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뺑소니’ 배우 이재룡, 사고 20분 뒤 한 일 뒤늦게 알려져 논란…"유호정이 불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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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분리대 들이받고 그대로 도주한 뺑소니 사건

배우 이재룡이 강남 한복판에서 음주운전 사고를 낸 뒤 도주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도로교통법상 사고 후 미조치와 음주측정 방해 혐의다. 지난 3월 6일 밤 11시 3분쯤 이씨는 술에 취한 상태로 승용차를 몰다 서울 강남구 지하철 7호선 청담역에서 삼성중앙역 방면으로 향하던 중 중앙분리대를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중앙분리대가 파손돼 약 300만 원의 수리비가 발생했다. 이씨는 사고 직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현장을 떠났다.

배우 이재룡. / 뉴스1
배우 이재룡. / 뉴스1

사고 20분 만에 또 술자리 찾은 이유

MBC가 입수해 3일 보도한 공소장 내용에 따르면 이씨는 자신의 음주운전 사실이 드러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사고 발생 20분 만인 밤 11시 23분부터 약 50분간 신사동의 한 식당에서 화요 소주를 추가로 마셨다. 이는 이른바 '술타기 수법'으로 불리는 방식이다. 음주 사고를 낸 뒤 또 술을 마셔 사고 당시의 혈중알코올농도를 특정하기 어렵게 만드는 수법을 뜻한다. 이씨는 이 술자리를 마친 뒤에도 곧바로 귀가하지 않았고, 사고로부터 약 3시간이 지난 시점에 지인의 집에서 경찰에 검거됐다.

진술 번복하며 소주 4잔 인정

검거 당시 이씨는 운전 당시 음주 상태가 아니었다고 부인했다. 하지만 이후 경찰 조사 과정에서 진술을 바꿔 "소주 4잔을 마시고 운전했고, 중앙분리대를 살짝 접촉한 줄 알았다"는 취지로 말했다. 사고 사실 자체를 인지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경미한 접촉으로만 여겼다는 설명이다. 경찰은 이씨가 술타기 수법을 통해 음주운전 증거를 없애려 한 것으로 판단하고 음주운전 혐의까지 적용해 검찰에 송치했다.

검찰은 음주운전 혐의 불기소, 왜

경찰의 판단과 달리 검찰은 이씨의 음주운전 혐의에 대해서는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사고 당시의 정확한 혈중알코올농도가 입증되지 않았다는 것이 이유다. 검찰은 위드마크 공식을 적용해 이씨의 운전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를 역산했지만 처벌 기준인 0.03퍼센트 이상이었는지 명확히 확인되지 않았다고 봤다. 위드마크 공식은 음주자의 체중과 성별, 음주 시간, 섭취한 술의 양 등을 종합해 시간 경과에 따른 혈중알코올농도를 추정하는 계산법이다. 사고 이후 추가로 술을 마신 정황 때문에 역산 자체가 어려워졌을 가능성이 있다. 결국 이씨는 도로교통법상 사고 후 미조치와 음주측정 방해 혐의로만 지난달 5일 불구속 기소됐다.

고개 숙여 사과하는 이재룡. / 뉴스1
고개 숙여 사과하는 이재룡. / 뉴스1

이씨에게 적용된 음주측정 방해 혐의는 지난해 6월부터 시행된 개정 도로교통법에 근거한다. 해당 조항은 2024년 트로트 가수 김호중의 사고 후 술타기 논란을 계기로 신설됐다. 사고를 낸 뒤 고의로 추가 음주를 해 혈중알코올농도 측정을 방해하는 행위 자체를 별도 범죄로 규정한 것이 핵심이다. 이 조항이 실제 재판에 적용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이씨 사건도 주목되는 이유 중 하나다.

첫 공판은 10월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10단독 이재욱 부장판사는 이씨의 첫 공판기일을 오는 10월 16일 오전 10시 20분으로 정했다. 준비기일과 달리 공판기일에는 피고인의 출석 의무가 있어 이씨가 직접 법정에 나와야 한다. 재판부가 도로교통법상 사고 후 미조치와 음주측정 방해 두 혐의를 어떻게 판단할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음주운전 혐의 자체는 이미 불기소로 정리된 만큼 이번 재판의 쟁점은 도주와 측정 방해 행위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2003년에도 음주 측정 거부 전력

이씨는 과거에도 음주운전 관련 사고 이력이 있다. 지난 2003년 음주 교통사고를 낸 뒤 음주 측정을 거부해 면허가 취소된 바 있다. 20년이 넘는 시간이 지났지만 유사한 유형의 사고가 재발했다는 점에서 비판 여론이 커지는 배경이 됐다. 배우로서 오랜 기간 대중에게 익숙한 이미지를 쌓아온 만큼 이번 사건에 대한 반응도 예상보다 크게 나타나고 있다.

이재룡-유호정 부부. / SBS '동상이몽 2 - 너는 내 운명'
이재룡-유호정 부부. / SBS '동상이몽 2 - 너는 내 운명'

부인이 불쌍" 유호정까지 소환된 댓글창

관련 보도가 나간 뒤 온라인상에서는 강도 높은 비판 댓글이 이어졌다. 네티즌들은 "음주운전은 습관이다 본보기로 강력처벌해라", "징역 1년이라도 무조건 구속시켜야 한다", "음주사고 내고 연이어 또 술자리 참석했다는 게 놀라울 따름이네", "어린 나이도 아니고 환갑 넘은 인간이 이렇게 철이 안 들었네" 등의 반응을 남겼다. 특히 이씨의 배우자인 배우 유호정을 언급하며 "부인이 불쌍"이라는 댓글도 다수 눈에 띄었다. 사건 당사자보다 가족에게 시선이 옮겨가는 모습은 유명인 사건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반응 패턴이기도 하다. 62세인 이씨의 나이를 언급하며 실망감을 드러내는 목소리도 상당수 확인됐다.

'술타기 수법'이란 무엇인가

술타기 수법은 음주운전으로 사고를 낸 직후 도주해 일부러 술을 더 마시는 행위를 말한다. 운전 당시의 정확한 혈중알코올농도를 경찰이 측정하거나 추산하지 못하게 만들어 음주운전 처벌 자체를 피하려는 꼼수다.

형사재판에서는 운전대를 잡았을 당시의 혈중알코올농도가 처벌 기준 이상이었다는 점을 엄격하게 입증해야 한다. 사고 직후 운전자가 추가로 술을 마셔버리면 이후 경찰에 검거돼 음주 측정을 하더라도 사고 전에 마신 술 때문에 취한 것인지 사고 후에 마신 술 때문에 취한 것인지 과학적으로 분리해 내기가 어려워진다. 경찰은 통상 위드마크 공식을 이용해 시간이 지난 뒤의 알코올 농도를 역추산하지만, 사고 이후 다량의 알코올이 추가로 섞여 들어가면 이 공식의 신뢰도가 떨어진다. 이 때문에 법원에서 음주운전 혐의가 무죄로 뒤집히는 사례가 나왔고, 이는 법의 허점으로 지적됐다.

과거 김호중이 공개한 이재룡과의 친분 사진. / 김호중 인스타그램
과거 김호중이 공개한 이재룡과의 친분 사진. / 김호중 인스타그램

김호중 사건 이후 법 개정, 지금은 처벌 대상

과거 가수 김호중 사건을 비롯해 이 수법으로 음주운전 혐의를 피해간 사례가 알려지며 공분을 샀다. 이를 계기로 도로교통법이 개정됐고, 2025년 6월 4일부터 음주측정방해행위를 처벌하는 규정이 신설돼 시행 중이다. 이 규정이 시행된 이후에는 술타기 수법으로 경찰의 음주 측정을 방해하려 한 사실이 적발되면 혈중알코올농도 수치와 무관하게 음주 측정 거부에 준하는 형벌과 면허 취소 등 행정처분이 내려진다. 사고 후 도주해 술을 더 마시는 행위 자체가 독립된 범죄로 규정되면서, 오히려 가중 처벌을 받을 수 있는 구조로 바뀌었다. 이씨에게 적용된 음주측정 방해 혐의도 이 개정 조항에 근거한다.

'지적인 젠틀맨' 이재룡의 날개 없는 추락

음주 관련 사건으로 대중의 실망을 산 것과 별개로, 연기 경력만 놓고 보면 이재룡은 한국 방송계에서 '부드러운 카리스마와 지성을 갖춘 젠틀맨'의 대명사로 불려왔다. 1986년 MBC 18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한 그는 30년 넘는 시간 동안 다수의 대표작을 남기며 이미지를 쌓았다.

1994년 방영된 '종합병원'에서는 인간미 넘치는 일반외과 레지던트 김도훈 역을 맡았다. 당시 국내에 의학 드라마 신드롬을 일으킨 작품으로, 환자를 진심으로 대하는 따뜻한 의사 캐릭터를 통해 이재룡 특유의 신뢰감 있는 이미지가 대중에게 각인됐다. 이 작품으로 그는 1994년 MBC 방송대상 남자 우수연기상을 받았다.

대하드라마 '상도'에 출연했던 이재룡. / MBC 제공
대하드라마 '상도'에 출연했던 이재룡. / MBC 제공

2001년부터 2002년까지 방영된 이병훈 연출의 '상도'에서는 주인공 임상옥 역을 맡았다. 조선 최고의 거상으로서 상도덕을 지키는 인물을 소화하며 대하사극 주연으로서의 역량을 입증했다. 2004년 '불멸의 이순신'에서는 이순신의 조력자이자 명재상인 류성룡 역을 맡아 차분하고 지혜로운 학자이자 정치가의 모습을 그려냈다.

2000년대 중후반 이후에는 '굿바이 솔로', '사랑을 믿어요', '뷰티풀 마인드' 등에서 다양한 중년 캐릭터를 연기하며 스펙트럼을 넓혔다. 1995년 동료 배우 유호정과 결혼한 이후 두 사람은 연예계 대표 부부로 자리 잡았고,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까지 가전, 가구, 식품, 아파트 등 신뢰와 가정적인 이미지가 필요한 광고에 동반 출연하며 젠틀한 남편 이미지를 굳혔다.

이 같은 필모그래피와 이미지가 이번 뺑소니 사고 및 술타기 수법 혐의로 흔들리고 있다. 2003년 음주운전 사고와 음주 측정 거부로 면허가 취소된 전력이 있는 상태에서 20년 넘는 시간이 지나 유사한 유형의 사건이 재발한 만큼, 오랜 기간 쌓아온 신뢰감 있는 이미지와 실제 사생활 사이의 간극이 대중의 비판으로 이어지고 있다.

경찷서 앞의 이재룡. / 뉴스1
경찷서 앞의 이재룡. /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