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동물 보호소 터지기 직전인데…예산·인력 '역주행'
작성일
신정훈 의원 "수용률 92% 육박, 국가 동물 보호망 붕괴 위기 막아야"

보호해야 할 야생동물의 개체 수는 매년 급증하며 수용 공간이 한계치에 다다르고 있지만, 이를 직접 관리할 전문 인력과 국가 차원의 관련 예산은 오히려 삭감되는 등 구조적인 모순이 심각하다는 지적이 국회에서 제기되었다. 국가 야생동물 보호 체계가 근본적인 붕괴 위기에 처하기 전에 전면적인 재점검과 예산 지원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밀려드는 멸종위기종, 숨 막히는 수용 공간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신정훈 국회의원(전남 나주·화순)이 국립생태원으로부터 제출받아 분석한 ‘야생동물 보호시설 운영 현황’ 자료에 따르면, 현재 국가가 운영 중인 야생동물 보호시설의 수용 능력이 턱밑까지 차오른 것으로 확인됐다. 국립생태원이 지난 2021년부터 운영을 시작한 CITES 동물 보호시설의 경우, 2026년 기준으로 무려 462마리의 동물이 보호를 받고 있다. 이는 해당 시설의 전체 최대 수용 가능 규모인 500마리의 92.4%에 달하는 압도적인 수치다. 특히 파충류 보호 공간의 수용률은 95.9%로 사실상 꽉 찬 상태이며, 포유류 보호 공간 역시 91.4%로 여유 공간이 전무한 실정이다. 유기되거나 방치된 야생동물을 보호하는 시설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올해 전체 보호 개체는 101마리로 최대 수용치(138마리) 대비 73.2%를 기록 중이지만, 특정 종 쏠림 현상이 심각해 포유류의 경우 수용 가능 공간 58마리 중 53마리가 꽉 들어차 수용률이 91.4%에 육박하는 등 극심한 병목 현상을 겪고 있다.
◆ 턱없이 부족한 전문 인력, 수의사 업무 과부하
수용 공간의 절대적인 부족 못지않게 보호 시설을 운영하고 동물들의 생명과 건강을 최일선에서 책임질 전문 인력의 부재도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밀려드는 동물들을 온전히 감당하기에는 현재의 인력 구조가 너무나도 취약하다는 지적이다. 2026년 기준 해당 시설에 근무하는 수의사는 정원 8명에 못 미치는 7명, 사육사 역시 정원 14명 중 13명만이 근무하고 있어 상시적인 결원 상태에 놓여 있다. 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직원 1인당 감당해야 하는 업무 강도는 살인적인 수준으로 치솟고 있다. 본래 생태원 내 전시 동물 관리, 방역 및 검역, 동물 보호 정책 관련 행정 업무 등 다양한 기본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국립생태원 수의사들은 밀려드는 보호 동물 관리까지 고스란히 떠안으며 극심한 과부하에 시달리고 있다. 실제로 수의사 1인당 평균 관리 동물 수는 2021년 단 9마리에 불과했으나, 2024년 133마리로 폭증한 이후 올해까지도 1인당 평균 94마리를 책임져야 하는 혹독한 근무 환경에 놓여 있다. 사육사 1인당 관리 동물 수 역시 2021년 8마리에서 2026년 44마리로 급격히 늘어나 동물 복지의 저하는 물론 현장 근무자들의 안전사고 위험성마저 우려되고 있다.
◆ 개체수 폭증에도 예산은 뒷걸음질 치는 엇박자
이처럼 국가가 보호해야 할 대상 동물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현장 시설 운영의 어려움이 갈수록 가중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뒷받침해야 할 정부의 예산 편성은 철저히 역주행 행보를 보이고 있다. 현 정부의 공공부문 재정사업 구조조정 기조가 반영되면서 CITES 동물 보호시설 운영 예산은 2024년 5억 2,400만 원에서 2025년 4억 1,700만 원으로 눈에 띄게 삭감되었으며, 이러한 감액 기조는 2026년 예산안에도 고스란히 이어졌다. CITES 보호 개체 수가 2021년 33마리에서 2026년 462마리로 무려 14배나 폭증한 냉혹한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못한 채, 행정 논리로 예산만 줄여버린 심각한 정책 엇박자가 발생한 것이다. 유기·방치 야생동물 보호시설의 예산 역시 2024년 10억 4,800만 원에서 2025년 8억 3,400만 원으로 약 20% 가까이 삭감된 바 있다. 다행히 작년 국회의 2026년도 예산 심사 과정에서 유기·방치 야생동물 보호시설 확대 조성 예산 20억 원이 우여곡절 끝에 극적으로 반영되었으나, 국립생태원은 이 예산을 단순한 시설 현상 유지가 아닌 실제적인 사육 공간의 획기적 확충과 전문 검역, 진료 역량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신속하게 집행해야 한다는 무거운 과제를 안게 됐다.
◆ 뭉뚱그려진 통계 지표, 투명한 관리 체계 시급
전문가들과 국회는 예산 및 공간, 인력 문제와 더불어 보호 시설 운영의 질적 성과를 객관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기초 통계 지표의 불투명성도 반드시 개선되어야 할 핵심 과제로 꼽고 있다. 현재 국립생태원은 시설 운영 현황 통계를 작성할 때 ‘폐사 및 기타’라는 광범위한 항목 단 하나에 자연 폐사, 폐사체 유입, 검역 과정에서의 불합격, 그리고 인위적인 안락사를 모두 뭉뚱그려 집계하고 있다. CITES 동물 보호시설의 경우 이 정체불명의 ‘폐사 및 기타’ 항목에 2024년 258마리, 2025년 143마리, 2026년 56마리가 대거 포함되었다. 이렇게 서로 전혀 다른 원인의 사망이나 조치 내역을 하나의 지표로 묶어버리면, 시설 내 전염성 질병에 의한 폐사율이 실제로 얼마나 되는지, 안락사가 규정에 맞지 않게 남용되고 있지는 않은지, 최초 검역 단계에 구조적인 결함이 있는지를 명확하게 파악하고 후속 대책을 수립하는 것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해진다.
신정훈 의원은 이번 국정감사 조사 자료를 바탕으로 “야생동물 보호시설은 단순히 갈 곳 없는 동물을 억지로 수용하는 거대한 창고가 아니라, 인간의 이기심으로 위기에 처한 야생동물의 소중한 생명을 지키고 국가 차원의 치명적인 질병 확산을 사전에 막아내는 최후의 생태 안전망”이라고 강하게 규정했다. 신 의원은 이어 “불법 밀수 적발 등 예기치 못한 동물의 대규모 반입 상황에 철저히 대비하기 위해서는 여유 있는 사육 및 검역, 격리 공간의 선제적 확보가 필수적인데, 지금처럼 수용률이 100%에 육박하는 아슬아슬한 포화 상태에서는 감염 의심 개체의 즉각적인 분리나 신종 질병 발생 시 신속한 검역 조치가 불가능해져 자칫 집단 폐사 등 대형 참사로 직결될 수 있다”고 엄중히 경고했다. 끝으로 신 의원은 “우리가 책임지고 보호해야 할 동물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데 필수적인 수용 공간과 관리 인력, 그리고 예산이 도리어 뒷걸음질 치는 기형적인 구조를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이며, “부족한 수의사와 사육사 등 핵심 인력 결원을 신속하게 해소하고, 보다 공격적이고 전향적인 예산 확보를 통해 필수 사육 장비의 도입과 생명 존중을 위한 보호 공간을 대폭 확충해야 할 골든타임”이라고 강력히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