2024~25 과세연도 기준 1만7600명이 비트코인·이더리움·도지코인 등 가상자산 처분으로 자본이득세(CGT) 신고 대상 거래를 신고했다. 이들이 신고한 처분 총액은 138억 파운드, 신고된 총 자본이득은 13억8000만 파운드였고 필러(신고자) 1인당 평균 신고 이득은 7만8000파운드였다. 다만 이 평균값은 상위 소수 투자자에 의해 크게 왜곡된 수치다. 1인당 100만 파운드 이상을 신고한 240명은 전체 신고 이득의 절반이 넘는 7억1700만 파운드를 차지했다. HMRC는 이 통계를 2027년부터 시행되는 자동 정보교환 체계 도입에 앞선 기준선으로 활용하겠다는 입장이다.

신고 이득 절반 이상, 240명에 집중

1인당 100만 파운드 이상을 신고한 필러는 240명으로 전체 신고자의 약 1.4%에 불과했지만 이들의 총 신고 이득은 7억1700만 파운드로 전체의 52%를 차지했다. 반대로 2만5000파운드 미만을 신고한 필러는 약 1만1440명(전체의 약 65%)으로 다수를 이뤘지만 이들의 총 이득은 약 9660만 파운드, 비중은 약 7%에 그쳤다. 나머지 약 5920명(약 33.6%)이 신고한 이득은 약 5억6640만 파운드로 전체의 약 41%였다.

인구통계학적으로도 편중이 뚜렷했다. 크립토 이득 신고자의 87%가 남성이었고, 이들이 전체 실현이득의 93%를 차지했다. 이는 일반 자본이득세 신고 전체에서 남성 비중이 56%인 것과 대비된다. 연령대별로는 크립토 신고자의 81%가 54세 이하였고 54%는 25~44세 구간에 몰려 있었다. 일반 CGT 신고자 중 25~44세 비중이 17%에 불과한 것과 비교하면 뚜렷한 차이다.

HMRC, 단속 강화로 1억6800만 파운드 추가 확보 / AI 생성 이미지
HMRC, 단속 강화로 1억6800만 파운드 추가 확보 / AI 생성 이미지

HMRC, 단속 강화로 1억6800만 파운드 추가 확보

HMRC는 2023년 말부터 가상자산 보유자를 대상으로 교육·소셜미디어 홍보와 함께 자발적 신고를 유도하는 넛지(nudge) 안내문을 발송해왔다. 회계단체 UHY Hacker Young에 따르면 HMRC는 최근 12개월 동안 크립토 관련 세금 안내 편지를 8만1000건 발송했다. 이는 이전 기간 약 6만5000건보다 25% 늘어난 수치이며, 2023~24 과세연도에 발송된 2만7714건과 비교하면 거의 3배에 이른다.

HMRC는 이러한 단속·교육 활동이 2024~25년 한 해 동안에만 1억6800만 파운드의 추가 자본이득세 수입을 만들어냈다고 추산했다. 재무부 재정담당 장관 겸 지급관리관 제임스 머리(James Murray)는 “가상자산 이득에도 다른 이득과 마찬가지로 세금이 부과된다”며 “가상자산으로 이익을 낸 사람들이 어떤 세금을 내야 하는지 알게 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 작업은 세수 격차를 줄이려는 정부 노력을 지원하며, 모두가 공공서비스를 위해 정당한 몫을 부담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HMRC 사무차관 겸 최고경영자 존폴 마크스(John-Paul Marks)도 “가상자산과 관련한 세금 의무를 사람들이 최대한 쉽게 이해하고 이행할 수 있도록 하고 싶다”고 말했다.

2027년 CARF 시행되면 거래소 데이터 직접 받는다

이번 통계 발표의 배경에는 OECD의 크립토애셋 신고체계(Cryptoasset Reporting Framework, CARF) 도입이 있다. 영국은 CARF 시행을 2026년 1월 시작했고, 적용 대상 가상자산 사업자들은 그 시점부터 고객·거래 정보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HMRC는 2027년부터 거래소·수탁기관으로부터 영국 세무 거주자의 거래 정보를 직접 보고받게 된다. 사업자들의 첫 보고 기한은 2027년 1월 1일부터 5월 31일까지로, 2026년 한 해 거래 내용을 담아야 한다. 부정확하거나 불완전하게, 또는 기한을 넘겨 보고하면 이용자 1인당 최대 300파운드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이는 HMRC가 납세자 스스로 신고한 자료와 거래소가 보고한 자료를 대조할 수 있는 두 번째 데이터 경로를 확보한다는 의미다. 신고 마감은 기존 일정대로 유지된다. 2025~26 과세연도 중 연 3000파운드의 면세 한도를 넘는 이득이 있는 사람은 2027년 1월 31일까지 자기평가(Self Assessment) 신고서를 제출하고 세금을 내야 한다. 아직 신고하지 않은 과거 이득이 있는 납세자는 HMRC의 크립토 공개 서비스(Crypto Disclosure Service)를 통해 자진 신고할 수 있다.

한편 2027년 4월 6일부터는 탈중앙화 금융(DeFi) 거래 관련 세제도 바뀐다. 대출·유동성풀 거래에서 발생하는 자본이득세는 실질적인 처분(economic disposal)이 일어나는 시점까지 과세를 미루는 방향으로 개편되며, 정부는 이 변화로 약 70만 명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추산했다.

무엇이 과세 대상인지 모르는 사람들

회계업계에서는 이번 데이터가 실무 현장의 착오를 드러낸다는 지적도 나온다. 영국 회계 전문 매체 AccountancyAge에 따르면 많은 투자자가 가상자산을 파운드로 바꿀 때만 세금이 붙는다고 오해하지만, HMRC 기준으로는 비트코인을 이더리움으로 바꾸는 것과 같은 코인 간 교환, 가상자산으로 물건·서비스를 구매하는 것, 배우자·시민동반자가 아닌 사람에게 증여하는 것도 모두 과세 대상 처분에 해당한다.

스테이킹 보상, 수익농사(yield farming), 유동성 풀 이자, 채굴로 얻은 소득은 이번 자본이득세 통계에 포함되지 않고 기타소득(Miscellaneous Income)으로 분류돼 소득세와 국민보험 부담금 대상이 된다는 점도 놓치기 쉬운 부분으로 꼽힌다. 과거 신고 누락 이력이 있는 투자자는 CARF 시행 전 자발적으로 크립토 공개 서비스를 이용해 정정하는 편이 정식 조사보다 벌칙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게 회계업계의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