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일이냐 9월 19일이냐" 제물포구, 첫 '구민의 날' 주민이 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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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9일까지 선호도 조사
58년 만에 다시 하나가 된 제물포가 이제 자신들의 역사를 대표할 하루를 찾는다. 인천 제물포구가 통합 출범을 계기로 ‘제물포구민의 날’ 제정에 착수하면서 개항과 산업화, 교통의 변화부터 새로운 행정체제 출범까지 지역의 역사와 정체성을 하나의 기념일에 담기 위한 주민 의견 수렴에 나섰다.

인천 제물포구(구청장 김찬진)는 지난 2일 ‘제물포구민의 날’ 후보일 4개를 공개하고 오는 9일까지 구민 선호도 조사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제물포구는 지난 7월 1일 옛 중구 내륙지역과 옛 동구가 통합해 출범했다. 1968년 인천시 구제 시행 이후 두 지역이 서로 다른 행정구역과 생활권으로 나뉜 지 58년 만에 다시 하나의 자치구로 묶인 것이다.
이번 통합은 단순한 행정구역 조정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오랫동안 각기 다른 생활권을 형성해온 주민들이 하나의 지역 공동체로 다시 연결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제물포구가 새로운 구민의 날을 만들려는 것도 통합 이후 주민들이 공유할 수 있는 역사적 기억과 정체성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후보일은 모두 제물포와 인천의 역사적 흐름을 상징하는 날짜로 선정됐다.
첫 번째 후보는 5월 10일이다. 인천의 산업화와 항만 발전을 이끈 인천항 제2도크 준공일이다. 항만을 중심으로 성장한 인천의 산업·물류 역사를 상징하는 날짜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제물포가 오늘날 인천 경제의 중요한 기반을 형성하는 데 항만과 산업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보여주는 날이기도 하다.
두 번째는 7월 1일이다. 제물포구가 공식적으로 출범한 날이다. 행정체제 개편을 통해 옛 동구와 옛 중구 내륙지역이 하나의 구로 출발한 날인 만큼 현재와 미래의 제물포구를 상징하는 가장 직접적인 후보라고 할 수 있다.
세 번째 후보는 9월 19일이다. 개항과 근대 행정의 중심지였던 제물포의 역사적 정체성을 담은 인천감리서 설치일이다. 근대 인천의 행정과 국제교류가 시작되는 과정에서 제물포가 어떤 위치에 있었는지를 상징하는 역사적 날짜다.
네 번째는 11월 20일이다. 경인선 철길로 나뉘었던 옛 중구와 동구를 연결한 동인천지하도 신설공사 준공일이다. 지역을 물리적으로 갈라놓았던 철도를 넘어 두 생활권을 연결했다는 상징성이 있다. 이번 통합의 의미와도 연결되는 날짜다.
네 후보의 의미가 각각 다른 만큼 주민 선호도 조사 결과도 어떤 방향으로 모일지 관심이 쏠린다. 개항과 근대 행정이라는 역사성을 중시할지, 산업화와 항만 발전의 기억을 선택할지, 혹은 58년 만의 행정통합 자체를 새로운 정체성의 출발점으로 삼을지가 관전 포인트다.
특히 이번 구민의 날 제정은 행정기관이 일방적으로 날짜를 정하는 방식이 아니라 주민이 직접 후보를 선택하고 최종 결정 과정에도 참여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제물포구는 오는 9일까지 선호도 조사를 진행한다. 제물포구에 관심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온라인 네이버 폼을 통해 참여할 수 있으며, 구 청사에서는 오프라인 투표도 진행된다.
선호도 조사가 끝난 뒤에는 각계 전문가와 주민 대표 등이 참여하는 구민의 날 선정위원회가 최종 결정에 나선다. 위원회는 각 후보일의 역사성과 상징성, 주민 화합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최종 기념일을 선정할 예정이다.
이 같은 과정은 새로운 자치구의 정체성을 만드는 데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도시의 정체성은 행정구역 명칭이나 경계만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주민들이 공유하는 역사와 장소, 기억을 통해 형성되기 때문이다.
특히 제물포는 인천의 개항과 근대화, 항만산업의 성장, 철도와 원도심 발전 등 인천의 굵직한 역사가 축적된 지역이다. 한 날짜를 정하는 작업은 곧 흩어져 있던 역사적 기억을 하나의 지역 서사로 연결하는 일이기도 하다.
다른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지역 정체성을 강화하고 주민 공동체를 하나로 묶기 위해 ‘시민의 날’이나 ‘구민의 날’, ‘군민의 날’ 등을 제정해 운영하고 있다. 단순히 기념행사를 개최하는 것을 넘어 지역의 역사적 사건이나 공동체가 함께 기억할 만한 날을 기념일로 삼아 주민들의 소속감을 높이는 방식이다.
특히 행정구역이 통합된 지역에서는 새로운 공동체의 정체성을 만드는 일이 더욱 중요하다. 과거 서로 다른 생활권을 형성했던 주민들이 하나의 지역이라는 인식을 공유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행정통합을 넘어 공동의 역사와 미래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제물포구 역시 이 점을 고려해 ‘구민의 날’을 단순한 연례행사로 만들기보다 주민 화합의 상징으로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선정된 날짜를 중심으로 지역의 역사와 문화, 주민들의 삶을 돌아보고 미래 비전을 공유하는 프로그램을 마련할 경우 구민의 날 자체가 새로운 지역 브랜드로 발전할 가능성도 있다.
특히 올해는 제물포구가 출범한 첫해라는 점에서 어떤 날짜를 선택하느냐가 더욱 중요하다. 특정 역사적 사건만을 기념할 것인지, 아니면 여러 시대를 관통해 온 제물포의 역사와 58년 만의 통합이라는 현대적 의미를 함께 담을 것인지에 따라 향후 구민의 날의 성격도 달라질 수 있다.
김찬진 제물포구청장은 이번 제정 작업을 주민 통합의 첫걸음으로 평가했다.
김 구청장은 “새 구민의 날 제정은 오랜 시간 다른 생활권을 향유해온 주민의 마음을 한데 묶는 중대한 첫걸음”이라며 “화합해 하나 된 제물포구가 인천의 중심으로 재도약할 수 있도록 구정 모든 일에 전력을 기울여 임하겠다”고 말했다.
제물포구는 선호도 조사와 선정위원회 논의를 거쳐 최종 구민의 날을 정한 뒤 향후 지역의 대표적인 기념일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단순히 날짜 하나를 정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지역 역사교육과 문화행사, 주민참여 프로그램 등과 연계해 구민들이 자연스럽게 지역의 역사와 정체성을 공유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