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9명 실종됐는데…두산이 네팔서 1시간에 800만원 넘는 헬기 빌리고도 못 띄운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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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액 헬기 2대 빌렸지만 1대만 운항...수색 지연

네팔 북부 라수와 지역을 덮친 대홍수로 두산에너빌리티 직원 6명과 한국남동발전 직원 3명 등 한국인 9명이 실종된 가운데, 회사 측이 거액을 들여 임차한 수색용 헬기가 현지 당국의 허가 문제로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정부 신속대응팀이 네팔 홍수와 산사태로 피해를 입은 수력발전소 현장으로 이동하기 위한 협조를 구하기 위해 네팔 라수와 둔체의 한 군부대로 들어서고 있는 모습 / 뉴스1
한국 정부 신속대응팀이 네팔 홍수와 산사태로 피해를 입은 수력발전소 현장으로 이동하기 위한 협조를 구하기 위해 네팔 라수와 둔체의 한 군부대로 들어서고 있는 모습 / 뉴스1

4일 뉴스1 보도에 따르면 두산에너빌리티는 지난달 26일 오전 발생한 대홍수로 연락이 끊긴 직원들을 찾기 위해 헬기 2대와 드론 1대를 임차했다. 헬기 확보 자체는 지난달 27일부터 이뤄졌지만, 네팔 당국이 '안전 및 항공 혼잡'을 이유로 운항 허가를 취소하거나 내주지 않으면서 실제로 헬기가 뜬 것은 나흘이 지난 8월 31일이 처음이었다.

이후 8월 31일과 9월 1일, 9월 2일까지 사흘간 당국 허가를 받아 수색을 진행했지만, 이마저도 헬기 2대 중 1대만 투입되는 데 그쳤다. 결과적으로 헬기 2대를 일주일간 임차하고도 실제 비행은 1대가 사흘 동안 이뤄진 셈이다. 9월 2일에는 헬기 1대와 드론 1대가 함께 수색에 나섰고, 두산·GS 직원 2명과 실종자 가족 1명이 탑승해 오후 3시 20분부터 4시 30분까지 위어댐과 람체~둔체 일대를 살폈다. 실종자 가족들이 실종 예상 지점 중 하나로 위어댐 인근을 지목했기 때문이다. 다만 이 수색에서도 아직까지 뚜렷한 성과는 나오지 않은 상황이며, 회사 측은 드론으로 촬영한 영상을 분석 중이다.

민간 산악구조헬기가  네팔 라수와 지역 람체 인근 어퍼트리슐리(UT)-1 수력발전소 건설현장을 수색 중인 모습 / 뉴스1
민간 산악구조헬기가 네팔 라수와 지역 람체 인근 어퍼트리슐리(UT)-1 수력발전소 건설현장을 수색 중인 모습 / 뉴스1

거액 들인 헬기 왜 못 띄웠나…2차 붕괴 위험에 재이륙 때마다 재허가

수색이 지연되는 근본적인 이유는 현지의 위험한 여건과 까다로운 행정 절차가 겹쳤기 때문이다. 사고 현장 일대는 아직 2차 붕괴 위험이 남아 있고, 기상 여건과 헬기 급유 인프라도 충분하지 않아 한 번 이륙한 헬기가 수색할 수 있는 시간은 약 1시간으로 제한된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착륙한 헬기가 다시 이륙하려면 그때마다 네팔 당국의 허가를 새로 받아야 한다. 사고 직후인 지난달 27~29일에도 안전과 항공 혼잡을 이유로 운항이 취소되거나 불허되는 일이 반복되면서 수색 자체에 여러 차례 차질이 빚어졌다. 다행히 정부 합동 신속대응팀이 네팔 경찰 고위급 인사와 잇따라 면담하며 우리 해외긴급구호대(KDRT)가 도착 즉시 활동할 수 있도록 협조를 요청하면서, 최근 네팔 측이 다소 적극적으로 협조하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네팔 군헬기 탑승하는 정부합동신속대응팀 자료 사진 / 뉴스1
네팔 군헬기 탑승하는 정부합동신속대응팀 자료 사진 / 뉴스1

헬기 1대당 시간당 최소 800만원인데...

수색용 헬기 임차 비용도 상당한 수준이다. 헬기 1대를 빌리는 데 최소 시간당 800만 원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 따르면 사고 지역인 라수와와 네팔 수도 카트만두(혹은 인근 베이스) 간 1회 왕복 긴급 후송 비용은 약 3000~7000달러, 우리 돈으로 약 400만~950만 원 수준이다. 이는 단순 비행시간을 기준으로 한 금액이며, 여기에 지상 대기 비용(시간당 약 200만 원)과 조종사·정비 인력의 체류비 등이 추가로 붙는다. 탑승 인원과 헬기 크기, 임무 성격에 따라 총비용은 더 늘어날 수 있다.

즉 당국의 허가가 나지 않아 헬기가 땅에 묶여 있는 시간에도 지상 대기 비용 등 고정비는 계속 발생하는 구조다. 헬기 2대를 일주일간 확보하고도 실제 비행시간은 사흘, 그것도 1대에 그쳤다는 점을 감안하면 회사가 부담하는 비용 대비 실질적인 수색 성과는 아직 크지 않은 셈이다.

네팔 대홍수로 수력발전소 공사현장에서 근무하던 한국인 실종자가 발생한지 일주일이 지난 9월 2일 라수와 지역 어퍼트리슐리(UT)-1 수력발전소 피해현장이 토사에 덮여 있는 모습 / 뉴스1
네팔 대홍수로 수력발전소 공사현장에서 근무하던 한국인 실종자가 발생한지 일주일이 지난 9월 2일 라수와 지역 어퍼트리슐리(UT)-1 수력발전소 피해현장이 토사에 덮여 있는 모습 / 뉴스1

두산, 비상대책본부 가동하며 수색 확대 방침

두산그룹은 사태 초기부터 총력 대응 체제를 갖췄다.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과 박지원 부회장은 지난달 29일 네팔 카트만두에 도착해 정연인 두산에너빌리티 대표이사 부회장 등 현장 대응팀과 함께 구조·수색 상황을 직접 챙기고 있다. 국내에서는 경기 성남시 분당 본사에 이동수 EHS부문장 부사장을 본부장으로 하는 40명 규모의 비상대책본부가 가동 중이며, 현지 사고 대응 인력도 20명가량으로 늘렸다.

두산그룹 박정원 회장과 박지원 부회장이 지난달 29일 오후(현지 시각) 두산에너빌리티 실종자 수색 지원을 위해 네팔 카트만두 트리부반 국제공항에 도착한 모습 / 뉴스1
두산그룹 박정원 회장과 박지원 부회장이 지난달 29일 오후(현지 시각) 두산에너빌리티 실종자 수색 지원을 위해 네팔 카트만두 트리부반 국제공항에 도착한 모습 / 뉴스1
실종 직원 수색 지원을 위해 네팔 현지에 도착한 박정원 두산 회장 / 뉴스1
실종 직원 수색 지원을 위해 네팔 현지에 도착한 박정원 두산 회장 / 뉴스1

두산 측은 정부 신속대응팀 및 네팔 당국과의 협의를 이어가는 한편, 헬기 운항 허가가 나오는 대로 사고 현장과 주변 지역으로 수색 범위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대홍수로 한국인 9명이 실종된 어퍼트리슐리(UT)-1 수력발전소를 비롯해 라수와가디, 어퍼 트리슐리 3A 등 여러 수력발전소 터널에도 직원 수백 명이 갇힌 것으로 추정된다. 네팔전력청(NEA) 관계자는 일부 터널 내부에 공기와 함께 식량·물이 남아 있을 가능성을 언급하며 생존자 수색에 대한 기대를 나타냈다. 네팔 재난관리청에 따르면 이번 재해로 네팔에서만 1259명이 숨지고 5083명이 실종됐으며, 중국 측 사망 21명과 실종 541명을 더하면 양국의 사망자는 1280명, 실종자는 5624명에 달한다. 네팔군은 생존 가능성이 남아 있는 한 수색·구조 작업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