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전력·용수 좋은 일본 전역서 검토”…SK하이닉스 반도체 합작공장 첫 언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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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회장, 일본 메모리 합작공장 검토 첫 공식화
기옥시아 지분 14% 보유…인디애나 이어 해외거점 확대 모색

SK그룹 최태원 회장이 8월 31일(현지시각) 일본 센다이에서 열린 한일경제인회의에서 SK하이닉스가 일본 내 메모리반도체 합작공장 건설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 회장이 일본 공장 투자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전력과 용수가 좋은 곳이면 일본 전역을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지만 파트너사나 구체적 부지는 밝히지 않았다. 이천에 본사를 둔 SK하이닉스는 지난 27일(현지시각) 미국 인디애나주에서 HBM(고대역폭메모리) 패키징 공장 착공식을 마친 데 이어, 일본을 다음 해외 생산기지 후보로도 검토하고 있다.
최태원 회장 “전력·용수 좋은 곳 찾고 있다”
최 회장은 이날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일본 전역에서 부지를 찾고 있다”며 “전력과 용수가 풍부한 곳이라면 일본 어디든 검토 대상”이라고 말했다. 기자들이 구체적 투자 계획을 묻자 “지금 검토하는 중이다. 검토가 끝나면 알려주겠다”고 답했다. 잠재적 합작 파트너나 후보 지역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아주프레스(AJP)에 최 회장의 발언이 회사의 생산 거점 검토 과정을 일반적으로 언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정 합작법인이나 투자 프로젝트가 확정된 것으로 받아들이면 안 된다는 취지다. 최 회장은 대한상공회의소 회장도 맡고 있다. 이날 회의는 “한일 미래 함께 만들기”를 주제로 센다이 웨스틴호텔에서 열린 제15차 한일경제인회의였다.

기옥시아 지분과 일본 공급망이 배경
SK하이닉스가 일본을 주목하는 배경에는 기존에 확보한 지분과 인맥이 있다. 회사는 도쿄에 본사를 둔 낸드플래시 제조사 기옥시아(Kioxia) 지분을 간접적으로 약 14% 보유하고 있다. 옛 도시바메모리 사업을 인수한 베인캐피털 주도 컨소시엄에 참여하면서 확보한 지분으로, 베인 측 투자 기구와 전환권을 통해 연결돼 있다. 기옥시아는 미에현 욧카이치 공장 등에서 낸드플래시를 생산한다.
SK하이닉스 곽노정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7일(현지시각) 인디애나 공장 착공식 직후 “일본 고객·공급사들과 낸드플래시 시장을 함께 키울 방법을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에는 SK하이닉스의 주요 장비·소재 협력사인 도쿄일렉트론과 나믹스가 있고, 소니그룹과 닌텐도 같은 대형 고객사도 있다. 경쟁사 마이크론은 이미 히로시마에 생산공장을 운영 중이다.
인디애나 이어 국내 투자까지, 동시다발 증설
SK하이닉스는 이달 용인반도체클러스터 2공장(Y2)에 35조 2000억원, 청주 낸드 생산기지 M17에 19조 1000억원을 투입해 국내에 총 54조 3000억원(약 390억 달러)을 투자하기로 확정했다. 미국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에 짓는 차세대 HBM 어드밴스드 패키징 공장 투자 규모는 보도에 따라 38억 7000만 달러(약 5조 3000억원)에서 40억 달러 이상까지 다소 엇갈려 언급됐다. 이 공장은 2029년 하반기 차세대 HBM 양산을 목표로 하며, 한국에서 만든 웨이퍼를 미국으로 가져가 패키징과 테스트를 진행하는 방식이다.
AI 데이터센터 확대로 HBM뿐 아니라 낸드플래시 수요도 함께 늘고 있다. 메타, 아마존 등 대형 기술기업이 기존 하드디스크보다 빠른 저장장치를 확보하려는 경쟁을 벌이면서 낸드 수요를 밀어올리고 있다. SK하이닉스가 국내외에서 동시에 증설을 벌이는 배경이다.
반도체 부흥 나선 일본, SK하이닉스엔 기회
일본은 한때 전 세계 반도체 시장의 절반가량을 차지했지만 한국·대만·미국에 밀려 점유율이 10% 안팎까지 떨어졌다. 일본 경제산업성(METI)이 밝힌 수치다. 도쿄 정부는 이를 되돌리기 위해 대규모 재정을 투입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대만 TSMC의 구마모토 공장(JASM)이다. 일본 정부는 TSMC의 2번째 구마모토 공장에 최대 7320억엔을 지원하기로 예산을 편성했고, 대만 당국은 지난 3월 이 공장을 3나노미터 첨단 공정 생산으로 전환하는 계획 변경을 승인했다.
일본 정부는 지난 4월 소니세미컨덕터매뉴팩처링이 구마모토에 짓는 이미지센서 공장에도 최대 600억엔의 보조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일부 보도에서는 일본 북동부 미야기현이 SK하이닉스 공장 후보지로 거론됐지만, SK하이닉스 측은 아직 특정 부지나 투자가 결정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최 회장은 이날 회의에서 “한국과 일본 모두 노동인구가 줄고 있다”며 “지금이 두 나라가 경제블록을 형성할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