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기 일로 와, 일로 와” 절박한 목소리... 아내 살해 공무원 남편 신고 녹취 내용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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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복 두려움에 신고 포기한 피해자 끝내 참변

이혼 소송 중인 아내를 살해한 현직 공무원의 범행 당시 경찰 신고 녹취 내용이 공개됐다.
녹취록에는 가해자가 어린 자녀 앞에서도 무참히 범행을 저지른 정황과 마지막 순간까지 자녀를 보호하려 했던 피해자의 음성이 고스란히 담겼다.
피해자는 과거 남편의 가정폭력에 시달리면서도 보복을 두려워해 적극적인 사건 접수를 망설였던 것으로 드러났고, 결국 스마트워치로 신고한 당일 변을 당했다.
경찰은 범행 동기와 자녀에 대한 정서적 학대 혐의 등을 추가로 조사하며 가해자를 구속 조치했다.
자녀 앞 무참한 범행과 스마트워치 녹취
4일 헤럴드경제가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경찰 신고 녹취록 사본엔 이달 1일 오전에 발생한 참혹한 범행 상황이 생생히 기록됐다.
1일 오전 7시 17분경 기록된 경찰 신고 내용에 따르면 스마트워치를 통해 연결된 통화에서는 "애기 일로와, 일로와"라는 피해자 여성의 절박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어 "엄마, 엄마"라고 부르짖는 아이의 울음소리와 남성의 억눌린 목소리가 뒤엉켰다. 이후 수화기 너머로는 계속해서 울음소리만 들려온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조사 결과 30대 현직 공무원인 A 씨는 1일 오전 7시 17분경 경기도 광주시에 위치한 다세대주택 건물 계단에서 이혼 소송 중이던 30대 아내 B 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했다.
B 씨는 남편의 가정폭력을 피해 거처를 옮겨 숨어 지내고 있었으나, A 씨는 이혼 소장 서류에 노출된 B 씨의 새로운 거주지 주소를 파악해 범행 현장으로 찾아갔다.
특히 범행 당시 현장에는 부부의 어린 자녀가 함께 있었음에도 A 씨는 이를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흉기를 휘둘렀다.
피해자 B 씨는 생명의 위협을 느끼는 찰나의 순간에도 경찰이 지급한 신변 보호용 스마트워치 버튼을 눌러 구조를 요청했다.
스마트워치의 통신 기능을 통해 범행 당시의 긴박한 상황과 소리가 경찰 112 종합상황실에 고스란히 녹음됐다.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위치 추적 시스템을 가동해 신속히 현장에 출동하고 피해자를 인근 병원으로 긴급 이송했으나 B 씨는 과다 출혈 등으로 인해 끝내 목숨을 잃었다.
현장에 방치된 자녀의 충격을 고려해 경찰은 A 씨에게 살인 혐의뿐만 아니라 아동복지법 위반에 해당하는 정서적 학대 혐의도 추가로 적용할 방침이다.
상습적 가정폭력과 보복의 두려움
사건 발생 이전부터 피해자 B 씨는 상습적인 가정폭력에 노출돼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관할 경찰서의 가정폭력 관련 상담 및 신고 기록에 따르면 B 씨는 지난해 3월부터 범행 당일까지 총 5차례에 걸쳐 경찰에 구조와 상담을 요청했다.
지난 4월 거주지 인근 파출소에 직접 내방해 욕설과 협박 행위에 대한 가정폭력 상담을 진행했으며, 5월에는 "남편의 폭언으로 신고한다"며 112에 연락을 취했다.
지난 7월에는 "가정폭력으로 인해 남편과 별거 중인데 짐을 가지러 가야 한다"며 물리적 충돌을 막기 위해 경찰관의 동행을 정식으로 요청하기도 했다.
특히 지난 4월 수원장안경찰서에서 이뤄진 상세 상담 기록을 살펴보면 남편 A 씨의 폭력성은 수위가 매우 높았다.
상담 내용에 따르면 B 씨는 "전날에는 남편에게 뺨을 맞았다. 남편과 말다툼을 하던 중 남편이 주방에서 칼을 들고나와 '이 칼로 나를 찔러라. 아니면 네가 죽든 내가 죽든 누구 1명 죽어야 끝난다'라고 협박했다"고 구체적으로 진술했다.
당시 담당 경찰관은 사안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가정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근거한 공식 사건 접수와 가해자 접근을 차단하는 임시 조치, 그리고 안전한 임시 숙소 제공 등을 적극적으로 안내했다.
하지만 B 씨는 "신고를 진행할 경우 남편이 앙심을 품고 보복할까 봐 두렵다"며 공식적인 절차 진행을 극구 거부했다.
한국여성의전화가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가정폭력 피해자의 대다수가 가해자의 보복이나 자녀 문제 경제적 이유 등으로 인해 사법기관의 개입을 꺼리는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B 씨 역시 이러한 심리적 압박감 속에서 최소한의 방어 수단인 신변 보호용 스마트워치 지급만을 요청했다.
경찰은 B 씨의 요청에 따라 지난 4월 22일 상담 당일을 비롯해 5월 29일과 8월 11일 등 총 3차례에 걸쳐 스마트워치를 교부하며 피해자의 안전을 살폈으나 끝내 비극을 막지 못했다.
경찰 수사 상황 및 구속영장 발부
범행 직후 현장을 도주했던 A 씨는 추적에 나선 경찰에 의해 사건 발생 약 4시간 만에 긴급 체포됐다. 경찰은 지난 2일 A 씨에 대해 살인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에 법원은 "도주의 우려와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거쳐 3일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경찰은 A 씨가 현재 진행 중인 아내와의 이혼 소송에서 자신에게 불리한 판결 결과가 나올 것을 예상하고 이에 앙심을 품어 계획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받기 위해 성남시 분당경찰서 유치장을 나서는 과정에서 A 씨는 취재진의 질문에 일절 침묵으로 일관했다.
기자들이 "아내를 왜 살해했는가", "딸이 보고 있었는데 아무 생각 없었는가", "평소 아내에게 폭행이나 협박은 왜 했는가", "유족들에게 할 말 없는가"라며 쏟아지는 질문 공세를 폈으나 A 씨는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묵묵부답으로 호송 차량에 탑승했다.
검찰의 범죄 통계 자료에 따르면 이혼 소송이나 이별을 요구하는 배우자를 상대로 한 보복성 강력 범죄 비율이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경찰은 A 씨의 휴대전화 포렌식과 동선 추적 등을 통해 사전 범행 계획 여부를 철저히 입증하고 송치 전까지 보강 수사를 이어갈 계획이다.