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혜인, 낙태금지·혼전순결 강요하던 비공개 조직에서 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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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평등 장관 후보자의 과거, 여성 활동가들조차 해명 요구
“해당 비선 조직과의 관계를 밝히라”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의 과거 ‘언더조직’ 활동을 둘러싸고 당시 함께 활동했던 일부 청년·여성 활동가가 공개적인 해명을 요구하고 나섰다.
용 후보자가 과거 활동했던 것으로 거론되는 언더조직을 두고 당시 활동가들은 성차별적 조직문화와 성폭력·데이트폭력 사건 처리 방식 등에 대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용 후보자가 현재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만큼 과거 해당 조직에서 활동한 경위와 당시 문제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설명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언더조직’이란 무엇인가
논란이 된 언더조직은 2010년대 알바노조와 청년좌파 등 공개적으로 활동하던 일부 단체와 관련해 활동가들 사이에서 언급되던 비공개 조직이다. 여기서 언더조직이라는 표현은 일반적인 비밀결사라는 의미가 아니라, 공개 단체의 활동과 별도로 일부 활동가들이 비공개로 모여 조직의 주요 사항을 논의했다는 의미로 사용됐다. 2020년 발간된 ‘언더조직 조직문화 인터뷰집’에는 당시 활동가들의 경험과 조직문화에 대한 증언이 담겼다.
인터뷰집에 따르면 언더조직 구성원들은 ‘안전가옥’으로 불린 비공개 공간에 모여 활동과 관련한 주요 사안을 논의하거나 합숙을 했다. 안전가옥은 당시 언더조직 구성원들이 외부에 공개하지 않고 회합이나 숙박을 위해 사용한 공간을 가리키는 표현이다. 당시 활동가들 사이에서는 이 조직의 운영 방식과 문화 등을 놓고 문제가 제기된 적도 있다.
언더조직의 존재가 공개적으로 알려진 계기 가운데 하나는 2018년 이가현 당시 알바노조 위원장의 폭로였다. 이후 노동당은 관련 의혹에 대한 진상조사를 진행했고, 조사 결과 언더조직이라는 모임이 실제 존재했던 것으로 판단했다. 당시 조사 결과에는 조직 내부에서 구성원들의 사생활과 연애 문제에 관여하거나 특정한 생활규범을 요구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혼전순결·낙태금지 등 교양교재 논란
당시 노동당 조사보고서에는 언더조직이 구성원들에게 특정한 내용의 교양교재를 배포했다는 내용도 담겼다. 해당 교재에는 낙태를 금지하고 혼전순결을 강조하는 등의 내용이 포함됐던 것으로 조사됐다. 또 '모텔에 가지 말라' ‘연애 사업을 하지 말라’는 취지의 요구를 통해 구성원들의 사생활에 관여했다는 내용도 보고서에 포함됐다.
이 같은 내용은 언더조직의 조직문화가 성평등을 중시하는 진보·노동운동의 일반적인 이미지와 배치된다는 당시 활동가들의 비판으로 이어졌다. 다만 해당 조직에서 활동했다는 사실만으로 각 구성원이 이러한 규율을 만들거나 실행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용 후보자가 당시 조직의 주요 의사결정에 어느 정도 관여했는지에 대해서는 당사자와 활동가들 사이에서도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김윤영 전 노동당 여성위원장은 지난 1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용 후보자와 기본소득당을 상대로 언더조직과의 관계에 대한 설명을 요구했다. 김 전 위원장은 자신도 과거 용 후보자와 함께 언더조직에서 활동했다고 밝히면서 조직 내부에서 성폭력과 데이트폭력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들을 어떻게 처리했는지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전 위원장은 당시 조직 내에서 성폭력 및 데이트폭력 가해자로 문제가 된 사람들에 대한 문책 과정에서 이들이 조직의 우두머리가 운영하는 보드게임 회사에 취업했다는 취지의 주장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피해자들이 이 과정을 알거나 공유받지 못했고 관련 내용을 조직 내에서 언급하기 어려웠다고 덧붙였다. 이후 김 전 위원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당시 조직 주요 인사들이 해당 가해자들을 활동에서 배제한 것으로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는 이들이 보드게임 회사에서 일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나중에 알게 됐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김 전 위원장은 자신이 언더조직 내부의 성차별적 문화에 문제를 제기했던 활동가 가운데 한 명이라고 밝혔다. 그는 자신과 다른 청년·여성 활동가들이 문제를 제기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아 결국 조직을 탈퇴했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김 전 위원장이 올린 글 전문이다.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와 기본소득당에 묻습니다.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긴 글로 인사드립니다. 저는 이번에 성평등가족부 장관으로 지명된 용혜인 후보와 수년 전 함께 활동해왔던 김윤영입니다. 용혜인 후보의 첫 이력으로 알려진 2014년 세월호 침묵 시위 ‘가만히 있으라’의 본래 제안자이자 기획자이기도 합니다. 알바노조와 노동당에서도 함께 활동했으며, 노동당에서는 여성위원장으로 활동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용혜인 후보를 비롯한 기본소득당의 주요 인사들과 같은 ‘비선 조직’에 소속되어 활동해왔습니다.
이때 ‘비선 조직’이란 단순한 비공개 의견그룹이 아닌, 공개되지 않은 별도의 지휘체계, 즉 지역 및 영역별 책임자와 조직도를 갖춘 전국 단위 조직을 의미합니다. 80년대 민주화운동 세대 남성이자 보드게임 회사의 대표이기도 한 조직의 최고 책임자와, 그 이하 여러 중간 책임자들이 존재했으며, 이 비선 조직에서 결정하는 지시 사항에 따라 공개된 시민단체와 정당 등에서의 주요 활동이 이루어져 왔습니다.
용혜인 후보를 비롯하여, 현재 기본소득당의 당대표 권한대행, 최고의원들, 전략기획부총장, 상임고문, 사무총장, 정책위의장, 각 실장 등 대다수의 당 지도부와 중앙당 당직자가 해당 비선 조직에서 함께 활동하던 인사들입니다. 해당 비선 조직이 현재에도 운영되고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기본소득당이 해당 조직의 역사와 자원을 통해 창당되었으며 유지되어 왔음은 부정하기 어려운 부분이라 생각합니다.
이러한 배경을 토대로, 저는 국가의 성평등 정책을 책임질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와 그가 소속된 정당이, 자신들의 정치적 기반이 된 비선 조직의 성차별적 역사에 대해 어떤 평가를 하고 있는지에 관해 묻고자 합니다.
첫째, 기본소득 창당 이전 비선 조직과 시민단체들에서 만연했던 성차별적·위계적 문화에 대해 문제제기한 청년 여성들에 대한 당시 조직적 판단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습니다.
2018년 해당 비선 조직의 성차별적·위계적 조직 문화 속에서 고통을 호소하던 많은 또래 여성 청년들이 있었습니다. 해당 조직과 이들이 운영한 시민단체들 내부에는 사회의 진보를 위해 헌신한다는 목표 아래 활동가들에 대한 일종의 ‘태움 문화’가 만연해 있었습니다.
일상적인 평가와 감시 체계 속에서 많은 청년들과 여성들이 성차별적 평가, 성희롱, 정서적 폭력을 동반한 인성 평가와 외모 평가 등에 많은 여성들이 문제제기 하였으나, 그때마다 여성들은 예민하거나 운동가답지 않은 미숙한 존재로 치부되어왔습니다. 내부 설득과 토론, 고발에 이어 여러 여성 청년들이 이를 폭로와 공론화의 형식으로 문제제기 했습니다. 이는 비선조직 뿐만 아니라 여러 공개단체들 내부와 현재 기본소득당의 전략기획부총장 박ㅇㅇ 등에 대한 문제제기로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해당 비선 조직은 당시 사태에 대하여 조직 문화에 잘못이 있다고 보지 않고, 문제제기를 한 여성들에게 잘못이 있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당시 사태를 수습하는 역할을 맡은 조직의 책임자는 저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중간 책임자 두 명을 경질하기로 하였다. 그 이유는, 정신력이 약하고 조직의 구성원으로서 자질이 부족한 젊은 여성들을 무분별하게 조직에 가입시켰기 때문이다.”
저는 이 조직적 결론에 매우 충격을 받았고 크게 실망하였습니다. 이는 제가 해당 조직과 최종적으로 결별한 계기이기도 하였습니다. 당시 이 대화에 대하여 저는 현재 기본소득당의 신ㅇㅇ 최고위원에게 공유하며 강한 문제의식을 전달하기도 하였습니다.
이후 저 또한 위계와 비민주적 조직 문화의 일원으로서 반성하고 부끄러운 마음으로 관련한 이야기와 활동을 중단하고 지내왔습니다. 그리고 해당 조직의 중간 책임자 중 한 명으로서, 조직 문화를 개선하고 여성들의 목소리를 반영하고 싶었지만 이것이 좌절되는 과정에서 저또한 큰 상처를 받았고, 사회의 차별에 맞서고 사회적 약자들과 연대했던 모든 시간이 실패한 것 같아 오랫동안 부끄럽고 수치스러운 기억으로 남아있었습니다.
들춰보기 괴로웠던 일들을 다시 꺼내어 묻는 것은, 어쩌면 저 뿐만 아니라 당시 열정을 바쳐 사회의 진보를 위해 헌신했던 여러 여성 청년들에게도 그 시간이 실패의 경험으로 남아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지금 이를 묻지 않는 것이 오히려 무책임한 태도라는 생각이 들어 이렇게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이에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후보자와 기본소득당에 묻습니다.
해당 비선 조직과의 관계가 어떠한지 밝혀주십시오.
그리고 여전히 관계가 긴밀하다면, 당시 청년 여성들의 문제제기에 대한 조직적 판단이 여전한지 묻습니다.
만약 현재는 해당 비선 조직과 전적으로 무관하다고 한다면, 기본소득당의 주요 인사들에게 창당 이전 스스로의 역사에 대한 평가는 어떠한지 묻습니다.
두 번째, 해당 비선 조직에서 성폭력 및 데이트폭력 가해자들을 처리해온 방식에 대한 평가를 묻습니다. 당시 해당 조직에서는 성폭력 및 데이트폭력의 가해자임이 밝혀져 문제가 된 자들에 대한 문책으로서, 이들을 조직의 우두머리가 운영하는 보드게임 회사에 취업시켜 일하게 하였습니다. 이러한 과정에 대하여 피해자들은 알지도, 공유받지도 못했으며 관련한 언급은 조직 내에서 오히려 금기시되어 왔습니다. 이러한 조치에 대하여 어떻게 평가하는지 묻습니다.
제가 지금 용혜인 후보와 기본소득당의 인적·물적 기반을 형성한 비선 조직의 성차별적 문화에 대해 묻는 것은 아래 두 가지 이유에서입니다.
첫째, 용혜인 후보와 기본소득당이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라는 현재 위치에 이르게 된 것에는, 월급도 휴가도 없이, 학교와 알바와 직장을 다니며 밤과 주말까지 자신의 모든 시간과 열정을 투신하여 거리에서 서명을 받고 피켓을 들고 회의를 하던 수많은 청년 여성들이 있었기 때문이므로, 이것은 현재의 일입니다.
그렇기에 이 물음에 응답하는 것은, 기본소득 운동을 길바닥에서부터 함께 만들고 용혜인 후보의 이력을 함께 만들어온 청년과 여성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고 생각합니다.
둘째, 당시 조직 내의 청년 여성들이 문제제기한 내용은, 오늘날 수많은 여성들이 일터와 가정, 일상에서 매일같이 겪고 있는 현실과 조금도 다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직장과 조직에서 성폭력 가해자를 고발해도 침묵을 강요당하거나, 피해자 뒤에서 가해자를 조직적으로 지원하는 시스템, 일상적으로 노출되는 성희롱이나 업무와 무관한 외모 및 인성 평가, 그리고 여성으로서 높은 책임이 있는 자리에 오르려면 남성보다 더 혹독한 평가 속에서 강인한 모습을 증명해야 하는 유리천장, 그리고 결국 이를 견디지 못하고 조직에서 스스로 벗어나 자신의 부족함을 탓해야하는 모습이야말로, 바로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해결하고 비전을 제시해야하는 현재 여성들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2000년대에도, 2010년대에도 페미니즘을 이야기하는 여성들에게 분열주의자라 낙인찍었던 해당 조직의 역사 속에서, 성차별이라고 비판하는 여성들을 ‘멘탈이 약한 자격 없는 구성원’으로 치부하는 것으로 문제를 덮어버렸던 조직의 역사 위에 있는 정당으로서, 그리고 여성 청년이라는 상징성을 가진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로서, 어떠한 비전과 진정성을 가지고 “국민의 생명과 존엄을 지키는 모두의 성평등”을 책임질 것인지 답변해주시기를 요청합니다.

“용혜인, 여성 활동가들의 호소를 거짓말로 몰아세워”
언더조직의 존재를 처음 공개적으로 폭로한 이가현 전 알바노조 위원장도 용 후보자의 당시 대응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이 전 위원장은 용 후보자가 언더조직에서 책임자 위치에 있었던 것으로는 알고 있지 않다고 전제했다. 그러면서도 문제가 제기됐을 당시 용 후보자가 여성 활동가들의 호소를 거짓말로 몰아세우는 데 앞장섰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이 언급한 당시 상황은 언더조직이 알바노조와 청년좌파 등 공개 단체의 활동에 관여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던 시점이다. 당시 용 후보자는 입장문에서 알바노조 내부 사건의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대해서는 말하기 어렵다는 취지로 밝혔다. 또 자신이 대표를 맡았던 청년좌파 3기 집행부에서 단체 외부의 흐름을 통해 단체가 운영된 사실은 없었다는 취지의 입장을 내놓았다.
청년좌파는 당시 용 후보자가 대표를 맡았던 공개 조직이다. 용 후보자는 언더조직 논란이 불거졌을 당시 청년좌파와 언더조직의 관계를 부인하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는 설명이다. 당시 노동당의 진상조사 역시 언더조직과 청년좌파 사이의 관계에 대해서는 별도로 판단하지 않았다.
용 후보자에게는 알바노조 창립 초기인 2013년 무렵 활동한 이력도 있다. 다만 이 같은 활동 이력과 별개로 용 후보자가 언더조직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맡았는지에 대해서는 당시 활동가들의 설명이 일치하지 않는다. 이가현 전 위원장 역시 용 후보자가 언더조직의 책임자였던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당 지도부 상당수가 당시 조직에서 활동”
김윤영 전 위원장은 현재 기본소득당 지도부와 중앙당 당직자 가운데 상당수가 과거 언더조직에서 함께 활동했던 인사들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용 후보자를 비롯해 당 대표 권한대행과 최고위원, 전략기획부총장, 상임고문, 사무총장, 정책위의장 등 당 주요 인사들의 이름을 거론했다. 그러면서 해당 조직이 현재도 운영되는지는 알 수 없지만, 기본소득당이 언더조직의 역사와 인적 자원을 통해 창당되고 유지됐다는 취지의 주장을 폈다.
김 전 위원장은 특히 용 후보자가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상황에서는 과거 조직 활동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성평등가족부 장관은 성평등 정책과 가족 정책 등을 담당하는 정부 부처의 수장을 맡는 자리인 만큼 과거 활동 당시 성차별적 조직문화와 관련해 어떤 입장을 가졌는지 설명해야 한다는 논리다. 그는 자신을 비롯한 당시 청년·여성 활동가들이 기본소득 운동을 함께 만들었다는 점을 언급하며 해명을 요구했다.
또 다른 당시 활동가들도 비슷한 취지의 문제를 제기했다. ‘언더조직 조직문화 인터뷰집’을 집필한 우새하 전 알바노조 울산지부장은 자신이 인터뷰한 여러 활동가들이 언더조직을 성평등한 공간으로 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용 후보자가 당시 성차별적 조직문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않았다는 취지의 주장을 내놓으면서 현재 장관 후보자라는 위치에 있는 만큼 과거 활동에 대해 설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